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1번입니다!" 외침이 부끄럽지 않은 사무실 [스토리팩-제네시스랩⑤]
사람의 뇌는 단순한 정보보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감정과 기억도 더 오래 각인한다고 합니다. 디지털데일리 테크콘텐츠랩의 ‘스토리팩’은 혁신기업의 기술, 인재, 조직 관련 소식들을 책 한권 읽는 듯한 재미와 구성으로 풀어낸 기업별 연재 기획물입니다. <편집자주>
#콘텐츠 구성
1. 1번을 외치는 어른들
2. 제네시스랩 아이덴티티
- 2-1. 균형발전의 상징 '직무발명 보상제'
- 2-2. 만족도 별 다섯개 '공동 워케이션'
1. 1번을 외치는 어른들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명동성당이 훤히 보이는 서울 제네시스랩 사무실에서는 “저요, 제가 1번입니다!”하고 외치는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다 큰 어른들이 등수놀이라도 하는 걸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정말 1번을 원해서 외치는 말이지만 단순 재미 이상으로 '동료와 먼저 대화할 권리'를 얻는 게 진짜 목적이거든요.
이 얘기를 듣고 문득 학창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 교실에서 발표하길 유난히 좋아하는 친구가 하나 있었죠. 선생님이 질문할 때마다 "저요!"하고 늘 먼저 손을 드는 녀석이었습니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학구파 소녀 '헤르미온느' 같기도 했죠. 안타깝게도 헤르미온느처럼 정답률이 높은 건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정답의 유무는 그 친구에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어요. 애초에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고 답이 틀렸다며 무안을 주는 교실도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그 친구 덕분에 다른 아이들도 자기 생각을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했습니다.
요즘 사회생활은 어떤가요? 학교를 떠나보니 회사에서는 더이상 저런 친구를 볼 수 없었습니다. 나서길 좋아하던 그들도 이젠 "가만히 있으면 절반이라도 하더라"며 자신을 감추는 일에 더 익숙해진 듯합니다. 그 시작은 알 수 없지만 나서는 사람이나 자기 의견이 뚜렷한 사람을 시기하거나 지적하는 우리 사회의 악폐가 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든 겁니다. 그러면서도 '수평적 조직'이나 '수평적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아이러니한 회사들의 이야기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죠.
하지만 반전의 기미도 엿보입니다. 해외 선진기업들의 조직문화 혁신 사례가 널리 알려지고 자기표현 강한 MZ세대가 조직의 세대 교체기 전면에 등장한 덕분일까요? 특히 새변혁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씬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소통 문화 정착을 노력하는 회사가 많아진 분위기인데요. 평균연령 33세, 젊은 인재들이 주도하는 AI 스타트업 제네시스랩의 "1번 입니다!" 문화도 그 일환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스타트업은 대개 적은 인원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조직적 특성상 늘 바쁩니다. 그러면서도 동료와 의논해 처리할 일들도 있는데 업무 특성상 모두가 자주 찾게되는 동료도 있기 마련이죠. 이때 한국사람들은 주로 어떻게 하나요? 학습된 양보가 몸에 배어 "아 먼저 말씀하시죠"라며 비켜주는 것이 예의라 말하기도 합니다. 사실 '나도 급한데' 같은 찝찝한 마음은 뒤로 감추고요.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점점 서로 불편한 눈치전만 늘어갈 뿐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랩은 "내가 1번!"을 당당히 외치는 문화를 정착시킴으로써 불필요한 갈등 요인을 제거했습니다. 이런 방식이 가능했던 이유는 서로의 바쁨을 인정하되 각자가 편히 대화할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단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작은 규칙을 만들고 그 위에 존중과 배려를 얹음으로써 하나의 독특한 문화를 갖게됐죠.
일면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앞서 연재된 제네시스랩 스토리팩 인재편(③·④)에서도 잘 드러나듯 이곳 조직은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다양한 측면의 조직 혁신을 이룬 경험이 풍부한 곳이죠. 나아가 인간미가 담긴 따뜻한 균형과 공동성장을 추구하는 제네시스랩 특유의 조직 DNA를 고려하면 "1번 입니다!" 또한 단순 의지만으로 정착될 수 있었던 문화가 아니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2. 제네시스랩 아이덴티티
2-1. 균형발전의 상징 '직무발명 보상제'
사내 균형발전의 핵심은 회사와 직원의 공동성장입니다. 보통 안팎의 여력이 부족한 많은 스타트업은 사업성과 확보에 우선점을 두곤 하는데요. 대신 이런 조직은 단기에 시장이 주목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다양한 부작용에 시달립니다. 특히 장기간 마치 '부품처럼' 소모된 직원들은 회의감에 시달리다 회사를 떠나기도 하는데요. 인재 하나하나가 귀중한 스타트업에선 이것이 만회하기 어려운 손실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제네시스랩이 추구하는 균형과 공동성장 중심의 조직 전략은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표적인 시스템은 '직무발명 보상제도'의 적극적 운용인데요. 쉽게 말해 직원이 업무수행 중 발명한 기술에 대해 회사의 유무형의 보상을 주는 제도입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은 수행 업무를 더 깊이 연구해보는 동기를 부여받고 자신의 커리어 향상이란 일석이조를 기대할 수 있죠. 금전적 유익도 있습니다. 요즘 말에 지친 일상 속 스트레스를 회복하는 데 '금융치료'만한 게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 것처럼요. 자기계발과 더불어 지갑이 두둑해질 수 있는 직무발명 보상제도는 분명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직무발명 보상제 운영이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는 아닙니다. 협의에 따라 개발된 기술은 실제 서비스 개선에 활용할 수도 있고 경쟁력이 큰 특허를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네시스랩에선 현재 직무발명 보상제로 개발된 기술들이 특허 출원 및 심사 절차를 진행 중인데요. 적극적인 제도 운영의 결과로 2023년 6월, 제네시스랩은 정부가 인증한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2-2. 만족도 별 다섯개 '공동 워케이션'
요즘 시대적 흐름에 맞춰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조화를 의미하는 '워케이션(Workation)' 제도 도입을 고민하는 회사들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지원하는 비용 대비 생산성 증대를 확신할 수 없으니 고민도 큽니다. 이 가운데 제네시스랩은 워케이션 영역에서도 충분한 업무 수행, 힐링의 균형을 고심한 모습이었는데요.
그 결과 지난 2023년 11월, 여러 팀에서 뽑은 10명의 직원이 강원도 고성에서 5박6일의 실험적 워케이션에 참여했습니다. 보통 개인 단위로 이뤄지는 워케이션에 워크샵 개념을 추가한 거죠. 평시처럼 일하되 환기가 되는 환경에서 일이 없을 땐 그 정취를 즐기거나 서로 여유롭게 친목도 다질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다함께 즐기는 환경이니 휴식과 업무 양면에서 크게 눈치 볼 필요도 없고요. 또한 실험적 도전이었으나 참여 직원들은 모두 '만족도 5.0'으로 만점의 후기를 남겼다고 하죠.
공동 워케이션과 관련해 회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당장 전직원이 함께 참여하긴 어렵다는 아쉬움도 있었다"면서도 "차후 이를 보완하는 형태의 워케이션을 계속 개발해 나가면서 만족도 높은 복지 이벤트 기획도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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