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클라우드 쓸 수 밖에 없다”는 국내 SaaS 기업, 토종 CSP 대답은?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시장이 클라우드를 만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SaaS 기업들이 여전히 국산 대신 외산 클라우드를 쓰고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목된다. 국산 클라우드와 SaaS를 함께 키우고 싶은 정부 입장에선 정책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격제어 및 화상회의 SW 기업 알서포트의 서형수 대표는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주재 ‘인공지능(AI) 시대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 간담회에서 국내 SaaS 기업으로서 외산 클라우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를 토로했다.
서형수 알서포트 대표는 “우리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포함한 전세계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고 있지만, 국내 클라우드를 그렇게 많이 쓰지는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가 일단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적고, 구성을 다양하게 보완한다거나 하는 기술이 부족하니 쓸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예를 들면 일본 시장에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비상시를 감안해 일본 내 리전(데이터센터 묶음)이 최소 2개는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클라우드 사업자가 이런 환경을 제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글로벌 대비 비용이 그렇게 저렴하지도 않고 오히려 더 비싼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비즈니스용 메신저 ‘채널톡’을 운영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의 박세희 매니저 역시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왜 AWS를 쓰게 되냐 하면, 일단이 라이브러리가 더 잘 돼 있고 참고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많다”며 “저희가 국내 공공 시장도 타기팅하고 있는데, 막상 AWS가 아닌 다른 클라우드를 도입하는 게 쉽지 않다”고 동감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자리한 국내 클라우드서비스기업(CSP) 관계자들은 SaaS 업계 의견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국내 CSP와 SaaS 기업간 동반 성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대표는 “모든 SaaS 기업들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만큼 국내 CSP들도 버티컬 영역에서 각자 잘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외 리전 같은 경우는 우리 입장에선 대략적인 수요가 확보되면 리전을 설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국내 SaaS 기업들이 국산 CSP를 많이 이용하다 보면 같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생각을 전했다.
그는 또한 “비용 관련해선 절대 글로벌 대비 비싸지 않다”며 “같은 기능을 제공하면서 더 비싸다면 당연히 저희 것을 쓰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같은 기능을 좀 더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략실장도 국내 CSP와 SaaS 기업의 강결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AWS 클라우드를 통해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고 글로벌화한 사례를 들며, “처음부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시작한 SaaS 업체들이 많을 텐데, 국내 CSP를 쓰는 게 불편할 수 있겠지만 같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생성형 AI와 관련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가진 기회를 피력했다.
하 센터장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8년부터 오픈AI에 투자해 제대로 결실을 보고 있는 걸 보면,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많은 애플리케이션 생태계 발전이 클라우드와 결합돼 이뤄질 것”이라며 “생성형 AI는 결국 특정 국가 편향일 수밖에 없고 그럼 ‘소버린 AI’(자주적 AI 모델)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생성형 AI를 잘 결합해야 클라우드 전반의 경쟁력 향상을 이룰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맥락에서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는 국내 AI와 클라우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요청했다. 최 대표는 “현재 국내 AI·클라우드 스타트업들 대부분이 적자인 게 현실이고, 메타나 MS처럼 현금자산을 500조원씩 갖고 있어서 미래 혁신을 위해 버틸 수 있는 힘이 없다”며 “100억원, 1000억원 투자를 해도 사실 GPU(그래픽처리장치) 몇백, 몇천장 사면 다 끝나는 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많은 돈이 들어가다보니 국가에서 예산을 투입해 지원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민간 기업과 실제 정부가 제공해주는 예산을 어떻게 하면 잘 섞어서 효과적으로 갈 수 있을지 청사진을 만들고, 그걸 기반으로 수요를 원하는 기관에 확산시키도록 하는 그런 큰 모델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견해를 보탰다.
정부는 이러한 사업자들의 의견들을 토대로 올해 연말까지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2015년 클라우드컴퓨팅법 제정 이후, 세 차례에 걸쳐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해왔다. 이번 4차 기본계획은 CSP들이 제공하는 서비스형인프라(IaaS)부터 SaaS에 이르기까지 클라우드 가치사슬 전반이 AI를 뒷받침하는 혁신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 클라우드 생태계가 IaaS부터 SaaS까지 선순환이 되지 않고 있는 게 아쉬운 점”이라며 “SaaS 기업들이 느끼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고 정부의 역할도 한정적이기 때문에, 서로 파트너십을 확대하면서 각자 SaaS를 끌어오는 기업들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한 단계”라고 언급했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기본계획을 체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TF 아래 민간 분과와 공공 분과를 운영할 예정이다. 각 분과장은 양희동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이원석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교수가 각각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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