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LG엔솔, 원통형·각형 투자 속도 높인다…美 애리조나 장비 선정 완료 [소부장박대리]

고성현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배터리 사업 부진의 돌파구를 원통형·각형으로 낙점한 LG에너지솔루션이 관련 사업의 진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치할 설비 발주가 이르면 이달 중으로 완료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제너럴모터스(GM)와 추진하는 각형 투자 검토 속도 역시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초 애리조나 단독 공장에 설치할 장비에 대한 협력사 선정을 마쳤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중 4680, 46시리즈에 대한 장비 발주가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4680·46시리즈 배터리는 기존 2170 대비 크기와 용량을 늘린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2170 대비 지름 크기가 2배 커지면서 더 높은 에너지밀도와 용량을 갖췄고, 전기차 한 대당 배터리 탑재 수량은 물론 불용공간을 줄일 수 있어 원가 절감·주행거리 향상을 모두 갖출 수 있는 배터리 시장 내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중 가동 준비가 완료된 오창 내 4680 배터리 라인에서 관련 생산을 진행 중에 있으며, 애리조나 공장에 들어설 장비 협력사 구성도 마치고 조만간 발주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은 라미네이션&스태킹(AZS)·Z스태킹 등 적층(Stacking) 장비가 채용되는 파우치 라인과 달리 와인딩 설비가 채택된다. 현재 선정된 협력사로는 씨아이에스(CIS), 디이엔티, 코엠(KOEM), 베스텍, 코윈테크, 아바코 등이 거론되고 있다.

통상 배터리 장비는 발주(P/O) 시 6개월~1년의 리드타임을 거쳐 납기가 완료된다. 이를 고려하면 애리조나 공장의 가동 시기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기존에 계획했던 2026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애리조나 공장에 대한 주요 고객사는 4680 배터리 공급·개발을 추진해 온 테슬라와 2026년 전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2'를 생산키로 한 리비안이다.

폼팩터 확장을 위해 추진해왔던 각형 배터리 개발 및 투자 시기도 속도가 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오창 내 각형 배터리 파일럿 라인 구축을 위한 장비 입찰을 완료했으며,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라인이 구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장비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앰플러스, 디에스케이, 하나기술 등이 꼽힌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내년 중 각형 배터리에 대한 양산 라인 투자 발표나 계획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주요 고객사들의 각형 공급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예상 대비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용 중대형 각형 배터리를 생산한 이력이 없지만, 스마트폰용 소형 각형 배터리 생산과 일부 특허 신청 등을 통해 관련 기술을 확보해뒀다.

특히 얼티엄셀즈 3공장 자산 인수에 대한 합의를 이어가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와의 각형 협력이 거론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한 얼티엄셀즈의 3공장을 인수해 도요타 전용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활용하되, 얼티엄셀즈의 신규 3공장을 투자하기 위한 관련 검토를 GM과 진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신규 얼티엄셀즈 3공장이 각형 배터리 라인으로 활용되고 관련 투자가 내년 중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이 주력해 온 파우치형 배터리 외 타 폼팩터로의 확장을 노리는 이유는 전기차 고객사의 선호도 이동 때문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얇은 필름 형태의 포장재를 사용해 셀 당 에너지밀도를 높이고 차량 플랫폼 자율성을 높이는 강점이 있으나, 외부 충격에 취약하고 가스 배출 등 안전장치가 부족해 화재 위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전극 압착·정렬 난이도가 높고 생산 속도가 낮아 원통형 등 대비 가격이 높다는 특징도 있다.

이에 따라 고전압 미드니켈 등 소재 조성 변경으로 파우치형 배터리의 돌파구를 일부 마련한 상황이지만, 낮아지는 가동률 및 고객사 니즈를 고려할 때 타 폼팩터 전환이 반드시 불가피하다.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이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과 함께 주력 업체로 자리잡고 있고, 각형은 국내에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생태계 풀이 있어 진입에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각형 투자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트럼프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투자 시기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 및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투자 축소 및 신중한 기조에는 변함이 없으나, 우선순위를 정한 투자에 대해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보다 빠르게 투자 결정 및 전략적 대응을 취하는 모양새"라며 "다만 현재까지는 투자 축소 기조가 유지되는 만큼, 향후 GM 합작 신규 3공장 등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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