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BT도 힘들었다는데…스테이지엑스,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 어떻게?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가 지난 7일 주파수 낙찰가의 10%인 430억원을 납부하고, 주요 컨소시엄 참여사를 공개했다. 하지만 사업의 핵심이 될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 파트너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있다. 스테이지엑스는 참여사 일부만을 공개했다는 입장인 가운데, 기존 이통사 및 알뜰폰 사업자와의 차별점이 될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스테이지엑스가 현재까지 공개한 컨소시엄에는 ▲스테이지파이브 ▲야놀자 ▲더존비즈온을 비롯해,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카이스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스테이지엑스는 이들 업체들과 재무적, 전략적 투자 및 사업 파트너로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 컨소시엄 참여사 3곳 추가 발표 예정…'클라우드 코어망'으로 기존 이통사와 차별화
스테이지엑스가 향후 추가로 발표할 컨소시엄 참여사는 총 3곳으로 알려졌다. 3곳 모두 국내기업으로 , 이 중 한 곳은 클라우드 관련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해당 기업이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을 위한 핵심 파트너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2월 제4이통사업자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는 클라우드 인프라 위에 코어망을 구축하고, 로밍을 통해 전국망을 커버하는 방식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운영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클라우드 코어망은 물리적인 코어망과 달리, 코어망 전체를 클라우드로 가상화하기 때문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임차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 코어망은 무선접속망(RAN)과 함께, 이동통신망의 주축이다. 우리가 아는 이동통신서비스는 통신사업자의 기지국과 기기를 연결하는 RAN을 통해 코어망에 접속하는 과정을 거쳐 제공된다.
이 중에서도 클라우드 코어망은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코어망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을 클라우드 위에 소프트웨어(SW) 형태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과기정통부도 올해 하드웨어 중심에서 클라우드·SW로 전환되는 네트워크 변화에 대응해 클라우드 기반 모바일 코어망 SW와 AI기반 모바일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클라우드 코어망은 단순히 운영비용(OPEX) 절감 외에도 다양한 이점을 갖는 것으로 알려진다. 필요한 기능을 손쉽게 추가·확장 가능해져 서비스 혁신이 가능하고, 다양한 공급사와의 협력이 가능해져 생태계 활성화도 기대되는 장점이 있다.
한 통신장비사 관계자는 “기존 코어망에선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했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면,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 시 이러한 소프트웨어 개발 라이프 사이클을 줄일 수 있다”라며 “또 규격화되어 있는 플랫폼 위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컨테이너의 형태로 다수의 공급자들로부터 받아 사용할 수 있기에 (특정 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개방성도 있다”고 말했다.
◆ 이통사-클라우드사 코어망 구축서 동상이몽…"클라우드 네이티브 이점은 아직"
일부 국가에선 이미 클라우드 코어망이 상용화됐다. 하지만 클라우드 코어망이 가지는 이점들과 별개로, 아직 활용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들이 이미 개발됐지만 상용화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다. SK텔레콤와 LG유플러스는 앞서 삼성전자와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에 성공했고, KT는 클라우드 기반 이음5G(5G 특화망) 코어망을 내놓았다.
실제 클라우드 네이티브 컴퓨팅 재단(Cloud Native Computing Foundation)이 글로벌 이통사와 장비사의 피드백을 받아 지난해 12월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클라우드 코어망을 구축한 대부분의 이통사가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이점을 완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이통사인 브리티시텔레콤(BT)이 대표적이다. BT는 자사 코어망 내 화웨이 장비를 에릭슨 장비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클라우드 기반 코어망을 구축했다. 영국 정부가 5세대(5G) 이동통신 구축에서 중요한 영역인 코어망에서 화웨이 등 중국산 장비 사용을 금지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BT는 가입자 정보 보안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이동통신 사업의 특성상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 구현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이전)한 뒤 복수의 클라우드를 운영해야 하는 부분도 지적됐다. 앱 구조를 하나하나 작은 구성으로 쪼개 컨테이너의 형태로 운영되는데, 이를 별도의 앱으로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백서는 설명했다.
BT의 네트워크 및 스펙트럼 전략 담당 이사인 마크 헨리는 백서에서 앱을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할 때 수반되는 보안 위험을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의 어려움으로 꼽으면서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가입자의) 니즈가 운영자로 하여금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해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이점을 아직 완전히 활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 파트너 관건…라쿠텐모바일·메가존클라우드 등 거론
이처럼 해외 이통사들도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 구현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스테이지엑스가 이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클라우드 기반 코어망 구축과 관련한 스테이지엑스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서비스 출시까지 시간은 남았지만,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에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부터 세부 계획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3월 회사 측은 클라우드 코어망 인프라 구축을 진행하기 위해 업계 내 경쟁력 있는 국내외 클라우드 기업들을 대상으로 RFI를 발송한 상태다. 다만 RFI 내용이 방대한 만큼, 업체 선정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스테이지엑스 측의 설명이다.
먼저, 클라우드 운영 부분에선 컨소시엄 참여사인 더존비즈온·야놀자와 협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 사업자 모두 클라우드 기반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에선 라쿠텐모바일과의 기술 협업 가능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테이지엑스는 이달 2일 라쿠텐 모바일과 자회사 라쿠텐 심포니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라쿠텐 심포니의 통신 솔루션 등을 검토해 비즈니스 운영과 기술 영역에서의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라쿠텐 모바일은 최신 인프라를 갖춘 세계 최초의 완전 가상화된 클라우드 네이티브 모바일 네트워크를 구축 및 제공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이달 중 일본 라쿠텐을 방문해 기술 현황 등을 점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4년 일본의 MVNO(알뜰폰) 사업자로 출발한 라쿠텐 모바일은 2020년 4월 MNO 시장에 진입한 가운데 처음부터 클라우드 코어망을 구축했으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2021년 대비 약 3배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라쿠텐 모바일은 기존 MNO 대비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했음에도 불구, 자사망 구축 지역이 도쿄·나고야 등에 한정돼 그밖의 지역에선 로밍을 해야 하는 서비스적 한계로 가입자 점유율은 2.3%, 매출 점유율은 1%에 그쳤다.
클라우드 코어망에서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도 비용 효율화에 방점을 두고 있어 클라우드 코어망을 통한 서비스 혁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클라우드 코어망의 비용 절감 효과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대표이사(CEO)는 최근 클라우드 코어망을 통해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올해 절반으로 줄이고 오는 2025년부터 추가 20%를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물리적인 코어시스템 구축의 경우 유지보수비용이 상당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클라우드 코어망 구축시) 유지관리 인력의 인건비 등 OPEX가 줄어드는 부분은 있을 것"이라며 "대신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향후 스테이지엑스가 라쿠텐모바일 외 누구와 협력할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스테이지엑스가 추가로 발표할 클라우드 코어망 관련 참여사 중 하나로는 메가존클라우드와 KT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등이 거론된다. KT 클라우드가 향후 경쟁관계에 놓일 통신사업자의 자회사임을 감안하면 메가존클라우드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모정훈 연세대 교수는 최근 진행된 토론회에서 “클라우드망 구축 등 스테이지엑스가 추구하는 전략이 초기 투자 비용은 줄이면서도 향후에는 기존 기간통신사업자보다도 더 많이 들어가는 구조”라며 “스테이지엑스가 알뜰폰 사업자가 아닌 기간통신사업자가 되려면 자체망 설비를 갖추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역시 로밍 제공 혜택을 망 구축 진행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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