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밍 재미 어떻게 늘리지?”… ‘퍼스트디센던트’의 해답, 루트슈터 시장 홀릴까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폐지 줍기(반복 파밍 작업을 낮춰 부르는 말)’가 부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폐지 줍기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퍼스트디센던트’를 통해 이를 재밌게 즐기면 좋겠다. 폐지 줍기를 재밌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무척 고민해 게임을 개발했다.”
넥슨게임즈 주민석 퍼스트디센던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난 21일 판교 넥슨 사옥에서 열린 퍼스트디센던트 미디어 시연회에서 “이용자 피로감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넥슨은 자회사 넥슨게임즈가 개발한 루트슈터 신작 퍼스트디센던트를 오는 7월2일 PC와 콘솔로 출시한다. 루트슈터는 3인칭 슈팅 전투에 역할수행게임(RPG) 플레이가 결합된 장르다. 소위 ‘그라인딩’이라 일컫는 플레이를 통한 아이템 제작과 캐릭터 성장에 핵심 재미를 둔다.
퍼스트디센던트는 올해부터 본격화할 넥슨 글로벌 진출의 첨병이 될 게임이다. 루트슈터는 국내에선 비주류로 통하지만, 관련 게임들이 스팀(Steam) 최다 플레이 게임 순위 상단에 꾸준히 오르내리는 등 글로벌에선 확실한 팬층을 갖춘 장르다.
현재 시장은 차세대 루트슈터 게임을 향한 갈증이 깊다. 까다로운 장르 문법 탓에 2013년 출시된 ‘워프레임’과 2018년 출시된 ‘데스티니가디언즈’가 아직까지도 관련 장르 점유율 선두를 다투는 상황이라서다. 퍼스트디센던트에 국내외 루트슈터 팬들의 이목이 쏠린 배경이다.
실제 퍼스트디센더트는 앞선 이용자 테스트를 통해 여러 측면에서 차세대 루트슈터 게임이 될 잠재성이 엿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크로스플레이 오픈 베타 테스트에선 스팀 최다 동시 접속자 7만7000여명, 누적 이용자 약 200만명, 최고 인기 순위 8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는 위시리스트 5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다만 충성층이 두터운 만큼, 이용자 입맛을 만족시키긴 쉽지 않다. 작년 베타 테스트 후 실시간 대화 등 다양한 소통 창구를 통해 수집한 피드백만 11만건이 넘는다. 그간 다양한 개선사항을 적용하는 데 많은 시간과 땀방울을 쏟아부었다는 게 개발진 설명이다.
넥슨게임즈 이범준 PD는 “퍼스트디센던트는 글로벌에서 오랜 기간 라이브할 수 있는 게임을 고민한 과정에서 나온 게임”이라며 “장르 특성상 위험부담이 큰 결정이었고 장르에 대한 개발 노하우가 많지 않다 보니 개발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용자들의 요구 사항이 많아 테스트 때마다 버전 업이 됐다”며 “대표적인 이동 기술인 ‘그래플링훅’은 피드백을 기반해 강화된 콘텐츠 중 하나다. 슬프지만 스토리도 낼 때마다 갈아 엎었다.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아있지만 많이 개선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는 “순수한 PvE(몬스터전투) 슈터를 만들려고 했다. PvP(이용자간대전) 모드를 추가할 계획도 없다. PvE 슈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런 게임 출시가 그간 적었던 것 같다. 좋은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공급하자는 마음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퍼스트디센더트는 그라인딩과 제작, 수집을 반복하는 루트슈터 문법을 철저히 따른 게임이다. 다만 편의성을 증진해 반복 작업에서 오는 피로감을 줄이고, 수집 요소를 극대화해 차별화를 꾀했다. 출시 시점 퍼스트디센던트에서 수집 가능한 캐릭터(계승자)는 19개, 무기는 22개, 모듈은 500여개가 넘는다. 루트슈터 게임으로는 이례적으로 캐릭터 치장품도 수집 가능하다.
