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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커머스도 게임도 드라마도…예외 없는 ‘역차별’

왕진화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화면 갈무리
알리익스프레스 화면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K-게임과 K-드라마에 이어, K-커머스마저 중국의 표적이 됐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전통 의상인 한복을 통해 ‘동북공정’(문화공정)을 펼친 정황이 포착됐었다. 이후 ‘중국한복’이라는 명칭은 삭제됐다. 다만 지금도 알리의 패션잡화 카테고리에서 한복, 설빔과 유사한 의상들이 ‘중국 전통의복’으로 버젓이 분류되고 있다.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은 한국의 김치나 한복 등에 대한 전통문화, 독립운동가 등의 출생지 왜곡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게임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중국 내 최대 포털 사이트에서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와 별개로 알리와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의 국내 시장 공략 속도 역시 매우 빠르다.

아는 사람만 찾았던 알리는 유명 모델 기용 이후 인지도가 가파르게 상승했고, 초저가를 내세우며 국내 소비자 마음을 파고들었다. 테무나 쉬인 역시 알리와 비슷한 추세로 인지도를 넓히는 중이다.

특히 알리는 한국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대대적인 물량 공세에도 나선 상황이다. 알리가 최근 한국산 상품 판매 섹션인 케이베뉴(K-venue) 입점 판매자를 공개 모집하며 입점·판매 수수료를 면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신규 판매자 입점을 돕는 종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원센터와 한국어 서비스 담당 직원도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이 빠르게 잠식할 수 있었던 발판은 국내 무대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내놓는 외산 물건들은 떼다 파는 과정에서 품질, 유해성 검사 등 여러 인증을 거치고 관세가 붙으면서 비싸지지만, 중국 등 해외 기업은 국내법 규제에서 자유롭다. 공정 경쟁이 아닌 출혈 경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지난해 숨고르기를 마치고 내실을 어느 정도 다진 상황인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겐 특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흑자 전환이라는 기쁜 소식으로 시장과 투자자, 소비자들을 만족시킨 곳도 꽤 나타났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다시 혹한기로 접어들게 될 위기다. 국내 이커머스는 올해부터 외형 확대도 동시에 본격화해야 치열한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더 그렇다.

그러기 위해선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바로잡혀야 한다. 규제당국의 도움이 무엇보다 절실한 때다. 중국 본토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화공정은 어쩌지 못할 상황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 한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두는 자유로운 놀이터를 제공해 줄 이유 역시 없다. 지금부터라도 촘촘한 지원, 해외 기업 규제를 통한 공정한 경쟁 조성 노력만이 역차별을 바로잡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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