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환율 출렁' 배터리 3사 나비효과…LG엔솔·삼성SDI '부담', SK온 '여유'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지난 2024년 12월 3일 밤 11시, 대한민국엔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1980년 5월 17일 직전 내려진 계엄령 이후 무려 44년 만이다. 갑작스러운 사태에 도심은 순식간에 혼란에 휩싸였다. 여의도 하늘엔 헬리콥터가 맴돌았고, 총기를 든 군인들과 마주친 시민들은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초유의 계엄령 사태에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단숨에 1440원을 넘기며 급등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적 리스크를 우려하며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환율은 국가 경제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반영하는 지표인데, 계엄령 같은 초유의 사태는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며 외화 유출을 가속화한다.
이런 움직임에 우리나라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 제조 산업 업계와 투자 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의 주요 산업군 중 하나인 이들 분야는 높은 기술력과 까다로운 진입 장벽 덕에 해외에서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점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 막대한 자금이 이들 산업에 몰리고 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은 이러한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 조달 비용부터 설비 투자 계획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를 키웠다.
특히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배터리 업계에서는 비용 상승이 곧바로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정확히 따져보면, 원자재 수급이나 투자 측면에서는 문제가 크지 않다.
그 이유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사업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K-배터리 기업들은 대부분의 생산과 매출이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구조로, 국내는 마더 팩토리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3사의 국내 생산능력은 각각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22기가와트시(GWh), 삼성SDI 12GWh, SK온 5GWh로 전체 생산능력의 10% 내외다.
대부분의 생산을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미국 미시간, 중국 난징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며,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중국 시안, 미국 인디애나 합작 공장을 주요 거점으로 두고 있다. SK온 역시 헝가리 코마롬, 중국 창저우, 미국 블루오벌SK 합작 공장을 통해 유럽, 중국, 북미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고장에서 원자재, 장비 조달에 대한 대부분의 거래는 달러화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원자재 구매 비용 상승이 매출 증가로 상쇄될 수 있어,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적 영향은 제한적인 것이다. 오히려 환율이 높아지면, 외화 환산 이익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환율 상승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다만, 각 사의 외화 부채 증가로 인해 이자 부담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부채 여부와 그 규모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되는 셈이다.
한국 배터리 3사의 외국 투자에 따른 외화 부채 비중은 차이를 보인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3분기 기준 달러 자산은 약 4조4396억원, 달러 부채는 약 6조8283억 원 수준이다.
이는 전 분기의 3조9604억원(자산), 4조2179억원(부채)과 비교하면 부채 규모가 상당히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환율이 10%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세전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플러스마이너스 2388억원으로, 전 분기의 257억원 수준과 비교해 부담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삼성SDI는 달러 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3분기 외화 환산 손실 917억원과 수익 9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이 수익보다 훨씬 크다는 점에서 외화 자산보다 부채 비율이 높은 구조임을 시사한다. 비록 구체적인 부채 수치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이 클 가능성이 높다.
SK온의 경우, 3분기 기준 달러 자산은 29억1028만달러(한화 약 4조1305억), 달러 부채는 26억526만달러(약 3조6976억원) 수준으로, 자산이 부채를 약간 상회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다른 두 기업에 비해 환율 상승에 따른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보인다.
이처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모두 환율 상승이 미치는 영향은 구조적으로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대규모 해외 투자가 진행되면서 환율 변동에 따른 재무적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배터리 업계가 환율 리스크 관리를 위해 더욱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번 계엄령 사태로 촉발된 환율 급등은 한국 경제와 배터리 업계 전반에 여러 가지 도전을 던지고 있다. 환율 변동성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실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환율 리스크 관리 능력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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