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 재발 막아야” 한목소리…공정위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향은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몬·위메프 등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수많은 입점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온라인 중개거래 시장에 대한 신뢰도 급감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이번 사태의 재발을 원천 방지하고 온라인 중개거래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관계부처 협의, 업계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협력정책관(국장)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청회’를 통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중 적용 대상 사업자 기준 정산 기일 규정 및 별도 관리 의무는 이번 사태 예방을 위해 반드시 도입이 필요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다만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우선 정부안으로 복수의 안이 마련됐다. 공정위는 이날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들 및 관련 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최종 정부 입장을 정할 계획임을 드러냈다.
먼저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의 적용대상으로, 재화 또는 상품권 포함 용역을 중개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규모유통업자로 의제했다.
이때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은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 정의가 원용됐다. 전자상거래법(전상법) 제2조 제4호에 따르면 통신판매중개란 사이버몰 이용을 허락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래 당사자 간 통신판매를 알선하는 행위를 말한다.
규율 대상업체 규모 기준에 대해서는 복수안이 제시됐다. 정부는 규율 대상업체 규모 경우 관련 입법례 등을 참고해 중개거래수익 또는 중개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정하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중개거래수익은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가 중개 사업을 통해 얻게 되는 실제 수익으로, 수수료 또는 광고비 등의 매출을 뜻한다. 반면 중개거래금액은 국내 입점 사업자들이 해당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통해 국내에서 판매한 총액을 의미하기에, 수익과는 의미가 다르다.
선 국장은 “예컨대 갑이라는 입점업체가 A라는 중개거래 플랫폼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100억원어치의 상품을 판매하고, 중개 수수료로 10%인 10억원을 지불한 경우를 상정하면, 여기서 A를 통해 판매된 총액 100억원은 A의 중개거래금액이 되는 것이고, 갑이 온라인 플랫폼 사용 대가로 A에 지불한 10억원은 A의 중개거래수익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러한 개념화의 두 가지 복수안을 마련했는데, 먼저 제1안은 연 중개거래수익 100억원 또는 연 중개거래금액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법 적용 대상으로 포섭하는 안이다. 제1안 경우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사업자로 의제해 관련 규정을 적용하는 것인 만큼, ‘대규모’라는 기준도 현행법상 기준과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측면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제2안으로는 연 중개거래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연 중개거래금액 1조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이다. 이는 중소플랫폼 규제로 인한 혁신저해 우려 등이 고려됐다.
선 국장은 “이를 통해 규율 대상 업체를 정하는 경우, 몇 개의 업체가 포함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물론 중개거래 수위 또는 중개 거래 규모에 대한 정확한 파악은 관련 자료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제1안 경우 약 30~40여개, 제2안 경우 20개 내외 정도의 업체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 국장은 정산기준일 및 기한에 대한 화두도 던졌다.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들이 판매 대금을 받아서 관리하는 경우, 입점업체들에게 언제까지 대금을 정산해 줘야 하는지를 정하는 문제다.
공정위는 온라인 중개거래에 대해서도 전통적인 소매업과 마찬가지로 대규모유통업법을 통해 정산 기한을 정할 방침이다. 기본 방향은 대규모유통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특약 매입 등 전통적인 소매업에 대한 정산 기한, 즉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40일보다는 짧게 규정할 계획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들에게 적용되는 정산 기한 관련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정산 기한은 다양하게 설정돼 있었는데, 빠르게는 구매 확정일로부터 1, 2일에 정산해 주는 경우도 있는 반면, 경우에 따라서는 월 마감을 하고 나서도 20여일 후에 정산해 주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이번 문제가 된 위메프 경우 월 마감 후 익월 7일에 정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정산이 최장 67일까지 걸리는데, 입점업체들은 재화 등을 판매하고 나서도 판매 대금을 일정 기간 후에나 받을 수 있게 돼 그 기간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거나, 또한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들이 이번 사태와 같이 길어진 정산 기한을 이용해 자금을 유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제1안으로는 구매확정일로부터 10~20일 이내, 제2안으로는 월 판매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다. 단, 현실에는 다양한 유형의 상품이 존재하고, 결제 수단별 대금흐름의 차이가 존재하는 등 거래 실태를 개정안에 반영할 필요성을 고려해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같이 정산 기한을 정하는 방안과 함께, 판매 대금을 안전하게 별도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기본적인 방향은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이 판매 대금을 직접 받아 관리하는 경우에는 판매 대금을 별도 관리하도록 해 플랫폼 사업자가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선 국장은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이 판매 대금을 직접 수령하는 경우, 플랫폼에 귀속되는 금액을 제외한 부분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는 의무를 플랫폼에게 부과할 계획”이라며 “별도 관리의 방법은 제3의 계좌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별도 관리되는 자금에 대해서는 상계·압류하거나 양도 담보 제공을 금지함으로써 안정성을 높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별도 관리 관련 기타 규정은 전금법상 선불충전금, 별도 관리 조항 등 유사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루프홀(빠져나갈 구멍)이 없도록 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규제의 적용은 업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법 개정 시 규칙을 통해 시행 시기 조정 및 경과 규정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산 기한은 ▲구매확정일로부터 10일 또는 20일로 하는 안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로 하는 안을, 별도 관리 비율은 100% 안과 50% 안이 복수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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