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결산/종합] AI 열풍속에 사건사고 잦을날 없던 ICT 산업
2023년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은 전례 없는 변화와 발전의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팬데믹 이후의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겹쳐진 중요한 시점이기도 했지만 한국 시장의 경우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했던 한 해이기도 했다. <디지털데일리>는 2023년 ICT 결산 기사를 통해 올 한해를 조망하고 2024년의 주요 이슈를 점검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23년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은 새로운 기술의 출현과 코로나19 이후의 변화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는 디지털화의 가속화,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장, 인공지능(AI) 및 빅데이터의 활용 증대 등 다양한 방면에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 및 가전 산업의 변동, IT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분야의 성장 등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한 해 동안 국내 ICT 시장은 몇 가지 중요한 동향을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광풍처럼 불어닥친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전방위 침투다.
오픈 AI의 ‘챗GPT’로 촉발된 AI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그 중요성과 영향력이 크게 증대됐다. 이러한 성장은 기업들이 AI를 활용한 혁신을 추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AI 기술의 발전은 모든 산업군에서 데이터 처리 및 분석, 자동화, 그리고 지능형 서비스 개발 로 이어졌다. 이는 기업의 운영 효율성 증대, 사용자 경험의 개선, 그리고 새로운 시장 기회 창출에 기여했다. 또한, 공공부문과 의료, 금융,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 기술의 적용이 확대됐다.
AI를 활용하기 위한 기반 인프라로서 애플리케이션 현대화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이 두드러졌으며, 이는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다.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의 확대는 기업들이 디지털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을 경험하며, 특히 금융과 제조 분야에서 디지털 혁신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가격 압박에 대응 나선 통신업계=2023년은 각 산업군에선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던 한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올해는 통신사에 대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이 유례없이 큰 해였다. 보통 대선이나 총선 등을 앞두고 선심쓰기식 공약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대통령이 지난 2월 비상경제민생안정회의에서 직접 ‘통신은 카르텔’이라고 비판하고 나선데 따른 것이다.
이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5G 요금제 개편이라는 파고를 넘었다. 이와 함께 KT는 LG CNS 출신의 김영섭 대표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했고 LG유플러스는 고객정보 유출로 인해 곤혹을 치루기도 했다.
5G 요금제 개편은 이동통신사들의 수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큰 틀에서 사용자의 데이터 소비량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5G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서 3개 이통사가 할당 취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요금제 개편과 별도로 통신사들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신사업 육성에 사활을 걸었다. 특히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공통적으로 ‘AI’를 핵심 미래먹거리로 꼽으면서 회사의 체질 개선을 전폭적으로 이끌었다.
가전 시장은 스마트 홈 기기와 에너지 효율적인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활력을 보였다. IoT(Internet of Things)와 AI 기술의 통합이 진전되면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가정 내 편의성을 높이는 혁신적인 제품들이 소개되었다. 또한,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가전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졌다.
유료방송 성장세가 주춤한 반면 OTT 플랫폼 기업들도 과열 경쟁에 따른 생존법 찾기에 몰두했다. SK스퀘어와 CJ ENM은 웨이브와 티빙을 통합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 본 계약 체결을 목표로 논의에 나섰다.
◆스마트폰 시장 혼전 여전=올해 삼성전자는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갤럭시S22를 뒤로 하고 ‘갤럭시S23’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국내서만 사전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한 신제품은 삼성전자가 목표했던 3000만대에 근접한 호실적을 냈다.
애플 역시 아이폰15 시리즈를 앞세워 본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부족했던 공급망을 본격 확대했다.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역시 아이폰 생산에 나섰다. 팀 쿡 애플 CEO도 아이폰14 대비 아이폰15 모델 판매량이 더 높으며, 상급 기종인 ‘아이폰15 프로’ 시리즈의 공급 제한이 풀리면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다.
PC 시장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해 시장이 살아날 듯 보였으나 엔데믹 이후 주춤하고 있다. 다만, PC 프로세서 강자인 인텔의 야심작과 함께 전통적인 도전자 AMD뿐만 아니라 퀄컴과 엔비디아 등이 출사표를 내면서 내년 PC 시장은 치열한 경합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격동의 플랫폼 시장, 네카오 희비 엇갈려=플랫폼 시장도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중요한 진화와 성장을 경험했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눈에 띄는 혁신과 확장이 일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소비자 행동 양식의 변화를 촉진했다.
