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게 'AI 원주민' 되겠다는 카카오...성능 발표는 '소심하게'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지난 22일 자체 개발한 통합 인공지능(AI) 플랫폼 '카나나(KANANA)'를 공개한 카카오가 조직문화도 'AI 네이티브(Native, 본질적인·원주민)'로 전환 중인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카카오가 최근 주요 경쟁사들 대비 AI 혁신 및 사업 전환에 뒤졌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우선 내부에서부터 'AI DNA'를 심고 추격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구체적인 경쟁력을 강조해야 할 대목에선 소극적 태도를 보여 일부 아쉬움을 남겼다.
AI 네이티브 대전환, 탐색 마치고 혁신으로
카카오의 네이티브 AI 전략은 '이프카카오(if kakao) AI 2024' 행사 2일차인 23일 키노트에서 정규돈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직접 발표했다.
정 CTO는 "현재 엄청난 자본력을 바탕으로 급진적 AI 기술 발전이 이뤄지는 (세계 AI 산업) 모습을 보며 어떤 대응을 할지 기대와 두려움도 느껴진다"며 "이를 위해 카카오는 AI 네이티브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전환 과정의 측정 및 관리를 위해 카카오 자체적으로 AI 네이티브 성숙 레벨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네이티브 AI 성숙도 레벨은 ▲탐색 ▲적용 ▲혁신 ▲일상으로 구분된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지난 2년여의 탐색 단계를 거쳐 적용 및 혁신으로 나아가는 단계다.
탐색은 우선 사내에 AI를 전파하고 임직원들이 관련 경험을 직접 축적하는 시기다. 정 CTO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려면 먼저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사내 철학에 근거한 것"이라며 "사내 교육 및 세미나, 테크톡, AI 해커톤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육은 지금까지 50% 정도의 직원이 수강했고 계속 진행 중인 만큼 조만간 대부분의 직원이 AI 학습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적용을 위해서는 성공 사례 확보가 중요하다며 카카오 내부 시스템에 적용된 'AI 버디'와 '코드 버디'를 소개했다. AI 버디(Buddy, 친구)는 기존에 '아지트', '위키', '지라' 등으로 분산됐던 사내 지식 베이스를 통합해 필요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툴이다.
코드 버디는 사내 개발자들의 PR(코드 변경 요청)을 리뷰를 돕는 AI 도구다. 카카오와 같은 대기업에선 하루에서 1000건 이상의 PR 업데이트가 이뤄지는데, 복잡한 세부 프로세스를 AI로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기존에 사람이 작업했던 코드 평가와 개선된 코드 제안까지 AI가 대신할 수 있다.
나아가 전체 AI 개발 프로세스 효율화를 위한 '카카오 AI 플랫폼(KAP)'도 공개했다. 데이터 준비, 모델 트레이닝, 검증, 배포 등 역시 단계별로 많은 수작업이 필요했던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개발자들이 더 쉽고 빠르게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서비스 운영 안정화를 위해선 자체 기술로 구축한 '매트릭스 AI(Matrix AI)' 기술을 적용 중이다. 카카오의 전체 서비스 아키텍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과거 이력 중 유사한 사례를 찾아 이를 기반으로 예상 원인과 가장 적합한 조치를 담은 리포트를 개발자에게 발송한다. 이로써 각종 장애 발생 전 조치나, 장애 후에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최근 몇 년 사이 '카카오톡 먹통' 등 장애 사례가 빈번했던 점을 고려하면, 메트릭스 AI가 향후 서비스 안정성 강화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기대가 따른다.
카나나 "해외 AI모델보다 앞서" 그런데…비교 대상이 누구?
카카오 네이티브 AI 전략은 대외 공개한 서비스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밀접하게 지원하는 '혁신'과 '일상' 단계로의 진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이프카카오에서 공개된 카나나는 이 같은 혁신과 일상으로의 진화를 담당할 핵심 무기다. 이를 의식한 듯, 이어진 김병학 카나나 알파 리더의 발표에선 '카나나의 성능이 경쟁사들 대비 얼마나 뛰어난지' 강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었다.
카나나는 현재 모델 사이즈에 따라 언어모델(LLM) 3종과 멀티모달 언어모델(MLLM) 3종, 비주얼 생성 모델 2종과 음성모델 2종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는 ▲최근 값비싼 AI 개발 및 운영비용 효율화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AI를 대형, 중형, 경량화 모델로 구분하는 것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 텍스트 외 정보를 더 고품질로 처리하기 위해 전용 모델을 개발하는 트렌드와 다르지 않다. 김 리더도 "카나나 개발의 중점은 고성능, 투명한 학습 데이터 활용과 더불어 실제 서비스 운영에 최적화된 비용 효율적 모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발표에선 카나나 주요 모델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쟁 모델 대비 앞섰는지 알 수 없었다. 벤치마크 비교 결과를 제시한 거의 모든 장표에서 경쟁사를 'A사', 'B사' 정도로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부 수치 없는 그래프 비교 형태로, 구체적으로 얼마나 앞섰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이날 유일하게 비교 대상이 공개된 건 카나나 에센스 경량 전용모델 성능 평가 장표였다. 오픈AI의 GPT-4o 대비 'RAG 92%', '펑션콜 92%', '요약 106%'로 표기됐다. 이외에 김 리더는 대부분 "경쟁 모델과 비슷하거나 앞섰다" 같은 늬앙스로 설명해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이는 올해 전세계 AI 모델 성능 경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진 분위기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신모델 공개 시마다 주요 경쟁사 모델을 노골적으로 언급한 벤치마크 비교 자료를 내놓는 것과 비교해 의아함을 남겼다.
이런 직접 비교 전략은 기업 간 마찰이 따를 위험도 있지만, 빅테크들이 이를 감수하는 건 이미 시장에서 주요 AI 모델 성능이 사용자 체감이 어려울만큼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시점에 AI 경쟁에서 확실한 차별화, 시장 어필을 위해선 수치화된 벤치마크 점수 우위를 공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더군다나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코지피티(Ko-GPT) 2.0 등 자체 개발 AI 모델의 공개가 계속 연기돼 시장의 우려를 산 일이 있다. 게다가 올해는 카카오의 주요 AI 개발인력들의 잇따른 퇴사 소식까지 전해져 뒤숭숭함을 더했다. 이때 뒤늦게 공개되는 카나나의 '한방'에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기에, 이날 카카오의 '소심한 어필'은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이 같은 실망감을 반영하듯 이프카카오 개최 전날인 21일 3만9400원이었던 카카오 주가는 개최 1일차인 22일 3만7350원으로 급락, 2일차인 오늘은 미세하게 회복한 3만7700원에 그쳤다.
앞으로의 관건은 향후 다각적 검증이 이뤄질 '실전'이다. 김 리더는 발표 말미에 "카카오가 글로벌 AI 모델들과 동등한 성능을 보유했지만 핵심 가치는 단순 성능보다 사용자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실용적 서비스가 되는 것에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날 강조한 고성능, 가성비, 투명성, 실사용성 등 사업성을 좌우할 여러 측면에서 카나나가 얼마나 차별화된 '뒷심'을 보일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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