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지난 5년 핀테크 동향 분석해보니…삼정KPMG, "AI, 핀테크 생존과 직결"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고금리,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등 위험 요인에 따른 핀테크 생태계 투자 위축 현상이 장기화 중인 가운데, 삼정KPMG가 지난 5년간의 시장동향 분석 및 국내 핀테크 산업의 리빌딩(Rebuilding, 재구축) 방안을 제언했다. 이번에 특히 주목할 점은 전문가 경험에 기반한 자체 분석 외에도 앞선 시장 보고서 분석에 챗GPT를 적극 활용한 대목이다.
삼정KPMG는 28일 동대문디자인프라자(DDP)에서 진행 중인 코리아핀테크위크 2024 컨퍼런스홀에서 'AI 기반의 핀테크 리빌딩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윤희상 삼정KPMG 부장은 회사가 2019년 이래 매년 발표한 국내외 핀테크 동향 보고서와 각종 발표 자료를 챗GPT로 분석한 결과물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보고서는 각각 약 200페이지 분량으로, 매년 핀테크 시장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담고 있지만 사람이 직접 정보를 탐색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고서와 같이 잘 정제된 데이터, 챗GPT처럼 고급 데이터 분석 기능을 제공하는 AI를 활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윤 부장은 "지난 5년치 핀테크 동향 리포트와 키노트 발표 자료를 AI 챗봇이 잘 읽고 해석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챗GPT로 분석해본 결과"라며 "적절한 답변 추출은 물론, 해당 데이터를 인포그래픽 리포트로 재생성하는 것도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시연 영상에 따르면 챗GPT는 총분량으로 약 1000페이지에 달할 5년치 보고서에서 연도별 보고서 핵심 키워드(언번들링, 리번들링, 오픈파이낸스, 글로벌 진출, 생성형 AI)를 즉각 도출해냈다. 다음으로 이를 보고서 생성 챗봇에 인포그래픽 형태로 요청하자, 챗봇은 곧장 데이터 구조화 및 요약과 디자인 작업을 위한 HTML 코딩 작업을 스스로 진행한 결과물을 내놨다.
윤 부장은 이외에도 AI를 활용하면 보고서 내 주요 키워드에 대한 상세 설명 및 관련 인포그래픽 생성, 이전 보고서와 달라진 점 파악 등 다양한 분석 및 시각화 작업을 빠르게 자동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최근 조직 내에서 AI를 잘 쓰는 기업과 아닌 기업의 차이는 축적된 데이터의 양과 품질, 이를 가공해 AI에게 제공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좌우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특히 삼정KPMG처럼 매년 다양한 주제에 대한 방대한 연구 보고서 발간, 컨설팅을 수행하는 조직이라면 해당 역량에 따라 조직 운영과 비즈니스 효율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삼정KPMG는 이런 추세에 발맞춰 올해 초 국내 최대 규모(200여명)의 AI센터를 설립하고 자체적인 AI 활용 방안 연구, AI 도입 기업에 대한 다각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윤 부장의 발표도 그 중 일부 활용사례를 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적극적인 성공사례 벤치마킹, 정부 정책지원이 중요
이어 김준 KPMG 디지털본부 이사가 보다 구체적인 AI 기반 핀테크 산업 리빌딩 전략을 발표했다. 김 이사는 "현재 전세계 핀테크 시장은 기업에 대한 보수적인 투자 기조, 핀테크 기업 옥석 가리기가 심화 중"이라면서도 "전체 투자 규모 감소에도 투자 건수는 증가한 특이점이 있다. 이는 불확실성 증가에 따라 투자사들이 빅딜보단 분산 투자로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가운데 AI는 핀테크 기업의 투자 유치 및 생존에 직결된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국내 핀테크 기업들도 스케일업을 위한 사업 다각화와 해외진출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스케일업 성공을 위해선 기업이 보다 적극적인 유망사례 벤치마킹,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날 김 이사가 사례를 소개한 해외기업은 미국의 인튜이트(Intuit), 영국의 피나스트라(Finastra), 싱가포르의 프로퍼티 구루(Property guru), 일본의 레이어X 등이다. 핵심 서비스는 각기 다르나, 공통점은 현지의 B2C, B2C단 실사용자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해주는 AI 복합 핀테크 서비스로 큰 호응을 얻은 점이다. 예컨대 프로퍼티 구루의 경우 도심 내 건물 사진을 찍으면 실시간으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해줌과 더불어, 매물 거래 지원을 위해 생성형 AI로 홍보영상까지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해 성공한 사례로 소개됐다.
이와 함께 국내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역할로는 해외판로 개척 지원, 정책적 공유 인프라 확대 추진이 거론됐다. 모범사례로 꼽힌 영국과 싱가포르는 오픈 파이낸스와 데이터 개방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AI 모델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정부 주도로 AI 모델을 테스트하는 인프라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해외진출 시 현지 바이어, 수요 발굴에 가장 큰 애로사항을 겪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고 언급됐다.
김 이사는"현재 핀테크 시장이 많이 위축돼 있으나 AI 기술의 지속 성장을 발판 삼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업은 고도화된 AI 기술 활용 노력과 적극적인 해외 스케일업 노력을, 정부는 이런 기업들의 리빌딩 지원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보다 확대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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