네이버는 지난 1월 북미 최대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 절차를 마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창립 이래 최대 규모 금액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무리한 인수라는 논란도 빚어졌지만, 결과적으로 포시마크는 네이버 매출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는 지난 8월 ‘단(DAN)23’ 컨퍼런스를 통해 차세대 생성형 AI 기반이 될 초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 뒤, 이를 활용한 사업과 서비스를 연이어 내놓았다. 네이버 AI 방향성은 크게 서비스 고도화와 기업 간 거래(B2B)를 통한 수익화 두 가지다.
카카오는 질풍노도의 한 해를 보냈다. SM엔터 인수전에 나서면서 연예기획과 음원 사업을 확대하며 콘텐츠 거대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으로 보였지만 안수 과정에서 주가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되며 이를 추진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구속 수사를 받는 등 현 사법 리스크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11일 임직원 대상으로 진행한 행사에서 “카카오는 근본적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며 “새로운 배, 새로운 카카오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바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업 총괄을 맡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단독대표 내정자로 보고했다.
디지털 경제의 중심에 서 있는 플랫폼 사업은 이커머스, 소셜 미디어, 클라우드 서비스, 그리고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이끌었다. 이러한 발전은 기업들의 사업 방식과 소비자들의 일상에 깊이 영향을 미쳤으며, 이에 따라 시장 경쟁 구도와 산업 생태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도래했다.
또한, 정부의 정책과 규제, 그리고 글로벌 시장과의 연계도 한국 플랫폼 시장의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었다. 이는 기술 발전, 데이터 보안, 사용자 경험 개선 등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플랫폼 사업자들이 마주한 도전과 기회를 드러내는 요소로 작용했다.
연초부터 시작된 게임업계 보릿고개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2K(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 체제 균형도 무너트렸다. 장르‧플랫폼 다변화에 성공한 넥슨이 멀찍이 앞서나가고, 4곳은 중견 게임사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는 형국이 됐다.
다만 게임산업에 대한 이용자 층은 여전히 두터워 보인다. 대표적으로 국내 이스포츠 산업은 올해 아시안게임과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두 국제대회에 힘입어 다시금 성장 동력이 실렸다. 지난 9월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이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전 국민적 관심이 모인 가운데, 국가대표팀이 금2‧은1‧동1의 성적으로 출전 전 종목 메달을 석권해 기대에 부응했다.
◆초유의 국가행정망 전산마비 사태=2023년 SW 및 IT서비스업계는 연이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서비스 장애의 여파로 들끓었던 한해를 보냈다.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국가행정망 전산마비 사태다. 11월 24일 오후 1시 55분경부터 발생한 장애로, 행정안전부와 18개 중앙행정기관의 주요 업무 시스템이 마비됐다. 이 사고로 인해 정부의 재난 상황 대응, 민원 처리, 정책 수립 등 주요 업무가 중단되었고, 국민들은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사고 원인은 라우터에 장비의 케이블을 연결하는 모듈의 일부 포트 이상으로 밝혀졌다. 행안부는 앞서 L4 스위치 이상이라고 밝혔으나, 이는 잘못된 진단으로 밝혀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규모 시스템 구축 후 시스템 오류나 마비는 심심치 않게 일어난 일이지만 잦은 시스템 장애로 국민들의 불편함이 가중되면서 정부 및 공공기관의 IT시스템을 구축하는 공공SW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논의가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3년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시행된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IT서비스업계 전반에 여파를 미쳤다.
◆날로 커지는 보안 중요성=전통적인 경계 중심의 보안이 한계에 달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제로트러스트와 공급망보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확산이 예상된다.
제로트러스트는 ‘아무 것도 믿지 말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는 보안 방법론이다. 전통적인 네트워크 경계 중심의 보안의 경우 경계를 넘어선다면 신뢰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됐다. 계정 탈취를 통해 시스템에 접근할 경우 정상 접속자로 취급돼 데이터가 유출되는 것이 예다.
정부는 기업‧기관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제로트러스트 실증모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 하반기 온프레미스형과 클라우드형 2종의 모델에 대한 실증사업이 진행 중인데, 2024년도에는 각 산업별 모델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술 백서 수준이었던 제로트러스트 가이드라인도 실제 사례를 담은 개정판을 선보일 계획이다.
오픈소스 SW의 취약점을 이용해 SW 공급망에 대한 공격을 수행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는 가운데 오픈소스 SW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에도 기업이 적극 나선 한 해였다. 여기에 AI의 파도는 보안업계에도 마찬가지로 불어닥쳐 선제적인 침해위협과 사고 분석 등에 AI가 적용되는 방안이 적극 모색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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