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방통위원장을 보는 두 가지 시선…'기대'와 '우려' 사이 (종합)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약 한 달여간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던 방송통신위원회가 29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취임을 통해 '2인 체제'로 전환됐다.
새로 취임한 김홍일 위원장은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보도전문채널 YTN 최대주주 변경 절차 ▲구글·애플 등 글로벌 사업자 인앱결제 강제 관련 과징금 부과 ▲네이버 뉴스서비스 사실조사 후속 시정 조치 등 산적한 현안을 처리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일호 방통위, 처리해야 할 산적한 과제는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이날 가진 취임식에서 방송·통신·미디어 분야의 중점 추진 사항으로 ▲혁신 성장 기반 조성 ▲공공성 재정립 ▲이용자 권익 보호 등 크게 세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이는 현재 방통위가 처리해야 할 산적한 현안과도 맞물린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혁신 성장 기반 조성'에는 '사업자들의 부담을 가중하는 재허가·재승인 제도 등의 제도 정비' 내용이 담겨 있다. 올해까지 처리해야 하는 주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김 위원장은 이르면 30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주요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KBS 2TV·MBC UHD·SBS 지상파 3사를 포함해 34개사 141개 방송 등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불법 방송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간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에서는 처리할 수 없었던 만큼, 김 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
YTN 최대주주 변경 절차도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앞서 방통위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재임 당시 YTN 최대주주를 유진그룹으로 변경하는 안에 대해 승인을 전제로 보류한 바 있다. 당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이 유진그룹의 방송의 공정성·공적 책임 실현의지와 YTN 발전을 위한 투자 계획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던 만큼, 김 위원장도 이상인 부위원장과의 논의를 거쳐 관련 사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강제 관련 시정조치 상황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이용자 권익 보호'와도 직결된다. 앞서 지난 20일 구글과 애플은 인앱결제 강제 관련 시정조치안에 대한 의견 제출 기한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방통위는 연말까지로 해당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당초 시정조치안에 대한 사업자의 의견 제출 기한은 이달 초로 예정돼 있었다. 이날 김 위원장이 취임한 만큼 방통위는 전체회의 등을 통해 각 사업자의 의견 제출을 받아 시정조치를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김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최우선 민생 현안으로 언급한 가계통신비 관련 정책 ▲포털 뉴스평가제휴위원회 시스템 ▲공영방송 거버넌스 및 재원 문제 ▲국내 통신사 망 이용대가 관련 이슈 ▲가짜뉴스 대응책 마련 등에 대해 검토할 전망이다.
◆2인 체제 의결 강행할까…'전문성 부족'도 시험대
김 위원장이 취임하며 각종 현안과 마주하게 됐지만, 여전히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과 '2인 체제 의결'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방통위가 합의제 기구이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상임위원회는 5인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위원장과 1명의 상임위원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국회(여당 1명·야당 2명)에서 추천한다. 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은 모두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다.
김 위원장은 현행 2인 체제에서도 의결·심의가 가능한 만큼 현재 쌓여 있는 현안들을 처리하고 방송·통신·미디어 시장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 측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합의제 행정기구인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운영을 이어갈 경우 적법한 절차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로 취임한 방통위원장이 관련 전문성도 갖추지 않은 채 공직을 수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5인 체제가 바람직하지만 2인 체제에서도 심의·의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방통위는 합의제 행정기구인데 2인 체제는 심의·의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는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2인 체제에서도 심의·의결이 가능하다. 바람직하느냐는 차치하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전문성 부족'이라는 꼬리표도 재임 기간 동안 김 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앞서 김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재직 전까지 검사(27년)와 변호사(10년)로 상당 기간 일한 법조계 인물이다. 지난 27일 진행된 김 위원장의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전문성을 검증하기 위해 정책적 질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주위 전문가들이나 내부 도움을 받고 나머지 법률적인 면이나 규제 부분은 열심히 파악해서 임명될 경우 업무 처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도 이를 의식하듯 인사청문회에 대한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위원장 후보자로서 청문을 준비하면서 방송·통신이 국민 실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지, 또한 위원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높은 지 실감할 수 있었다"며 "방송·통신 분야의 현안이 산적한 이 엄중한 시기에 위원장직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야당은 청문보고서도 채택되지 않은 김 위원장의 임명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실시 사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하루 만인 오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며 "최소한의 절차와 염치도 갖추지 못한 막가파식 임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홍일은 2007년 대통령 선거 14일전 BBK 사건에 면죄부를 주고, 그 공로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훈장을 받아챙긴 정치검사이며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 누명을 씌워 한 인생을 파탄낸 김순경 사건의 가해자"라며 "국민은 언론장악 돌격대장이 아니라 법률에 명시된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을 지킬 상식적 인사를 원한다. 이번 임명은 상식을 파괴하고 국민과 싸우겠다는 선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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