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리그 51] 유명인의 컨셉 모방과 카피(copy) 보호받을 수 있을까
[법무법인 민후 양진영 변호사] 최근 ‘뉴진스’와 ‘아일릿’의 컨셉 모방, 카피(copy) 여부가 핫이슈다. ‘뉴진스’ 어도어 측은 최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하이브의 레이블 중 하나인 빌리프랩이 발표한 아이돌 걸그룹 ‘아일릿’이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출연 등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어도어 측은 뉴진스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되었고, 어도어가 이룩한 문화적 성과를 다른 레이블이 따라하도록 둘 수 없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뉴진스와 아일릿의 컨셉 카피 분쟁에, 각종 온라인 카페, 블로그, 웹페이지 등에서는 뉴진스와 아일릿을 비교하는 포스팅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은 유사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헤어(긴생머리), 메이크업, 의상, 표정, 사진의 포즈나 인물의 배치(구도), 특정 안무와 대형 등을 지적했다.
그렇다면 과연 유명가수의 ‘컨셉’을 모방하거나 카피한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이것은 비단 가수 뿐만 아니라 특정 유명인의 성명(이름, 예명 등), 목소리, 특징적인 말투, 억양, 표정,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 따라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문제될 수 있다. (최근 웹툰 ‘치즈인더트랩’의 주인공 ‘홍설’의 행동, 옷차림을 그대로 따라하는 '손민수'라는 캐릭터의 이름을 따, 다른 사람의 컨셉을 따라하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로 ‘손민수하다’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컨셉(콘셉트, concept)’는 ‘아이디어’의 영역으로 저작권법 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 다만 전체적인 컨셉이 아닌 컨셉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인 사진저작물, 안무저작물, 음악저작물 등 다른 저작물의 영역에서 실질적 유사성과 의거관계가 인정된다면 침해가 될 수 있다. 저작권침해에 해당하면 손해배상청구, 금지청구, 형사고소가 가능하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영업표지 동 혼동행위, 성과 등 무단도용행위, 아이디어 탈취행위 등이 문제될 수 있다.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청구, 금지청구, 형사고소 등이 가능하다.
먼저, 부정경쟁방지법은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標章),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상품 판매·서비스 제공방법 또는 간판·외관·실내장식 등 영업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을 포함하며, 이하 이 목에서 "타인의 영업표지"라 한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여 타인의 영업상의 시설 또는 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동법 제2조 제1호 나목)”를 부정경쟁행위로 보아 금지하고 있다.
유사사례로서 가수 박상민의 모방공연 사건이 있는데, 법원은 이른바 「‘이미테이션 가수’인 甲이 영리의 목적으로 일반에 널리 알려진 직업가수 乙의 모자, 선글라스, 수염 등 특징적인 외양과 독특한 행동을 의도적으로 모방하여 마치 乙인 것처럼 ‘립씽크’ 방식으로 乙의 성명을 사용하여 나이트클럽 등에서 공연한 사안에서, 乙의 성명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호 (나)목의 ‘국내에 널리 알려진 영업표지’에 해당하지만 乙의 특징적인 외양 등은 위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유명가수의 성명을 사용한 부분은 유죄를 인정하면서, 외양을 유사하게 모방한 부분은 무죄라고 보았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도5897 판결로서 확정).
구체적으로 법원은, 「① 단순히 모자와 선글라스 등으로 치장하고, 독특한 모양의 수염을 기르는 등의 타인의 외양과 타인의 독특한 행동 그 자체는 어떤 사물을 표시하기 위한 기록을 의미하는 ‘표지’로는 보기 어렵고, 단지 무형적이고 가변적인 인상 내지 이미지에 가까운 것이어서, 어떠한 사물을 다른 사물로부터 구별되게 하는 고정적인 징표(徵表)로서의 기능은 적다고 할 것인 점, ② 또한, 이러한 특징적인 외양과 행동까지 ‘영업표지’로 보아 이를 이용한 행위에 대하여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처벌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외양 등에 대하여까지 특정인의 독점적인 사용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이 되어 어떠한 영업표지에 대하여 들인 많은 노력 및 투자와 그로 인하여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성과를 보호하여 무임승차자에 의한 경쟁질서의 왜곡을 막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부정경쟁방지법의 입법 취지와는 거리가 있다고 할 것인 점」을 들었다.
유명한 사람의 특징적인 외양과 독특한 행동은 무형적이고 가변적인 인상 또는 이미지여서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사람의 특징적인 외양에까지 독점적인 사용을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부정경쟁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 판례에 비추어 보면, 동일한 그룹명이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유사한 컨셉의 정도로서는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표지 등 혼동행위로서 제재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일반조항으로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파목)”을 규정하고 있는바, 유명인의 컨셉을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으로 볼 수 있다면 보호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유한 성과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컨셉이 부정경쟁방지법 상 성과로 인정받으려면 이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어야 보호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 컨셉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요소가 전부 발표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일 확률은 낮기 때문이다. 뉴진스 또한 데뷔초기 일본의 모 아이돌 걸그룹의 컨셉이 아니냐는 말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상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가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위 차목의 단서는 “다만, 아이디어를 제공받은 자가 제공받을 당시 이미 그 아이디어를 알고 있었거나 그 아이디어가 동종 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아이디어 탈취를 주장하는 경우에도 피해를 주장하는 측은 아이디어 탈취자가 그 아이디어를 몰랐거나 해당 아이디어가 동종업계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입증해야하는데, 아주 특수하거나 특이한 컨셉이 아닌 이상 이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이 컨셉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컨셉 모방이나 카피를 하는 쪽은 법위반이 아닐 정도의 교묘한 수준에서 카피를 하고 잘못이 없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창작, 예술의 영역에서 컨셉 카피는 분명히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로서 해당 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도덕의식, 윤리의식이 중요하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오리지널리티, 창의성, 진정성 등의 가치가 더욱 인정받고 보호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양진영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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