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사전지정’ 철회한 공정위, 고뇌 느껴지나 한계 여전”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시장지배력이 큰 거대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계획을 밝힌 지 1년도 채 안 돼 업계 반발에 부딪혀 좌초됐다.
공정위는 현행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플랫폼들의 법 위반 행위가 발생한 경우, 규제 대상 여부를 ‘사후추정’하기로 한발 물러섰다. 다만 학계에서는 수정된 규제 방향성 역시 한계가 뒤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개최한 ‘2024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 컨퍼런스’에서 이러한 플랫폼 법 개정안에 대해 “공정위 고뇌가 느껴진다”며 “표면적이나마 사전규제를 피한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제시된 ‘사후추정’ 방식이 대강의 점유율과 이용자 수만을 기준으로 규율 대상을 정한다면 사전규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사후추정 자체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도 있다.
박민수 교수는 “엄밀한 점유율 산정이 요구되고 기업 항변권이 충분히 보장되면 신속한 법 집행이라는 개정 취지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거대 플랫폼 4대 행위가 무조건 경쟁제한적이라는 전제는 잘못이고, 경쟁제한적인 해당 행위는 법 개정 없이도 제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갑을분야(플랫폼-입점업체) 관련해서는 이미 대규모유통업법이 기업 혁신을 막고 소비자에게 규제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비판을 받는 차에 해당 규제를 받지 않은 사업자들을 그 규제 범위에 넣음으로써 규제를 하향 평준화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공정위가 발표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방향’에 따르면 플랫폼 시장에서 법 위반행위가 발생할 경우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을 사후 추정한다.
구체적인 규율 분야는 ▲중개 ▲검색 ▲동영상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운영체제 ▲광고 6개 서비스다. 규율 대상은 ▲1개 회사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이거나 ▲3개 이하 회사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이고 각사별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으로 독과점력이 공고한 경우 연매출 4조원 초과 플랫폼이다.
이들 규율 분야에서 4대 불공정행위인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가 발생했을 때, 해당 기업이 독과점력이 공고한 경우의 연매출 4조원 초과 플랫폼이면 규제를 받는 셈이다. 규제 대상으로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는 국내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 해외 기업은 구글과 애플 등이다.
박 교수는 바람직한 온라인플랫폼 규제 방향으로 ▲일반경쟁법을 통한 경쟁제한행위 규율 ▲플랫폼 관련 사건 처리 역량 강화 ▲자율규제 통한 이용자 보호 강화 세 가지 측면을 꼽았다.
박 교수는 “플랫폼 간 경쟁제한행위와 플랫폼과 이용 사업자 간 불공정 거래는 이미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다수 규율 중”이라며 “(문제 대응 신속성을 위해) 플랫폼 관련 사건 분석 및 처리를 위한 조직과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 그가 경쟁당국 전체 인원 대비 경제 분석가(경제/통계/CS) 비율을 계산한 결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DOJ)는 약 7%, 유럽연합(EU) 경쟁총국은 3.5%인데 반해 한국 공정위는 1% 수준에 그쳤다.
박 교수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하는 자율규제기구 외에도 자체적인 자율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 관련 사건 처리 신속성과 엄밀성을 동시 제고한다면 플랫폼 시장 경쟁 산업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기존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및 방송 시장 경쟁상황을 평가하고 있는 만큼, 플랫폼 서비스 분야별로 시장지배력을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포괄 분석해 경쟁법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관련 정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전문 규제뿐만 아니라, 진흥 정책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박 교수는 “가령 반도체 산업은 정부가 지원하는 게 당연시되는데 플랫폼 혹은 인공지능(AI) 등 분야는 글로벌 사업자들에 대항해 로컬(지역) 시장을 키우자는 이야기가 왜 소홀한지 의문”이라며 “규제 거버넌스 형식보다는 규제 창구를 단일화해 일관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컨퍼런스는 과기정통부(디지털플랫폼정책포럼)를 비롯해 정보통신정책학회, 한국산업조직학회, 한국경쟁법학회,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한국미디어경영학회 5개 주요 유관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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