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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양대 포털, 경영쇄신 위해 등장한 워킹맘 리더십

최민지 기자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 각사]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 각사]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카카오가 창업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맞는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적으로 카카오 단독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양대 포털‧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성 리더들이 이끌게 됐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카카오 정신아 대표 내정자의 첫 번째 공통점은 워킹맘이다. 카카오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슬하에 두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포털 수장에 오른 만큼, 이력도 화려하다. 네이버 최연소 CEO를 맡은 최수연 대표는 서울대 공대를 거쳐 연세대와 하버드 로스쿨 과정을 거쳐 미국 뉴욕주 변호사를 거친 후 2019년 11월부터 네이버 글로벌사업 지원부서를 총괄했다.

카카오 최초 여성 CEO 타이틀을 얻은 정신아 내정자는 연세대 졸업 후 미시건대학교 로스 경영대학원 MBA(경영학석사)를 거쳐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이후 이베이 아시아태평양지역(APAC) 본부에서 동남아시장을 개척하는 등 성과를 냈다. 정신아 내정자는 2014년부터 카카오벤처스에 입성해 2018년부터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맡았다. 올해 3월엔 카카오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했으며 지난 9월부터는 CA협의체 내 사업 부문 총괄, 현재는 경영쇄신위원회 태스크포스(TF)장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최수연 대표와 정신아 내정자 모두 네이버에 몸담았던 경력이 있다. 최수연 대표는 로스쿨을 가기 전, 지난 2005년 네이버(당시 NHN) 신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었다. 정신아 내정자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네이버 수석부장을 역임했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따로 있다. 회사가 경영쇄신에 직면했을 때 등장한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현재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창업자부터 주요 경영진이 검찰에 소환되는 등 사법리스크를 맞았고, 경영진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의혹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기업 신뢰도가 추락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 문어발식 사업구조 등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더군다나, 김범수 창업자의 인맥 리더십이 비판 대상이 되면서, 회전문 인사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졌다.

이에 김범수 창업자는 “새로운 배를 건조하는 마음가짐으로 과거 10년의 관성을 버리고 원점부터 새로 설계해야 한다. 항해를 계속할 새로운 배의 용골을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재검토하고 새롭게 설계하겠다”며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워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카카오는 김범수 측근이 아닌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수장으로 내세웠다. 정신아 내정자는 10여년간 벤처캐피탈(VC) 분야에서 성공 경험을 쌓으며, 위기 대응과 함께 성장 곡선을 다시 그리는 법을 알고 있다는 판단이다. 정신아 내정자는 스타트업 창업부터 성장, 유니콘까지 각 성장 단계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웠다. 또, 인공지능(AI) 등 기술 사업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카카오는 모럴해저드를 없애고 국민뿐 아니라 내부 구성원의 신뢰 또한 다시 얻어야 한다. 정신아 내정자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비윤리적인 투자자, 권위로 사람을 누르는 문화 등을 싫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아 내정자가 4년 전 이오(EO)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보면, 과거 2018년 카카오벤처스 대표에 취임했을 때 ▲권위로 사람을 누르는 문화 ▲후배가 더 뛰어난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갑과 을이 존재하는 문화 ▲정치적인 사람이 승리하는 것 등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기업 사명문을 임직원과 함께 만들었을 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대면해 자기소개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커뮤니케이션 기회를 제공했다. 일하면서 겪는 갈등은 있어도, 감정적인 갈등은 줄이자는 취지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도 경영쇄신이라는 숙제를 안고 취임한 사례다. 네이버 한 임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후, 네이버 조직문화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었다. 이에 이해진 창업자는 “더 젊고 새로운 리더들이 나타나 회사를 이끄는 전면 쇄신만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성숙 전 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유럽사업개발 대표로 물러났다.

최수연 대표는 취임 후 “가파른 네이버 성장 과정에서, 구성원 한 분 한 분이 경험했을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며 “많은 분들이 지적한 소통의 공백, 공감 형성의 부족, 제도와 프로세스의 미비 등 문제들은 책임지고 해결하며 확실히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밝힌 후 소통 경영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임직원 의견을 반영한 ‘커넥티드워크’ 근무제도도 새롭게 도입했다.

현재 네이버는 국내 생성형AI를 주도하고 있고, 북미 개인간거래(C2C) ‘포쉬마크’ 인수 및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시장 진출 등 글로벌 성과를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최수연 대표가 안정적으로 네이버를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에 등장한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전날 카카오 대표 교체가 발표된 가운데,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6.68% 오른 5만4300원에 마감했다.

한편, 2022년 3월 취임한 최수연 대표 임기는 3년이다. 정신아 내정자는 내년 3월에 취임 예정이기에, 내년엔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여성 리더십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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