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리그 54] 사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촬영계약상 사진의 사용기간에 관하여
[법무법인 민후 류시영 변호사] 소위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의 경제적 가치가 증대하면서, 이들을 모델로 한 광고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얼굴을 촬영한 사진을 광고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에 대해 정하지 않았다고 가정하자. 모델의 입장에서는 광고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자신의 사진을 즉시 삭제하길 원하겠으나, 광고회사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광고를 진행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을 것이므로, 결국 둘 사이에는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위 분쟁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내린 판결이 존재하는바, 위 판결문의 내용을 아래에서 소개한다.
2016. 6월경, 광고모델 A는, 장신구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K 회사와 광고를 위한 촬영계약을 체결했다. 즉, A 모델은 K 회사의 촬영모델로서 K 회사의 장신구를 착용한 광고사진을 촬영하고, K 회사는 위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여 홍보를 진행하기로 협의했다. 이때, 촬영사진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K 회사에 있고, 다만 사진의 초상권은 A 모델이 가지기로 합의했다. 그렇게 총 9회의 사진촬영을 했고, 해당 사진을 이용하여 광고가 진행됐다.
그러다 1년 뒤, A 모델은 연예매니지먼트와 연예인 전속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연예인으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준비하던 A 모델은, K 회사가 자신의 얼굴이 나온 사진으로 계속하여 광고하는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에 A 모델은 K 회사에게, 자신의 초상권이 침해됐다고 하면서 자신의 얼굴이 나온 사진을 모두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K 회사는, 위 광고사진은 자신에게 저작권 및 사용권이 있으며, 또한 해당 사진을 이용하여 광고를 진행하기로 A 모델과 합의했던 사안이므로, 위 사진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하는 행위는 부당하다며 반발했다.
A 모델과 K 회사의 위 다툼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툰 부분은, 위 광고용 사진의 “사용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였다. A 모델과 K 회사가 광고를 위한 촬영계약을 체결할 당시, 그 사진의 사용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 지에 대하여 아무런 논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A 모델은, “광고를 위한 촬영계약을 해지한 순간부터 해당 사진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이에 반하여 K 회사는, “해당 촬영계약은 장신구를 판매하기 위한 광고를 하는 데에 목적이 있으므로, 해당 장신구의 판매가 종료될 때까지 사진을 이용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 모델과 K 회사의 중 어느 측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에 대해 고심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A 모델의 편을 들었으나, 2심 재판부는 K 회사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는 등 상이한 판결을 내렸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으로 향했다. 대법원은, 광고모델 사진의 사용기간을 무제한으로 정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A 모델을 촬영한 위 광고용 사진의 사용기간을 명시적으로 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를 무제한으로 볼 수는 없고, 적정한 기간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해당 장신구가 다 판매될 때까지 광고사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K 회사의 주장을 기각했다(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19116 판결).
또한, 대법원은 A 모델의 주장도 일부 기각했다. 파기환송심에서 고등법원은, “광고모델의 일반적인 계약기간이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보이기는 하나, A 모델이 착용한 상품은 장신구로 그 크기‧디자인에 따라 10년 이상 판매되는 제품도 있는 점, 신규모델의 경우 3년 정도 장기계약을 체결하기도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진사용 기간을 A 모델의 주장과 같이 1년 이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으며, 또한, “K 회사는 이 사건 사진의 1회 제품 촬영비용으로 2,000만 원이 넘는 상당한 비용을 사용하였고, K 회사가 A 모델에게 지급한 촬영료는 그 당시 모델에게 지급하던 수준으로 이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그 밖에 A 모델의 촬영 당시 사회적 경험과 지식, 경제적 지위, 촬영의 난이도, 촬영기간, K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 거래 관행 등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고등법원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22. 7. 7. 선고 2021나2027933 판결, 대법원 2022. 11. 17. 선고 2022다264533 판결).
이에 따라, A 모델이 2018. 8. 1.부터 2022. 4. 30.까지 초상권을 침해받았다고 하면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기각하면서, K 회사는 A 모델의 위 사진을 2년 6개월 동안은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정리하건대, 우리 대법원은, 사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광고용 사진의 경우 각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하여 사용기간을 정해야 하고, 만약 사용기간을 무제한으로 하고 싶다면 모델의 개별 동의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 대법원의 판결이 시사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즉, 저작권과 초상권은 전혀 다른 개념이고, 저작권은 초상권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기사가 촬영한 사진의 저작권은 일반적으로 사진기사에게 있다. 그러나 그 사진에 인물의 초상이 담겨 있다면, 사진기사는 그 인물의 동의 없이 그 사진을 이용할 수 없다. 인물의 초상권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게재기간을 무제한으로 설정하는 행위는 매우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우리 저작권법 제35조 제4항에서는, “위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물의 경우에는 위탁자의 동의가 없는 때에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우리 법 체계는 저작물에 대하여 피초상자 또는 피촬영자의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해 저작자의 저작재산권을 제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류시영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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