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쟁촉진법은 스타트업 유리천장…“업계에 ‘전족’ 같은 조치”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기업들을 사전 규제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가칭, 이하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신속하게 제정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산·학계와 투자업계, 법조계에 이어 스타트업계도 우려 목소리를 보탰다.
27일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내고 국내 스타트업 성장에 유리천장을 만드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추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독과점 플랫폼들의 반칙행위를 차단해 스타트업 등 플랫폼 사업자 시장 진입과 활동이 한층 활성화하는 만큼, 플랫폼 산업 혁신과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정부 주장이 틀린 기대라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앞서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플랫폼 경쟁촉진법을 도입하겠다고 보고했다. 독과점 플랫폼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 위법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면 기존 공정거래법보다 한층 더 높은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해당 법 내용이다.
특히 공정위는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지정하는 데 ▲시가총액 ▲매출액 ▲이용자 수 등 정량적 요건뿐만 아니라, 정성적 요건까지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스포는 이러한 기준에 대해 “규제 예측 가능성을 현격히 떨어뜨려 스타트업이 시장에 진출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고 꼬집었다. 업계에선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현재 이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도 이용자 수가 많거나 거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행 공정거래법 등 기존 법적 수단으로도 플랫폼 산업의 잠재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데도 이같은 법을 도입하는 건 스타트업계를 이중, 삼중으로 옥죄는 규제가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부와 국회가 지난 2020년 9월부터 플랫폼 경쟁촉진법과 비슷한 취지로 추진해 온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도 이중규제이자 과잉규제라는 업계 반발로 국회에서 계류된 상태다. 코스포는 “이번 법도 온플법과 내용이 흡사하고 심지어 일부는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각에선 이 법으로 알고리즘과 같은 영업 비밀이 노출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전했다.
플랫폼 경쟁촉진법이 국내외 기업 간 동일한 규제가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코스포는 “공정위가 국내외를 불문하고 규제 대상을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10여 년간 앱마켓 등 글로벌 기업에 대한 스타트업 문제 제기에 실효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해외 기업들 경우,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게 스타트업계 입장이다.
코스포는 “세계 경제는 이미 혁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경제 시대로 재편된 지 오래”라며 “결국 이 법은 국내 스타트업이 성장의 유리천장을 가졌다고 우리 정부가 나서서 글로벌 시장에 선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스타트업에게 성장의 상한선을 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회사가 성장하면 더 많은 규제로 활동이 어려워질 테니 현행 수준을 유지하라는 ‘전족(纏足)’같은 조치”라며 “국내 스타트업들이 이중, 삼중 규제로 성장이 지체되면 결국 이익은 해외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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