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가 그리 많은데...AI가 매출 예측도 가능하다고? [세상에 이런 AI]
지금은 'AI everywhere(모든 곳에 스며든 AI)' 시대라고 하죠. 이미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 AI가 융합된 것 같지만, 세상엔 여전히 정말 신기한 아이디어와 실용성을 겸비한 AI 서비스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과연 AI의 한계는 어디일까요? '세상에 이런 AI' 시리즈로 추적합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최근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본사와 점주들 간 다툼이 세간의 큰 화제였습니다. 점주들은 계약 당시 본사가 월 3000만원의 매출을 보장했으나 실제로는 그 절반에 불과했다는 주장이었고, 본사는 그런 보장을 한 적이 없다며 팽팽히 맞섰죠. 사실 지역별 상권의 변수는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데, 모든 점포의 특정 매출을 약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긴 합니다.
하지만 현재진행형인 이 논란과 별개로, 다른 한편에서는 실제로 인공지능(AI)이 사람을 대신해 점포별 매출을 예측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올해 창업 6년차인 프롭핀테크 스타트업 '오아시스비즈니스(이하 오아시스)', 그들이 개발한 매출예측 AI '머니뷰어' 이야기인데요. 연대중 오아시스 사업총괄을 만나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일단 매출 예측의 적중률부터 살펴볼까요? 오아시스가 실제 유명 편의점 브랜드 A사와 신규점포 매출예측 모델을 구축해 본 사례 기준으로 오차범위는 ±20%, 신뢰도는 95%였습니다. 예컨대 AI가 예측한 월매출이 1000만원이라면 최저 850만원에서 최대 1150만원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신뢰도 95%는 이런 추정을 100번 할 때 95번은 오차범위에 적중했단 얘기죠.
언뜻 보면 오차범위가 다소 커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상대적 관점에서 부동산과 상권에 영향을 미치는 무수한 변수를 고려하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서두에 소개한 사례만 봐도 점주들이 분노한 건 약속받았다는 매출과 실매출의 격차가 -50%에 달했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럼 AI는 어떻게 예상매출을 분석해낼 수 있을까요? 기본적인 답은 수많은 변수에 대응하는 '데이터' 확보에 있었습니다. 연 총괄에 따르면 국가가 실제 데이터를 관리하고 제공하는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은 데이터 수집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반면 상가, 점포 등 상업용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등기상 공개되는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죠.
오아시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다양한 사업으로 영양가 있는 실데이터를 확보하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선 '크레마오'란 상업시설 분양가 자동분석 솔루션, 가게 매출 데이터와 임차사업장 계약 정보를 입력하면 AI 추정 권리금을 확인할 수 있는 '권리머니' 등 자체 서비스가 바탕이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매출예측 AI PoC(개념검증)을 진행하는 동안 파트너사로부터 확보하는 프랜차이즈 매장들의 여러 매출 관련 데이터와 여신금융협회에서 확보하는 카드매출 데이터도 도움이 됐고요.
끝이 아닙니다. 한층 상세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올해는 정부 블록체인 사업 과제에 참여하면서 홈택스(Hometax) 정보도 활용 가능하게 됐죠. 홈택스는 세금계산서 처리, 연말정산 등 사업자들이 제출하는 다양한 양질의 데이터가 모이는 정부 플랫폼입니다. 또한 이쯤 되면 상권과 점포분석 측면에서 수치적으로 확보 가능한 정형데이터는 거의 다 모았다고 볼 수 있죠.
다음은 이제 AI가 활약할 차례입니다. 현세대 AI의 가장 큰 기술적 강점은 수많은 데이터에서 인간이 찾아내지 못하는 특정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결과물을 추론해내는 능력입니다. 이를 극대화하려면 양질의 데이터가 많을수록 좋고, 이를 기반으로 정확한 분석을 명령하기 위한 사용자의 노하우도 중요합니다.
이때 노하우는 일종의 '비법소스'와 같은데요. 연 총괄은 "기본적으로 업종별, 지역별 데이터 특성에 따른 경향 분석을 하지만 그것만으론 실제 데이터와 차이가 난다"며 "여기에 우리가 오랜 시행착오로 확보한 특정 시나리오별 계수값 등을 적용해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정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기존 상권분석이 전문가 직관에 의존했다면, AI 시대엔 먼저 가설을 세운 뒤 직감적 요소를 계수로 변환하고, 이를 AI 모델에 넣어 실험하며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칠 수 있게 됐다는 거죠. 종합하면 매출에 관여하지만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한데 모으는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간 전문가와 AI의 협업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매출 예측 서비스조차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외에도 머니뷰어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는 ▲업종별(음식, 서비스, 도소매, 교육 등) 매출 추정치 및 지역 레벨별 통계 ▲인근 경쟁점 추정매출 기반 예측 ▲유동인구 ▲인구분석 ▲요일 및 시간대 추이 ▲휴·폐업지수 측정 등 굉장히 다양합니다.
오아시스는 이를 기반으로 B2B(기업간거래)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요 사업모델은 점포 출점 이전에 매출 예측을 원하는 프랜차이즈 본부들과의 협업인데요. 단순 매출예측 서비스 회사로 남는 게 아니라 향후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핀테크 사업 전반을 바라본다고 합니다.
그중 흥미로운 건 '대안신용평가'입니다. 연 총괄은 이를 "소상공인들이 대출받기에 유리하도록 주변 부동산과 상권 활성화에 대한 예측 정보를 은행에 제공하고 대출 중개료를 받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은행은 대출에 앞서 다양한 형태로 대출신청자가 빛을 갚을 능력을 판단하고 그에 상응한 대출 한도를 정하는데요. 평시 매출과 같은 기존 데이터뿐 아니라 가게의 성장 가능성까지 신용평가의 보완 데이터로 제공하겠단 의미죠.
관련해 연 총괄은 "실제 사례로 을지로의 모 가게는 최근 장사가 잘되어 2호점 출점을 준비하는데 업력이 적어 대출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우리는 그들의 실제 매출이 3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이 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정보를 금융권에 공유할 수 있다면? 투자나 자금이 꼭 필요한 소상공인들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밖에 개인의 노하우와 직감에 의존했던 부동산 감정평가사들이 지금은 머니뷰어 같은 서비스를 경계하지만, 대체가 아니라 그들의 보완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습니다. 그들이 건물 가치를 판단할 때 AI의 도움을 받으면 근처의 다양한 상권 정보를 바탕으로 더 매출이 좋을 업종이 입주하도록 컨설팅하는 것도 더 쉬워지리란 기대죠. 또한 건물의 임대료 증가는 입점한 점포의 매출 상승에도 영향을 받는데요. 향후엔 AI와 같은 도구를 사용해 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경쟁에서 앞설 것이란, 확신에 가까운 전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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