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전산망 마비 사태 6일 경과… 피해 시점‧원인‧규모 모두 ‘모른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11월17일 행정안전부의 행정 전산망 장애가 언제, 왜 발생했는지, 또 어디까지 영향을 미쳤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전체회의를 개최해 행정안전부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국회에는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이상민 장관을 대신해 고기동 차관이 출석했다.
고기동 차관은 이날 국회에서 장애에 대한 복구 현황을 공유했다. 다만 사고가 발생한 지 6일이 지났음에도 이미 알려진 내용만 되풀이할 뿐 새로운 내용이 없어 여당 국회의원의 반발을 샀다.
이날 고기동 차관의 국회 답변에 따르면 정확한 장애 발생 시점도 불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고기동 차관은 최초 장애를 어떻게 인지했느냐는 임호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에 “8시46분이 우리 공무원들이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출근해서 인증을 하다 보니 안 돼서 접수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8시46분이라는 시간이 최초로 접수된 시간일뿐, 그 이전부터 시스템에 장애가 지속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장애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는 거듭해서 정부공개키기반구조(GPKI)의 네트워크 장비, L4 스위치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그 무엇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보기술(IT) 및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L4 스위치 문제로 24시간 이상 장애가 발생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유사한 질의가 쏟아졌다. 조은희 의원(국민의힘)은 “네트워크 장비 문제였다면 금방 복구됐어야 하지 않나. 고성능 장비로 교체해도 다시 문제가 생겼다. 그러면 정부는 이것이 아니라 더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보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L4라는 네트워크 장비에 이상이 있어서 마비됐다고 하는데, 그건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그 장비가 왜 마비됐는지, 왜 이상이 생겼는지 아직 모른다”며 “이중화된 장비까지도 이상이 생긴 건가? 동시에 2개 장비가 모두? 그걸 믿을 수 있는 국민은 없다. 백업 장비까지 동시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은 장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용혜인 의원(기초소득당)이 행정안전부가 언급하는 새올이나 정부24뿐만 아니라 온나라,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와 지리정보시스템(GIS)까지 영향을 받았다며 구체적인 피해 범위를 파악했느냐고 묻자 고기동 차관은 “여러 시스템에 장애가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만 답했다. 거듭해서 피해 범위를 묻는 질문에 고기동 차관은 “장애 정도가 모든 시스템에 동일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실제 17일 사고 당시 부각된 것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사용하는 ‘새올’이지만 이뿐만 아니라 공직자통합시스템인 ‘온나라’를 비롯해 긴급상황전파에 사용되는 ‘국가재난관리시스템(NDMS)’과 ‘지리정보시스템(GIS)’까지도 영향을 받았다. 외교부 인사관리시스템도 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22일에는 주민등록시스템에서, 23일에는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잇달아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현재 국방부, 국가정보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 유관기관과 산업‧학계 전문가, 민가기업이 참여하는 TF를 꾸려 대응에 나서는 중이다. 동시에 TF 참여자들에게는 외부와의 소통을 엄금하고 있다. 소통 채널을 행정안전부로 단일화하겠다는 것인데, 정작 행정안전부는 사고 6일이 지났음에도 ‘유체이탈 화법’만 구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중이다.
오영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고기동 차관에게 “복구가 이상 없이 완료됐다고 보고하는 오늘 또 나라장터에 접속이 안 되는 일이 있었다. 누가 정부를, 디지털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고기동 차관은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이번 행정 전산망이 마비된 것은 디지털 재난이라고 보냐”는 질의에 “그렇게까지는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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