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구마유시’의 호소… “처음부터 다 같이 열심히 달려보자” [e모션]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대회를 마친 소회를 묻는 질문에 T1의 원거리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민형의 소속팀 T1은 18일(현지시간) 중국 청두 파이낸셜 시티 공연 예술 센터에서 열린 ‘2024 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MSI)’ 브라켓 스테이지 패자조 최종전에서 중국 비리비리게이밍(BLG)에 2대3으로 석패했다. 이날 패배로 19일 열리는 결승전 진출이 좌절됐다.
T1은 이번 대회 BLG 상대로만 2패를 기록했다. 이들은 지난 12일 BLG와 첫 대결이었던 승자조 경기에서 1대3으로 패한 바 있다. 이후 패자조서 팀리퀴드(TL), G2 e스포츠 등 서구권 지역 우승팀을 차례로 꺾고 올라와 재차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끝내 BLG를 넘지 못했다.
경기 후 <디지털데일리>와 화상 인터뷰에서 이민형은 “지난 번 대결에서 패하고 나서 다같이 열심히 준비하고 머리를 맞대 밴픽을 생각해서 비교적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며 “많이 아쉽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시리즈였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민형은 이날 가장 아쉬웠던 세트로 1세트를 꼽았다. T1은 1세트 밴픽 결과물을 성공적으로 내고, 경기 초반 연달아 득점했으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다전제 시리즈에서 1세트 선취가 가지는 의미를 미뤄보면 뼈아프다.
이민형은 “1세트는 정말 머리를 맞대고 준비했다. 그런데 1세트를 지면서 다음 레드 진영에서 전략을 수정해야했다. 1세트를 이겼다면 밴픽이 보다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T1은 레드 진영이었던 마지막 세트에선 상대에게 ‘탈리야’와 ‘세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BLG가 세나를 가져가면서 T1은 탈리야와 ‘노틸러스’로 첫 픽을 꾸렸다.
그러나 BLG가 세나로 탑 라인에 영향을 행사, ‘빈’ 천쩌빈의 ‘카밀’을 성장시키면서 결과적으론 T1의 대패로 이어졌다. 이민형은 “미드 챔피언이 많이 잘린 상황에서 탈리야 티어가 높다고 생각했다. 탈리야-노틸러스로 구성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리즈를 관통하는 패인을 짚어달라는 요청에는 잠시 고민하다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냥 못해서 졌다”고 답하면서 지친 기색을 진하게 드러냈다.
지난 1일 막을 올린 MSI는 더블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열려 빠듯한 일정 속에 치러졌다. 한 차례 패자조로 내려간 T1의 경우 이번 대회에서만 총 6경기를 치렀다.
다만 이민형은 손가락 통증 등 육체적 피로가 다소 있었을 뿐, 대회를 재미있게 즐겼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최상위 컨디션을 유지하려 했다. 크게 힘든 건 없었다. 경기를 많이 해서 재밌었다. 농담이지만 MSI에서 킬 순위도 많이 올린 것 같다”고 웃었다.
실제 이민형은 이번 대회 내내 집중력 높고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라이엇게임즈도 BLG와 경기를 앞두고 공개한 티저 영상에서 BLG의 천쩌빈과 함께 이민형을 각 팀의 기둥으로 포커싱할 정도였다. 이민형은 이번 BLG와의 경기 2세트 ‘드레이븐’을 뽑아 초반 ‘트리플킬’을 기록하는 등 결정적인 득점으로 팀 승리를 견인하기도 했다.
이민형은 “항상 열심히 하는 게 목표다. 매 시즌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임하고 있다. 그 중 한 시즌이 팬 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이민형은 이번 대회가 좋은 경험이었다면서도 작심한 듯 동료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는 “패배를 경험해야만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작년 월즈(롤드컵)도 그렇고 이번 MSI도 그렇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도 있지만 나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원코인’ 시스템 때문인 것 같은데, 처음부터 다 같이 열심히 달려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팀원간 연습량이 차이가 난다는 말은 아니다. 심리적인 부분이다. 분위기의 차이라고 해야될까, 몰입이나 경각심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결승전에선 한국의 젠지e스포츠와 BLG가 맞붙는다. 이민형은 “솔직히 말하면 젠지를 결승에서 만나기 싫어서 그들이 앞쪽 경기에서 지길 바랐었다”고 웃으면서 “LCK(한국)가 지난 7년간 MSI에서 우승을 못하지 않았나. 우리가 그 자리에 있으면 좋았겠지만 LCK를 대표하는 만큼, 젠지가 우승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형은 한국으로 돌아가 잠깐의 휴식을 가진 뒤, 다시 서머 시즌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T1은 7월 중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e스포츠월드컵’ 출전도 예정돼있어 육체적·심리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여름이 될 전망이다.
이민형은 “게임을 많이 하다보면 손목이나 손가락 통증 등이 찾아올 수 있다. 병원을 다니면서 이런 부분들을 잘 컨트롤 할 거다.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면서 좋은 폼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각오했다.
그는 끝으로 “LPL 홈그라운드임에도 불구하고 T1을 응원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감사했다. 스프링 준우승, MSI를 3등으로 마무리해 정말 아쉽지만, 저희의 여정은 끝난 게 아니다. 염치 없지만 서머와 롤드컵에도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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