한미약품, 'R&D 명가' 위상 추락… 연구개발투자 5위권으로 밀려나
- 경쟁사 유한양행, 대웅제약은 올 3분기까지 연구개발 투자 2000억 넘어
- 종근당과 동아에스티도 1000억 넘기며 추격
[디지털데일리 최천욱기자] R&D명가를 자부하던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투자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제약바이오사 상위 10개사 가운데 한미약품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153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13.3% 증가에 그치며 5위에 머물렀다.<표 참조>
반면 지난해 한미약품과 비슷한 규모의 R&D투자를 했던 유한양행의 경우 지난해 1354억에서 올해 같은기간 2011억원으로 48.6% 투자금액을 늘렸고, 대웅제약 또한 같은 기간 1729억원에서 2012억원으로 16.3% 상승하며 한미약품과 큰 격차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개발비는 기업의 향후 가치를 결정짓는 신약 파이프라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제약바이오사들은 대략 매출의 약 10%가량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한미약품도 과거 ‘R&D 명가’를 일궜으나 박재현 대표 취임 후 매출대비 투자비중이 답보상태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 매출액의 20%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신약개발과 해외시장개척에 앞장섰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행보라는 것이다.
업계에선 연구개발비를 비용 절감의 요소로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내부적으로는 금액이 늘었다고 선전하지만 경쟁사들의 신장률, 매출대비 투자액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경쟁사들은 오히려 지금이 한미를 따라잡을 기회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닐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R&D투자 향후 파이프라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비만대사와 항암, 희귀질환 분야에서 30여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 가시적인 진도를 보이는 부문은 비만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또한 출시 가능 시기를 2년뒤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쟁쟁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서 차지한 판을 비집고 들어가기엔 무리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한미약품의 위기를 박재현 대표의 역량에서 찾고 있다. 박대표는 30년동안 한미약품 그룹에서 일하며, 제조 및 품질 생산분야를 담당하다 지난해 3월 임주현 부회장이 라데팡스와 함께 지주사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회사를 경영하던 시기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러나 한미사이언스 등 경영권 분쟁에서 3자 연합측과 반대편에 선 측은 "박 대표가 최근 치열하게 불거지고 있는 경영권분쟁의 최전선에 나서 목소리를 내고, 제약업계를 잘 모르는 일부 대주주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3자연합 결성 후 '연구개발에 돈을 더 써야 하나'고 지적하자, 박대표는 '그럴 필요없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연구개발 중심경영은 선대회장님부터 일궈 온 한미의 정체성으로, 임직원 모두 ‘신약 명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며 “실제 경영보다 포장과 홍보에 열을 올리는 박 대표를 이번 임시주총에서 해임하고 회사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성장과 글로벌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선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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