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 반도체'에 꽂힌 정부, 과학기술 R&D 예산 확 늘린다(종합)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늘려 글로벌 과학기술 강국 실현에 앞장선다. ▲혁신 선도형 R&D 협의체 구성 ▲호라이즌 유럽 가입 타결 ▲AI 반도체 프로젝트 고도화 등 실질적인 R&D 분야 지원을 늘리고, 이를 뒷받침할 예산 편성도 기존 대비 큰 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6일 박상욱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정부 R&D 예산 등 현안 관련 계획을 공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박 수석 외에 이경우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수석실 인공지능·디지털비서관, 최선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수석실 첨단바이오비서관도 참석해 AI와 바이오 분야 정부 정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는 AI 반도체다. 현재 정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지능형 반도체(PIM), 그래픽처리장치(GPU), 저전력 AI 반도체 등 관련 산업 분야를 한 데 묶어 'AI 반도체 프로젝트'를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소 불확실성이 있어 모험적인 R&D가 어려웠던 사업 중에서는 서서히 성과를 구축하고 있는 분야가 있어 예산 증액에 따른 기술 고도화도 기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회준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AI 반도체 '상보형-트랜스포머'다.
상보형-트랜스포머는 400밀리와트(㎽) 초저전력을 소모하면서 0.4초 초고속으로 거대 언어 모델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28나노 공정을 통해 개발된 이 AI 반도체는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만으로 초저전력·고성능의 온디바이스 AI를 실현할 수 있다.
이날 박 수석도 내년 R&D 예산에서 AI 반도체 비중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반도체는 기존 사업과 신사업은 물론 불확실성이 커서 건드리지 못하는 미래적인 R&D까지 담을 큰 그릇을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R&D 예산에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증액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R&D 확대의 초석이 될 호라이즌 유럽 가입도 절차대로 순항할 전망이다. 호라이즌 유럽은 개별 회원국이 추진하기 어려운 연구를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가입이 확정될 경우 한국 연구자가 EU 연구비를 지원받고 글로벌 R&D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회원국으로 가입할 경우 국가별로 분담금을 지불하는데 현재 가입을 진행중인 만큼 해당 분담금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달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협상 타결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수석은 "협상 타결 발표 전에 액수를 얘기하는 거는 상도의에 어긋나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미니멈(최소)한 수준으로 시작하려 한다"며 "다만, 우리 연구자들이 연구를 많이 받아 오게 되면 우리나라 정부가 사후 정산 개념으로 돈을 더 내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의 혁신 선도형 R&D 전략과 호라이즌 유럽 가입을 통한 글로벌 R&D 정책이 가시화되면 내년 R&D 예산도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올해 정부 R&D 예산은 26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6000억원 가량 감소해 과학기술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올해부터 AI 반도체 등 집중 육성 사업에 대한 R&D를 강화하고 관련 인프라 개선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계획에 따라 과학기술수석실은 다음주 중 국가과학기술심의위원회 안건으로 내년 R&D 투자 계획 안건을 상정하고 관련 내용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박 수석은 "대통령께서 내년 R&D 예산을 대폭 증액한다고 강조하셨고 저희는 그 목표에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R&D 투자 시스템 개혁 과제 완수는 물론 새로 담을 큰 그릇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증액 규모도 엄청날 텐데 저희는 두려움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기술 등의 분야를 담당할 미래전략기술비서관은 복수의 인사 검증을 통해 다음주 중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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