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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 韓철수]③ 스트리머·이용자 분노, 결국 어디로 향했나

권하영 기자
[Ⓒ 트위치]
[Ⓒ 트위치]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아마존 산하 미국 게임스트리밍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망사용료’를 언급한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 스트리머와 이용자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낳았다.

트위치는 “한국 망사용료가 해외보다 10배나 비싸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마치 어쩔 수 없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처럼 주장했고, 갈길 잃은 스트리머들과 이용자들의 분노는 트위치가 아닌 국내 통신사들에 집중됐다.

하지만 트위치가 비단 망사용료 부담 때문에 한국 시장을 떠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실제로 국내 통신사들이 통상적 수준을 벗어나 해외보다 10배씩 비싸게 망사용료를 받아왔다면, 즉각 공정거래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트위치가 진작에 시정을 요구했어야 한다는 법조계 해석도 있다.

뿐만 아니라 트위치는 스트리머와 광고주 이탈로 핵심수익인 광고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국내 시장 경영상황이 상당히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지난 2021년 이후 국내 규제법상 불법촬영물 유포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 의무 사업자에 해당되면서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즉, 트위치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는 다양하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적용된 결과다. 하지만 트위치는 철수 이유를 콕 집어 ‘망사용료’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 망사용료가 해외보다 10배 비싸다는 주장은 사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확인할 길이 없다. 기밀유지계약(NDA)이 걸려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결국 트위치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망사용료를 언급한 결과는 트위치에 상당히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줬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갑작스럽게 한국 시장을 철수함에 따라 트위치가 응당 받아야 할 스트리머와 이용자들의 불만을 피해 가면서, 이들을 보호하고 적절한 보상을 할 책임으로부터도 멀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트위치의 시장 철수는 그동안 트위치를 통해 수익을 벌어왔던 스트리머들에게는 무책임한 행위일 수밖에 없다. 지난 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 등 외신에서는 트위치가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국내 스트리머가 월 수익의 수백달러가량을 잃게 됐다며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제적으로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들과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망사용료 지불 여부를 두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에서도 빅테크 CP들의 네트워크 투자 분담 의무를 담은 법안들이 나오고 있는 현 상황은 트위치에 상당한 부담이다.

일부 CP들이 이용자를 볼모로 망사용료를 부정하는 사례는 이미 흔하다. 구글은 국내에서 CP들의 망 이용계약 체결 의무화가 골자인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것 같자, 유튜버들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여론전을 펼친 바 있다. 망사용료를 내게 되면 요금 인상 등 이용자에 부담이 전가될 것이란 논리였다.

하지만 국내외 ISP들은 과거 이메일·문자 정도를 주고받던 때에서 동영상 스트리밍이 등장한 이후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특히 가장 많은 트래픽을 차지하고 있는 빅테크 CP들이 망사용료 또는 그에 준하는 ‘공정 기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ISP와 CP간 논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트위치가 그냥 철수만 발표했다면 생계가 달린 국내 스트리머들은 트위치를 비난할 것이고 해외 스트리머들 사이에서도 우려가 커졌을 것”이라며 “망사용료는 이런 비판을 잠재울 화살받이였고, 실제 망무임승차방지법이 발의된 한국 내 입법까지 저지하게 된다면 트위치로선 일타쌍피가 되는 것”이라 말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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