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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실적'에도 웃을 수 없는 케이뱅크… 내년 초 IPO 흥행엔 여전히 의문부호

권유승 기자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케이뱅크가 내년 초 세 번째로 상장(IPO)시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흥행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강화될 경우 수익성에 타격이 예상되는 데다 이의 대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대출 확대 역시 최근 내수 부진으로 대출건전성에 악영향만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0.2% 늘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특히 3분기 순익은 37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0.6% 늘었다. 3분기말 수신 잔액과 여신잔액도 각각 22조원과 16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 26.4% 늘었다.

이같은 역대 최대 실적에도 불구, 내년 초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를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번에 케이뱅크가 여신부분에서 호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담보대출 영향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케이뱅크의 3분기말 전체 대출 중 담보대출의 비중은 51.8%로 출범 후 처음으로 50%를 넘겼다.

케이뱅크의 3분기 아파트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잔액은 각각 4700억원, 2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아파트담보대출은 잔액 증가분의 70%가 기존 대출을 더 유리한 조건으로 갈아타는 대환대출로 이뤄졌다.

정부의 대환대출 인프라 시행 덕에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외형과 수익성을 상당 부분 끌어올렸다는 의미다. 외부 환경에 기댄 '실적 거품'이라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만은 못한 상황이다.

주담대는 확실한 담보물이 있는 대출인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기 힘든 안정적인 수익원이다. 그러나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 기조가 계속되면 이 부문의 성장을 더 이상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 케이뱅크도 최근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의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둔화 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8월 아담대 금리를 다섯 차례 올린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도 추가로 가산금리를 인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케이뱅크는 개인사업자대출(SOHO)과 중소기업대출(SME) 등 기업 대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 시장을 선점해 지속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8월초 인터넷은행 최초로 최대한도 10억원의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인 ‘사장님 부동산담보대출’을 출시했고 9월말 후순위 대출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대환대출 고도화와 취급 담보 종류 확대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역시 지난달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이후 수익성 확보 전략으로 기업대출 진출 등을 꼽았다. 최 행장은 "가계금융, 기업금융, 플랫폼 비즈니스를 3대 축으로 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며 "SME·SOHO를 대상으로 '사장님 부동산 담보 비대면 대출'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청사진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은 담보가 확실한 '주담대' 보다 부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주들의 연체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연체율 상승을 막겠다는 게 은행측 입장이지만, 실제로 국내 은행권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연체액과 부실여신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은행연합회 은행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의 연체대출 잔액이 6월말에 비해 약 1조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무려 2조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중소기업만 따로 떼어보면 1년 새 고정이하 여신이 2조4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특히 SOHO의 폐업이 늘고 있어 부실 위험도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평가정보와 한국신용데이터 자료를 보면 올 3분기 은행권 개인사업자 연체대출 잔액(10일 이상 이자·원금 연체 기준)은 무려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케이뱅크의 올 상반기 SOHO 연체율도 1.47%로 전년 동기 대비 1.23%p 상승했다.

최근의 성과를 이어가기는 어려운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은 자리를 못잡은 케이뱅크의 현재 상황은 당장 목전에 둔 IPO의 흥행에 먹구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22년 상장을 추진했던 케이뱅크는 지난달 30일 증시에 입성할 계획이었으나, 18일 돌연 상장 철회를 발표하고 내년 초 다시 IPO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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