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광저우 LCD 매각 자금 어디로?… LGD, 8.6세대 OLED 투자 '신중 모드' [소부장디과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중국 CSOT에 매각하면서 자금 활용 방안에 이목이 쏠린다. 경쟁사들이 8.6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재무개선이 시급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26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중국 광저우 대형 LCD 패널과 모듈 공장 지분을 CSOT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매 대금은 108억위안(약 2조300억원)이며, 처분 예정 일자는 2025년 3월 31일이다. LG디스플레이는 공시를 통해 이번 지분 매각의 목적을 "대형 LCD 생산법인 지분 매각을 통한 OLED 사업 중심으로의 사업 구조 개선"이라고 밝혔다.
이번 매각으로 확보한 약 2조원의 실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대형 OLED 패널 분야에서는 강자로 자리 잡았으나, 중소형 OLED에선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떨어져 추가 투자 필요성이 대두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가 일제히 8.6세대 OLED(2290㎜ × 2620㎜) 생산 구축을 발표, 중소형 OLED에 힘을 주고 있어 LG디스플레이도 서둘러 8.6세대 OLED 투자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2조원의 현금 확보에도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OLED 투자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순차입금은 10조7628억원에 육박, 비율은 194% 수준에 달한다.
순차입금 비율은 통상 20% 이상을 적정수준으로 보는 것을 고려하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은 나쁜 상태로 평가된다. 회사는 앞서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순차입금 규모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직접 언급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도 하락한 상태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말 LG디스플레이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회사가 추가적인 차입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수장 정철동 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최우선 과제가 재무 건전성 개선이라고 꼽았던 만큼, 확보한 현금을 신규 투자보다는 재무 건전성 개선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 사장은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품질과 생산, 원가 등을 개선시켜 빠른시간 내에 턴어라운드 하겠다"라며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LG디스플레이는 조직을 축소하고, 일부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무 건전성 개선에 활용한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6세대 OLED(1500㎜ × 1850㎜) 라인의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8.6세대 OLED 투자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당장 8.6세대 OLED에 전격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언급했다.
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LG디스플레이가 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8.6세대 OLED 투자가 향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투자 시기와 규모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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