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메모리 3파전…HBM3E에서 결판날까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미국 마이크론이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먼저 제품 양산에 돌입하면서 시장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순으로 굳혀졌던 메모리 판도가 바뀔지에 시선이 집중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지난 26일(현지시간) HBM3E 양산을 공식화했다. 이번 제품은 10b나노미터(㎚)급 D램이 8단으로 적층된 24GB 용량의 제품이다. 생산될 제품은 엔비디아 H200에 탑재된다. 이와 함께 12단 제품을 3월 중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마이크론이 HBM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기술 경쟁력과 양산 경험 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크게 벌어졌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따라잡고 있는 점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게 위협이라는 평가도 있다. 마이크론은 2010년 초 HBM 초기 개발 당시, 높은 기술적 난제로 인해 사실상 개발을 중단하고 고성능 제품인 그래픽DDR(GDDR) 제품에 몰두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벌어졌던 격차를 불과 수년만에 좁힌 셈이다.
이번 양산이 엔비디아로 향하는 제품이란 점도 주목할만하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 시장 열풍이 불어닥친 후 AI 서버용 반도체 시장에서 80% 이상에 달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엔비디아 AI GPU에 탑재된 메모리는 SK하이닉스의 HBM3가 사실상 독점하는 형태로 채용됐는데, 마이크론이 진입하면서 SK하이닉스의 단일 공급 체제가 깨지게 된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부터 HBM 시장 판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엔비디아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SK하이닉스가 승기를 들었지만, 올해부터는 더 많은 HBM 물량 확보를 위해 엔비디아의 공급 협력사 다각화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마이크론의 발표 역시 이같은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역시 HBM3E 주도권 확보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HBM3에서 기존의 위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HBM3E에서 만회할 방침이다.
이러한 의지를 반영하듯, 삼성전자는 27일 36GB HBM3E 12단 D램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크론이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언급한지 하루만이다. 이 제품은 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NCF)이 적용돼 8단 제품과 동일한 높이를 구현한다. 삼성전자는 HBM3E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했으며 상반기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HBM3에서 우위를 점했던 SK하이닉스는 지난달 HBM3E 8단 제품의 초기 양산을 시작했다. 가까운 시일 내 고객 인증을 완료해 본격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아울러 연내 1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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