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명칭사용료'는 핑계가 될 수 없다…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에 주어진 과제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명칭사용료'
과거부터 농협금융지주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단어다.
명칭사용료는 일종의 브랜드값이다. 예를들면 농협금융이 '농협'이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에 분기마다 지출하는 금액이다.
그런데 농협금융의 명칭사용료는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계열사들로부터 걷는 돈과 성격이 조금 다르다.
단순히 브랜드 사용료라기 보다는 농업·농촌지원 사업을 위한, 즉 농민들을 위한 자금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농협금융의 명칭사용료는 2016년 농협법에 따라 '농업지원사업비'라고 아예 명칭까지 바뀌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의문이 남는다. "과도한 브랜드 사용료를 지출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것이 불편해서 궁여지책으로 이름까지 바꾼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나마 농협금융이 수익이 좋을 때는 이같은 '불편한 금액'이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문제는 2023년 농협금융의 결산 실적처럼, 농협금융이 국내 5대 금융그룹중 '꼴찌'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을 경우다.
순이익을 갉아먹은 막대한 농업지원사업비에 눈총이 쏠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도한 농업지원사업비가 농협금융의 수익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특히 지난해 농업지원사업비는 전년 대비 9.4% 증가한 무려 4927억원으로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배당금까지 더하면 농협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상회하는 1조원을 상회한다.
농협금융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언론에 특이한 실적 자료를 공개했다. 농업지원사업비를 실적에 반영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경우의 순이익을 각각 따로 기재한 것이다 .
즉, 농업지원사업비를 지출하지 않았다면 순이익이 훨씬 좋았을 것이란 항변이다.
이런 가운데 농업지원사업비를 두고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농협 노조는 지난해 "계열사 중에서 당기순손실을 나타냄에도 불구하고 농업지원사업비를 부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산정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농업지원사업비가 순익이 아닌 매출에 비례해서 산정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
이와함께 노조는 '농업지원사업비 2배 인상법' 추진에 대해 반대를 선언하고 나서기도 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농업지원사업비가 순익 증가에 비해 오히려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협은행의 순이익이 지난 10년간 11배 가량이 증가했음에도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액은 오히려 감소했다는 것이다.
농협 조직 구조상, 농협중앙회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농협금융의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취임 2년차에 들어간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으로서도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출을 줄여 농업지원사업비를 줄이게 되면 농협금융의 설립 취지와 역할에 반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순이익이 낮을 경우엔 실적 약세에도 과도한 농업지원사업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농협금융이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위한 해법은 하나다.
과연 농업지원사업비가 얼마나 농업지원에 제대로 쓰이는가는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일단은 남들 보다 더 압도적인 실적을 기록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 뿐이다.
농협금융에겐 가혹한 주문일 수 밖에 없지만 현실이 그렇다.
물론 아직까진 농협금융은 별 다른 인상 깊은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큰 기대를 걸기가 힘든 상황이다.
국내 금융권의 개인·기업 연체율의 증가, 부동산PF 등 시장 불안요소가 확대되면서 리스크강화 기조가 요구되고 있고 그에 따른 충당금 적립부담도 예년과 비교해 훨씬 커지고 있다. 상생금융 등 사회적 공헌 부담도 여전하다. 쉽게 말해 농협금융이 지난 몇년처럼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 여건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농협금융은 우리금융을 제치고 KB·신한·하나금융 등 5대 금융 중 꼴찌에서 반짝 벗어나나 싶더니 결국 2023 결산 실적에선 꼴찌로 마무리 했다.
결론적으로, 이석준 회장에겐 농협금융이 시장에서 실력으로 인정받는 금융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과 함께, 농민들을 위한 금융지원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도전적 과제가 올해 주어진 셈이다. 어쩌면 이것이 취임초부터 제기됐던 '관치' 논란을 이 회장 스스로 극복하기 위한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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