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문만 무성한 ‘플랫폼법’, 공정위가 혼란 키웠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아직도 법안 내용을 봤다는 사람이 없다. ‘정해진 바 없다’라는 해명 자료만 나오니 정부 부처가 아니라 홍보실과 여론전을 펼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정보기술(IT)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두고 한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12월부터 추진해 온 플랫폼법의 초안을 이르면 이달 중 공개할 방침이었으나,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
업계로부터 추가적인 의견 수렴을 거쳐 내용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인데 이해관계자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플랫폼법이 사실상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며 ‘한숨 돌렸다’라는 분위기가 나오는가 하면, 올해 공정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도 포함된 만큼 ‘전략적인 일보후퇴’라는 의견도 있다.
플랫폼법이 최근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건 시장 성장 저해에 대한 우려가 잇따르는 가운데 입법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서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업계가 규제 대상 등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플랫폼법 관련해 업계와 지속적인 소통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강조했지만 실상 업계의 체감 온도는 달랐다. 국회에서도 공식적인 차원에서 법안이 논의되기는커녕,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법안 초안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법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과 모순되게 방어적인 공정위 태도에 아쉬움이 남는 까닭이다. 공정위는 이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두 달 차인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초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당연히 업계 안팎에선 불확실성과 혼란만 늘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플랫폼법을 둘러싼 추측성 보도가 이어질 때마다 공정위는 자세한 설명 대신 공식 홈페이지에 ‘사실과 다르다’라는 식의 반박만 연달아 내놨다.
플랫폼법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여론을 설득해야 할 공정위가 되려 법안을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뜨리는 모양새다. 제동이 걸린 플랫폼법에 대해 허울뿐인 업계 의견 수렴 대신, 진정한 의미의 공개적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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