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총선 앞두고 게임에 초점… 불공정 거래 손본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윤석열 정부가 총선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겜심’ 잡기에 나섰다. 게임 이용자 권익 향상에 초점을 맞춘 정책 마련에 나서는 등, 대선 당시 내걸었던 게임 공약 이행에 뒤늦게야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열린 제1회 국무회의에선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 내용 등을 담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시행령은 게임산업법에서 대통령령에 위임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미표시, 거짓 확률 표시 등으로부터 게임 이용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입법 예고됐다. 오는 3월22일 개정안이 시행되면 게임사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사가 정한 확률에 따라 무작위로 장비 등을 제공하는 유료 상품이다. 국내 게임사가 주로 선호하는 수익모델로, 캐릭터 능력치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된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확률도 낮은데다 제대로 된 확률까지 공개되지 않아 정보 비대칭에 따른 이용자 불만이 가중돼왔다.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는 윤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그는 이와 더불어 게임 소액 규모 피해 전담 수사기구 마련 등 게이머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약을 내세우며 ‘이대남(20‧30대 남성)’ 공략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출범 1년이 넘도록 관련 정책 추진에 소홀해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으나,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행령 입법을 촉구하면서 공약 이행에 본격 발동이 걸렸다.
게임산업법은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하고도 문체부가 업계 반발을 우려해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시행령 개정이 지체돼왔다. 이에 윤 대통령이 “확률 조작 같은 불공정 거래에 의한 폐단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문체부 등 유관부서를 질책했고, 뒤늦게야 시행령 마련에 속도가 붙었다.
게임업계 내 불공정 거래를 해소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기조는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넥슨 제재로까지 이어졌다. 이날 공정위는 넥슨이 지난 2021년 게임 ‘메이플스토리’에서 아이템 등장 확률을 낮추고도 이를 이용자에게 공지하지 않았다며 전자상거래법상 최대 규모 과징금인 116억원을 부과했다.
넥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만 누적 매출 3조742억원을 거둔 업계 1위 개발사다. 윤 대통령은 최근 게임 시장을 둘러싼 불만 여론을 민감하게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게임업계 불공정 거래 관행에 칼을 빼 든 가운데, 이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 움직임도 관측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게임 서비스 종료 시 이미 사용한 아이템이라도 일정 기간 내에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는 모바일 게임 표준약관 개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게임 내 아이템 상품 환불은 공정위가 제정한 표준약관에 근거해 각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용자 단순 변심에 따른 환불은 구매 후 7일 이내에 가능하지만, 구매 후 즉시 사용되거나 개봉행위 등이 있었다면 불가능하다. 상품이나 계약 내용이 안내한 것과 어긋나는 등 게임사에 귀책사유가 있다면 이미 사용한 경우라도 30일까지는 환불이 가능하다.
문제는 상품을 구매한 뒤 30일이 지나고 게임 서비스가 갑자기 종료되면 환불이나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은 구매 후 소멸돼 환불이 사실상 어렵다. 지난 4일만 해도 확률형 아이템이 주요 수익 모델이었던 엔씨소프트의 ‘트릭스터M’이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며 이용자 사이에서 환불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서비스 종료 시 사용한지 30일이 경과한 아이템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 이내라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환불과 관련한 별도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렇다 할 보상 절차 없이 서비스를 종료하는 해외 게임사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이외에도 대선 공약이었던 게임 소액사기 전담팀을 만들어 범인 검거까지 통상 3개월이 걸리는 시간을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게임업계 일각에선 산업 진흥이 아닌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윤 정부 기조에 아쉬움을 내비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부터 업계에 대한 정부 관심이 엿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모습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이라면서 “다만 산업 진흥 보다는 규제에만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와 아쉽다. 보다 균형 잡힌 움직임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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