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게임 이어 포스코까지…‘집게손가락’에 끙끙 앓는 산업계
- 시민단체, 손가락 모양 불구 반사회적 혐오몰이 안돼
- 게임업계, 젠더갈등 아닌 계약 불이행 문제로 접근해야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게임업계에서 촉발된 ‘남성 혐오’ 논란이 게임사의 기민한 대응에도 쉬이 진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여성단체가 ‘혐오몰이’를 주장하며 게임사 대응을 꼬집고 나선 가운데, 혐오 표현이 의심되는 콘텐츠가 산업계 곳곳에서 포착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넥슨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캐릭터 홍보 애니메이션에 남성 혐오 표현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상 일부 구간에서 캐릭터들의 손 모양이 여성 우월주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서 사용하던 집게손가락 형태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손가락은 메갈리아에서 남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의미로 통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당 애니메이션을 담당한 ‘스튜디오 뿌리’에 소속된 애니메이터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행보가 재조명되면서, 고의로 외주 제작물에 비하 표현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애니메이터는 지난 3월 X(전 트위터)에 “남자 눈에 거슬리는 말 좀 했다고 SNS 계정 막혀서 몸 사리고 다닌 적은 있어도 페미 그만둔 적은 없다.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라는 글을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해당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논란이 확산하자 넥슨은 26일 새벽부터 조치에 나섰다. 누리꾼이 지적한 10여개의 문제 영상을 삭제했다. 이외 혐오 표현이 콘텐츠에서 발견된 다른 게임사도 즉각 대응에 돌입했다.
게임사가 이같이 기민한 대응에 나선 이유는 과거 유사 논란이 불매운동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나딕게임즈의 ‘클로저스’는 2018년 특정 일러스트레이터의 페미니즘 의혹에 즉각 대응하지 못하면서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겪었다.
같은 해 XD글로벌이 서비스하는 게임 ‘소녀전선’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의 SNS에서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글이 발견된 뒤 게이머들의 대대적인 불매가 이어지기도 했다. 주요 소비층이 20~30대 남성인 게임업계에서 남성 혐오 논란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곳곳에 숨은 집게손가락은 게임업계만의 고민은 아니다. 지난 2021년 편의점 GS25 캠핑 행사 포스터에서 시작된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포스터에는 소시지를 집으려는 손 모양이 집게손가락으로 그려졌고,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감성캠핑 필수 아이템)’ 문구에서 영문 끝부분만 따면 메갈(megal)을 거꾸로 쓴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와 파장이 커졌다. 결국 불매운동으로 번지면서, 당시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이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이외 BBQ, 교촌치킨, 무신사, 현대카드, 신한은행 등 복수 기업의 광고 이미지에서도 집게손가락이 발견되며 업계를 가리지 않고 홍역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당장 지난 28일엔 포스코 공식 유튜브 채널에 3개월 전에 게재된 ‘2023 포스코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제목의 영상에서 집게손가락 모양이 확인돼 블라인드를 비롯한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됐다. 포스코측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산업계의 대응이 ‘사상 검열’이라며 반발하는 일각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민주노총 등 9개 단체 50여명의 인원은 지난 28일 판교 넥슨 사옥 앞에 모여 넥슨을 규탄했다.
주최 측은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논란을 멈추라”면서 “집게 손은 페미니즘의 상징이 아니며, 설령 그 손 모양이 페미니즘의 상징이라도 해도 지금과 같은 반사회적 혐오 몰이는 허용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과거 넥슨이 페미니즘 성향의 일러스트레이터를 해고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게임업계가 남성 이용자의 ‘억지 주장’에 굴복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는 해당 사태가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과거 정치적 혐오 표현을 은밀히 삽입해 논란이 됐던 ‘일베(일간베스트)’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신념에서 비롯된 일탈이 여러 피해자를 만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페미니즘이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납품한 상품에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과 다른 결과물이 삽입됐다는 것”이라며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는다. 사과하는 것도 기업이다. 젠더 갈등이 아니라 엄연한 계약 불이행 문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을 촉발한 스튜디오 뿌리는 사과문을 2차례 내며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여론이 악화하자 이내 사과문을 삭제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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