주 디렉터는 “파밍 과정에서 편리성을 어떻게 제공할까, 어떻게 해야 무아지경의 파밍 재미를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루트슈터 플레이어들은 반복된 파밍과 제작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고 생각한다. 장시간 그라인딩에도 피로감이 없도록 다각도 개선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집 피로를 줄이고 단기간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목표 결과물 획득까지 걸리는 시간을 합리적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주 PD는 “내가 목표한 것을 파밍하는 데 일주일이나 걸리면 지칠 것이다. 퍼스트디센던트는 합리적인 시간 안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짰다. 내가 원하는 빌드 하나를 완성하는 데 드는 시간이 길지 않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제공하기 위해 수집 요소도 주기적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주 디렉터는 “우리 게임 엔드 콘텐츠는 결국 수집”이라며 “캐릭터 모듈이나 외장 부품 등 수집거리를 계속 늘리는 것이 첫 번째다. 매 시즌마다 한 달 간격으로 3차례에 걸쳐 업데이트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디렉터는 또 라이트 게이머와 하드 게이머간 격차는 최소화하되, 하드 게이머를 위한 콘텐츠 공급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60시간을 플레이한 캐주얼한 유저도 캐릭터 하나만 잡고 키운다면 100레벨 무기를 얻고 사용하기 충분하다”며 “1000시간을 플레이한 유저는 시즌마다 업데이트되는 콘텐츠를 통해 수집 재미를 확장해 계속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주 디렉터는 “캐릭터와 무기, 모듈 등 콘텐츠를 얼마나 수집했는지 보여주는 ‘마스터리랭크’ 등 레벨 외 별도 성장치가 있어서 고인물의 플레이 동기를 높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필드 콘텐츠 레벨 디자인도 다채롭게 구성해 지루함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주 디렉터는 “‘불렛스펀지(몬스터 HP가 지나치게 높아 천문학적인 대미지가 무의미해지는 현상)’는 재미가 없다. 하다 보면 졸리다. 몬스터가 성장하지 않으면 내가 성장한 것에 대한 보상이 적다”며 “몬스터 체력이나 방어력을 높이기보다는 기믹으로 난도를 높이려 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인스턴스 던전 내 등장하는 ‘모디파이어’에게는 그래플링이나 2단 점프를 사용할 수 없다. 속성 공격력이나 방어력도 조정돼, 파훼하기 위한 특정 조합이 요구된다.
퍼스트디센던트에는 협력 재미를 강조한 다양한 엔드 콘텐츠도 마련됐다. 이중 ‘보이드 요격전’은 1인 혹은 협력 플레이를 통해 거대 보스 ‘거신’을 공략하며 다양한 보상 아이템을 획득하는 콘텐츠다. 출시 시점엔 미공개 거신을 포함해 16종의 보스를 만나볼 수 있다.
이 PD는 “직업군에 의한 파티 플레이보다는 보스 기믹을 깨기 위한 협동 플레이에 중점을 뒀다. 보스 공략 재미에 집중하기 위해 퍼즐이나 플랫포머 요소도 줄였다”며 “계승자 스킬이 활용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코어’를 들고 뛰는 미션에선 빠른 캐릭터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포밍 등의 재미는 인스턴스 던전에서 느낄 수 있다. 요격전 가짓수를 늘려가면서도 인스턴스 던전은 구조적으로 재미있게 설계하고 있다. 지속 보강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글로벌을 겨냥한 게임인만큼, 넥슨은 관련 제반 작업에도 각별히 공을 들였다. 수익모델(BM)을 배틀패스와 꾸미기 아이템으로만 구성했고, 게임 전시회 등을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도 벌였다.
이 PD는 “아무래도 BM에 신경을 많이 썼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크로스플랫폼을 철저히 지원하려고 애썼다. 세계적인 게임쇼에 나가서 게임을 알리기도 했고 인게임 언어도 12개를 지원한다. 더빙도 한국어와 영어를 지원한다. 디스코드 커뮤니티도 개설해 지원한다”고 전했다.
루트슈터 장르에 생소한 국내 게이머, 장르 입문자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이 PD는 “루트슈터 장르가 예상보다 더 코어하더라. 문턱을 낮추기 위해 프롤로그 볼륨을 다시 짜야 될 정도였다”며 “한국 유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에서만 넥슨 플랫폼을 지원한다. PC방에서 진행할 수 있을 만한 이벤트 같은 것도 현재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PD는 특정 게임을 넘어선다는 포부보다, 퍼스트디센던트가 그 자체로 사랑 받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워프레임이나 데스티니가디언즈 모두 잘 만든 게임이다. 같이 잘 먹고 잘 살면 좋겠다”면서 “후배 입장에서 많이 배웠다. 같이 사랑받는 게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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