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교체' 매서운 칼바람… 인사 키워드는 '영업'과 '내부통제'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연말 금융권 인사시즌이 한창인 와중에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은행장 교체폭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의 차기 CEO(은행장)에 '영업통'들이 발탁되면서 현재 직면하고 있는 금융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동시에 내부통제 강화 또한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이 '실적'과 '내부통제' 어느것 하나 소홀히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실적'과 '내부통제'는 현실적으로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라는 점에서 조직개편과 인사 쇄신만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행장을 전격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NH농협은행장 또한 인사가 아직 발표되진 않았으나 올해 잇따른 금융사고로 인해 이석용 행장의 교체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5개 은행중에서 사실상 신한은행 정상혁 행장만 유임을 하게되는 셈이다.
올해 은행권 인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영업'이다.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환율이 치솟는 등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이고,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율이 1%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영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지난달 27일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를 차기 국민은행장으로 낙점했다. 이 후보는 재무와 전략, 영업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영업통'으로 꼽힌다. 양종희 KB금융 회장과의 호흡도 비교적 잘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올해 국민은행이 실적이 다소 주춤했으나 이재근 행장도 지난 3년간 실적 관리를 잘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올해 내부통제 사고에 따른 문책의 성격과 은행장 교체를 통해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을 의도했다는 해석이다 .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 역시 차기 하나은행장 후보로 이호성 하나카드 대표를 선택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발군의 실적을 거뒀던 지라 예상 밖이라는 분석이 높다.
그룹임추위 관계자는 "이호성 후보가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적임자이기에 차기 행장으로 낙점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또한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했다.
정 후보 역시 우리금융 내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앞서 차기 행장으로 추천된 후 첫 출근길에서 "우리나라같이 수출입을 많이 하고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는 직원들이 기업금융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영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한편 올해 금융권 인사에서 '내부통제'도 실적 못지않게 신경쓰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총 53건의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시중은행들은 올 3분기에만 21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시하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책무구조도가 정식으로 도입되는데 아직까지 금융사고가 줄어들지 않는 게 금융권 현실"이라며 "조직 내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은행들이 쇄신 카드를 내세운 것도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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