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 몰래 바꿔 소비자 속였다” 공정위, 넥슨에 116억원 과징금 철퇴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게임 운영 과정에서 소비자의 구매 선택에 중요한 요소인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 하거나 거짓으로 알렸음이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3일 넥슨코리아가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스토리와 3인칭 슈팅게임(TPS) 버블파이터에서 일부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116억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보보보’ 논란, 역대 최대 과징금 철퇴로=넥슨은 지난 2021년 메이플스토리 내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의 확률을 정확히 밝히지 않아 홍역을 치렀다.
큐브에선 잠재 옵션 15가지 중 하나가 일정 확률로 나오는데, 이 중 ‘보스 몬스터 공격 대미지’로만 잠재 능력 세 칸을 채운 일명 ‘보보보’는 메이플스토리 이용자 사이에서 ‘꿈의 능력치’로 불렸다. 하지만 당시 공지를 통해 특정 장비에 동일한 능력치를 최대 두 개까지만 부여할 수 있는 것이 10여년 만에 밝혀지면서 이용자 반발을 샀다.
이는 트럭시위 등 이용자 집단행동으로 이어졌고,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 개설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게임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미쳤다.
한 이용자는 넥슨에 직접 소송을 걸어 지난해 1월 2심서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 당시 수원지법은 메이플스토리 유저 A씨가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한 매매대금 반환소송에서 피고가 청구금액 1144만5300원의 5%인 57만2265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선호도가 높은 잠재옵션 조합이 생성되지 않도록 차단하고도 오랜 기간 이용자들에게 이를 공지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부작위 및 침묵으로 볼 수 없다”며 “게이머들로 하여금 보보보, 방방방의 생성이 가능하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아이템 노출 확률을 거짓·과장하거나 소비자를 기만할 경우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 위반 사건은 본래 소회의 의안이지만, 공정위는 업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라는 판단 하에 지난해 전원회의 의안으로 변경해 심의를 진행해 왔다.
넥슨은 2018년에도 자사 1인칭 슈팅게임(FPS) ‘서든어택’에서 아이템 획득 확률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가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9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넥슨, ‘블랙큐브’ 확률도 몰래 낮췄다=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5월 큐브 상품 도입시엔 옵션 출현 확률을 균등하게 설정했으나, 그해 9월15일부터는 인기옵션에 과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확률구조를 변경하고 이를 알리지 않았다. 또한 2011년 8월4일부터 2021년 3월4일까지는 큐브 사용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 옵션 출연 확률을 0%로 변경하고도 공지하지 않았다.
게다가 넥슨은 2013년 7월4일부터 장비 최상위 등급(레전드리)으로 상승 가능한 블랙 큐브를 출시하면서 최초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확률을 12월까지 1.4%까지 매일 조금씩 낮추고 2016년 1월에는 확률을 1%까지 낮춘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확률 변경 히스토리 노출을 최대한 숨기겠다는 넥슨 방침은 2021년 3월4일 ‘환생의 불꽃 사태’ 이후 일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한 이후에도 지속됐다고 공정위는 부연했다.
공정위는 “넥슨은 이용자가 원하는 잠재옵션이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큐브 확률 구조를 변경하고도 이를 이용자들이 ‘모험을 하며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라거나, 이용자의 확률 관련 문의에 대해서도 ‘빠른 답변 진행은 고객의 재문의 접수 시점만 당기므로 적절한 시점까지 답변 진행을 홀드’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버블파이터 내에서도 기만행위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넥슨은 ‘올빙고 이벤트’ 진행 당시 당초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나 ‘골든 숫자카드’가 나올 수 있도록 확률을 부여했다. 하지만 10차부터 29차 이벤트까지는 매직바늘을 5개 사용할 때까지는 해당 카드 출연 확률을 0%로 설정하고도 이를 알리지 않았다.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정보는 확률인데, 무형의 디지털 재화의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 정보를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는 이를 알 수가 없다”며 “이러한 넥슨 행위는 소비자 선택 결정에 중요한 사항을 누락해 알리거나 거짓으로 알리는 것으로서 그로 인한 소비자 유인의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법위반 기간 약관에 따라 449회에 걸쳐서 사소한 변경 사항까지 공지하면서도 중요한 사항인 소비자에 불리한 확률 변경 내용만은 알리지 않았다는 점, 수많은 이용자들의 확률 의심 문의가 있었다는 점, 확률 정보 공개 이후에 환불 요청 등 수많은 민원이 있었다는 점을 통해 이러한 소비자 유인 가능성이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넥슨 “확률 공개 의무 없었다” vs 공정위 “전상법 기준”=넥슨은 이용자들에게 깊은 사과를 전한다면서도 당시엔 확률 공개 의무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넥슨은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에서 문제로 지적한 2010~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다. 공정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의무, 사례가 없었던 시기의 사안에 대해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넥슨은 공정위 결정에 참고인으로 참여한 한양대법학전문대학원 황성기 교수의 의견을 인용하며 이번 공정위 처분이, 확률공개 의무가 없던 시점의 모든 확률 변경 행위에 대한 처벌로 이어질 수 있어 게임산업 시장의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
넥슨은 “공정위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공정위 심사과정에서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어, 의결서를 최종 전달받게 되면 면밀하게 살펴본 후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는 소비자 기만과 관련해 법적 의무 여부는 기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상법의 거짓을 알리거나 기만적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부분과 관련한 판단 기준에 법적 의무 여부는 기준이 아니다”라면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변경 등 기만적인 행태가 있게 되면 전상법 취지에 비춰 당연히 법 위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은 원칙적으로 확률정보 등을 표시해야 한다. 아이템 확률을 변경하면 사전 공지해야 하고, 이용자가 검색 가능한 텍스트 형태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광고나 홈페이지 등 매체별 표시 방법도 명확히 규정했다.
게임 이용자는 본인들이 구매하는 모든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를 투명하게 받을 수 있고, 이들의 권리 역시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월 개정안 본격 시행에 대비해 확률형 24명 규모의 모니터링단을 설치하고, 확률정보 미표시와 거짓 확률 표시 등 법 위반 사례를 철저히 단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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