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결산/금융] 심각성 드러낸 '내부통제'… '12.3 내란' 사태로 금융 밸류업 흔들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올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속 대출 한파를 맞닥뜨린 금융소비자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금융시장이 심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금융권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크고 작은 이슈 속 올해 금융권의 화두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1금융권인 은행권에선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던 내부통제 허점이 블록버스터급 금융사고가 줄줄이 터지며 또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전 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는 물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배임, 펀드 손실 사태 등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로 금융권에 대한 세간의 신뢰가 바닥을 찍었다.
2금융권에선 보험사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 이슈가 업계를 달궜다. 여러 보험사 매물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잠재 인수사로 떠올랐던 일부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변덕과 매물 가치에 대한 의구심 등이 겹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M&A 형국을 보였다.
이 외 금융지주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이슈로 한 해를 장식하기도 했는데, 최근 비상계엄 여파로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 공든탑이 무너지고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 섞인 시선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수백억 횡령사건부터 부당대출까지…여실히 드러나는 금융권 내부통제
우선 우리금융은 올해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를 여실히 나타냈다.
우리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올해들어서 드러난 대출 관련 금융사고만 네 번째에 달한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15일 우리은행은 25억원 규모의 허위 서류 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난 3월 발생한 금융사고가 이제서야 수면위에 드러난 것인데, 100억원대 횡령 등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 속 또다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도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우리금융에서 올해 드러난 가장 큰 금융사고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건이 꼽힌다.
아직 관련 부당대출에 대한 검사가 결과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수백억원대의 부당대출이 이뤄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사퇴에 나서고 이에 더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까지 사퇴 압박을 받는 등 우리금융 내부 여파도 적지 않다.
다른 금융사들 역시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이 줄줄이 발생했다.
KB국민은행도 올해 금융사고의 중심에 있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금융사고만 무려 11건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많았다.
특히 올해들어 국민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 이상 배임사고는 3건에 달해 금융권에 충격을 던졌다.
대구 소재 한 국민은행 지점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등 111억3800만원의 가계대출에서 대출신청인의 소득이 과다 산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용인의 한 지점에선 272억원 담보대출 과정에서 임대업 이자상환비율(RTI)을 과도하게 산출했으며, 앞서 안양의 한 지점에선 담보 가치를 부풀려 104억원 가량의 배임사고를 저질렀다.
골프 접대 논란도 불거졌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총 7개사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은행의 한 직원이 2021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여러 증권사로부터 15회 이상 골프 접대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홍콩 ELS 사태도 빼 놓을 수 없다.
국민은행은 홍콩 ELS 판매 금액이 8조원대로 시중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관련 불완전판매에 대한 배상 문제가 아직까지도 종결 되지 않은 상황이라 ELS 피해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나‧신한‧NH농협은행은 ELS 판매 금액이 2조원대였으며, 우리은행은 400억원대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농협금융도 각종 금융사고로 내부통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농협은행은 올해들어 총 17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가 적발됐다. 지난 3월 110억원 규모의 배임 사고에 이어 5월 64억원 규모의 배임사고 2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금감원도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실시하며 내부통제 문제를 꼬집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은행 A지점 직원은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이들과 공모해 사문서 위조・행사(허위계약서 작성 등) 및 담보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농협은행 B지점 직원의 경우 국내 실정에 어두운 귀화 외국인 고객의 동의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했다. 특히 이 직원은 다른 금융사고로 이미 내부감사시 적발된 직원이었으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추가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신한금융에서는 대규모의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신한투자증권에서는 상장지수펀드의 유동성을 공급하고 해지 운용을 수행하는 부서에서 LP 해지와 무관한 코스피 선물 거래를 해 100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한 서건이 지난 10월 드러났다. 이에 신한금융이 올 3분기 재무제표에 반영한 손실 규모는 무려 1357억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최고재무관리자(CFO)는 지난 10월25일 실적발표 IR에서 "그룹 차원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객의 신뢰와 단단한 내부 통제가 법의 본질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원점에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들여다보고 고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새 주인 찾는 2금융권…금융지주사 러브콜 받을 수 있을까
2금융권에선 연초부터 현재까지 M&A 이슈가 한창이다.
우여곡절끝에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 패키지 매각에 나섰으나,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여파로 보험사 M&A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우리금융은 비은행 M&A에 적지 않은 관심을 내비쳐왔다. 실제 지난 8월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을 합병해 우리투자증권을 출범하기도 했다.
표류하는 보험사 매물들도 넘쳐난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눈길을 줬다가 발을 빼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손해보험이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지난 6월 진행된 롯데손보 본입찰엔 외국계 투자사 1~2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매각 우선협상자대상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자로 떠올랐던 곳은 우리금융이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롯데손보 지분 인수를 검토하면서, 지난 4월 롯데손보의 공개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28일 진행된 본입찰에는 결국 참여하지 않으며 롯데손보의 매각도 함께 불발됐다.
인수 포기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컸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추측이다.
또 다른 보험사 매물인 MG손해보험은 최근에서야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됐다.
아직 매각 절차가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가 선정되면서 새로운 주인의 가닥이 잡히고 있는 분위기다.
MG손보의 매각을 주도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는 지난 9일 "지난 2일 2개사로부터 인수제안서를 접수받은 바 있다"며 "동 2개사를 대상으로 자금지원요청액, 계약 이행능력 등에 대해 심사한 결과, 메리츠화재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1개사는 자금조달계획 미비 등의 사유로 차순위 예비 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예보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 된 이후 약 3년간 3차례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금융지주사, 은행, 보험사, PEF(사모펀드) 등에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나, 최종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곳은 이번 수의계약 절차에 참여한 2개사에 불과했다.
이 외 지난해 여섯번째 매각에 나섰다 실패한 KDB생명도 꾸준히 보험사 매물로 거론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롯데카드가 2년만에 다시 매물로 나오며 금융지주사들의 러브콜을 받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절치부심 밸류업… '12.3 내란' 사태에 '와르르'
이 밖에 금융지주사는 올해 밸류업 이슈로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특히 KB금융이 밸류업에 공을 들이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은 지난 9월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100대 밸류업 지수 편입 기업에 탈락해 금융권의 충격을 던졌는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으로 밸류업 계획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례로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 10월24일 열린 IR 영상에 직접 나와 밸류업 방안을 발표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K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은 올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은 내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내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같은 달 25일 논평을 내고 "KB금융의 밸류업 계획 난이도를 감안할 때, 9월24일 코리아 밸류업지수에서 KB를 제외시킨 거래소는 오히려 KB에게서 밸류업 기본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호평을 날렸다.
이에 KB금융의 주가는 밸류업 발표 하루 후인 지난달 25일 10만1000원을 찍으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여파로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매도한 금액은 총 1조85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 기간 KB금융은 외국인 지분율이 78.14%에서 77.19%로 감소폭이 4대금융 중 가장 컸다. KB금융의 주가 역시 계엄령 선포 이후 사흘동안 약 15.7%가 빠지면서 4대금융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계엄 사태 여파로 변동성을 보였던 금융시장을 안정화 하는 것이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금융사들의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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