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메기'의 꿈]③ '제4이통 취소' 스테이지엑스, "판교사옥·인력 정리 불가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5G 28㎓ 80㎒폭 주파수를 낙찰받아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려 했던 '스테이지엑스'의 꿈이 산산조각났다. 청문 및 조서·의견서 검토까지 진행한 결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고 지난달 31일 스테이지엑스는 28㎓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그렇다면 스테이지엑스는 이대로 좌초되는 것일까.
◆스테이지엑스, 정리 수순 밟나?
결과적으로 스테이지엑스는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이 취소된 만큼 일정 부분 정리하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다만, 과기정통부의 결정에 대한 가처분 신청 및 손해배상 청구 등 소송 여부에 대한 판단이 우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31일 사업자 선정 취소 당시 입장문을 통해 "이제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행보를 지속할 계획"이라면서도 "과기정통부의 아쉬운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등 회사 차원의 대응은 스테이지파이브를 포함한 관련 주주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도 향후 사업계획이나 법인 정리 등에 대해선 소송 진행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2일 <디지털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가처분 신청 및 손배소 여부는) 논의중이고, (입장문 발표 때와 비교해) 말씀드릴 사항이 아직 없다"며 "스테이지엑스 사업도 (소송과) 관계돼 있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과 관련된 부분은 일부 정리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4월 제4 이동통신 사업 준비법인 설립 당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판교)에 마련한 거처부터 정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스테이지엑스는 준비법인 사무소를 판교타워에 마련하고 공식 사무실을 코리아벤처타운에 두는 형태로 임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사업자 선정이) 취소됐으니 진행중이던 것을 홀딩(멈추는)하는 부분이 있다"며 "(준비법인 및 공식 사무실) 향후 어떻게 될 진 모르지만 (임차 계약 등을) 해지하고 정리하는 형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위해 영입했던 인력도 재배치하거나 정리하는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스테이지엑스는 관련 사업을 준비하며 ▲허비또 상무(전 LG유플러스 NW전략 담당) ▲박송철 전무(전 LG유플러스NW 인프라운영그룹 그룹장) ▲이정호 상무(전 KT 네트워크 부문 무선운용센터장) ▲김지윤 최고기술책임자(전 현대오토에버 CTO) 등 통신업계 핵심 인재 등을 영입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스테이지엑스는 ▲네트워크 본부 ▲서비스플랫폼본부 ▲디바이스본부 ▲마케팅본부 ▲사업조정본부 ▲정책협력본부 ▲기술전략센터 ▲기술협의회로 총 6개 본부, 1개 센터, 1개 협의회로 조직 개편에 나섰지만 사업자 선정이 취소됨에 따라 인력 조정도 불가피해진 상황에 직면했다.
서 대표는 "(스테이지엑스 인력의 코리아벤처타운 체류 여부에 대해선)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스테이지엑스에) 소속된 분들도 이동 및 나가는 것을 결정해야 하는 상태로 (법적 대응 등이) 진행돼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스테이지엑스는 현재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취소로 인해 사무실 및 인력을 정리해야 하는 단계로, 가처분 신청이나 손해배상 소송 여부가 결정될 때 한층 뚜렷한 사업계획이 정해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소송 여부와 실행 시기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 대표는 "(소송 여부 결정에 대한) 시기는 신중히 고민하고 결정할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가처분 신청의 법적 시한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3개월, 손해배상의 경우 3년 이내로 정해져 있어 (일정 등을) 따져보고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대표는 현재 스테이지엑스 법인 청산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응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떤 상황이 되든 (스테이지엑스 법인을) 청산하진 않을 것 같다"며 "아직 (법인 청산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는 데 소송 여부부터 정하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회사 스테이지파이브 IPO 영향은? "순연되겠지만..."
스테이지엑스가 '잠시 멈춤'에 따라 모회사인 스테이지파이브도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도 겸하고 있는 서 대표는 기존 영위했던 풀MVNO(자체 설비를 보유한 알뜰폰) 사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서 대표는 지난 2월 열린 '제4 이동통신 사업 로드맵' 공개 당시, 기존 스테이지파이브가 운영하던 '핀다이렉트'를 고도화해 풀MVNO로 업그레이드하고, 키즈·실버·사물인터넷(IoT) 관련 단말기 등을 자체 개발·유통한다고 밝힌 바 있다. 스테이지엑스가 제4 이동통신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스테이지파이브도 통신 분야에서 연계할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었으나, 사업자 선정이 취소됨에 따라 관련 사업계획을 원점에서 재조정해야 할 상황이다.
서 대표는 "(스테이지파이브는) 원래 하고 있던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스테이지엑스와 연계된 부분도 있지만 이와 별개로 앞서 진행중이던 풀MVNO 사업을 정부 정책에 맞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스테이지파이브의 기업공개(IPO) 계획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앞서 스테이지파이브는 지난 2022년 신한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각각 대표 주관사와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준비에 착수한 바 있다. 예정대로 스테이지엑스가 제4 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됐다면 모회사인 스테이지파이브도 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었지만, 사업자 선정이 취소되면서 관련 계획 조정도 불가피해진 모습이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IPO 일정은) 자연스럽게 순연될 거 같다"면서도 "2022년부터 준비했던 부분이다보니 많이 지연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서 대표는 과기정통부의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청문 절차를 진행하며 법적 요건에 문제가 있다는 걸 확인한 게 없어 결국 행정 권한에 인한 취소로 보이는 데 그런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며 "정부가 큰 사업을 진행할 때 사업자들이 그대로 믿고 갈 수 있는 부분이 있어야 할텐데 (이런 부분에서) 우려가 많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바탕으로 잘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향후 제4 이동통신 사업 재추진을 위해 경제·경영·법률·기술 분야 학계 전문가와 유관기관 전문가들로 연구반을 구성 및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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