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연합회장에 '民 출신' 조용병… 그에게 주어진 만만치 않은 숙제 [DD인사이트]
-'상생금융' 등 은행권 향한 당국 전방위적으로 쏟아지는 압박에
-은행업계 속사정 대변할 수 있는 지혜와 소통 능력 필요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내정자의 은행권 난제 해결을 위한 관건은 대관 능력이다.
11월말로 임기를 마치는 김광수 회장의 뒤를 이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낙점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국내 은행권 안팎에선 "나름 괜찮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조 내정자가 은행권 경험이 풍부하고, 은행업계의 사정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장점을 높게 샀다.
그러나 한편으론 우려도 나왔다.
무엇보다 정부와 당국 소통에 있어 기존 관료 출신의 회장들보다 중량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이 최근 '이자 장사'를 향한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며 전방위로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기때문에 그에게 주어진 역할에 사뭇 금융권의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아직 공식 취임전이지만 '민간 출신' 조 내정자가 어떻게 이러한 외풍을 적절하게 막아낼 수 있느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 형국이다 .
앞서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6일 제3차 회의·이사회에서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제15대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다. 조 내정자는 오는 27일 열릴 사원총회에서 23개 은행연합회 회원사의 의결을 거쳐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회추위는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 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며 조 내정자를 추천한 배경을 설명했다.
◆조 내정자, 상생금융 등 당면한 과제 산적
우선 은행권의 눈 앞에 닥친 '상생금융'에 대한 합리적인 방향부터 설정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 '종노릇' 등 강경한 어조로 날 선 눈초리를 날리면서 은행권에 압박 아닌 압박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을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상생금융을 독려하며 금융권에 무언의 압력을 가한 것도 이와 결이 비슷하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허겁지겁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돌입하며 관련 보따리를 하나씩 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금융지주의 상생금융은 제 살을 깎아 먹는 '출혈 경쟁'으로 치닫는 모습으로 번지기도 했다.
특히 최근 야당에서는 일명 '횡재세' 법안까지 발의해 은행권의 부담을 더욱 높이고 있다. 횡재세란 은행권의 초과 이익의 40%까지 부담금을 징수하는 법안을 말한다.
은행권의 내부통제 문제도 조 내정자가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은행권 임직원의 횡령, 비위 등 여러 금전적인 사건이 줄줄이 터지면서 금융사에 대한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이와 관련해 은행권 준법감시인들이 줄줄이 소환됐으며, 내부통제 문제를 책임질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국감 불참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어 여야는 국감에 불참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선 고발 조치까지 예고한 바 있다.
◆민간 출신 협회장에…업계 '기대반' '우려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금융당국과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은행연합회장의 대한 은행권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에 민간 출신이 대거 포진했었다는 점도, 업권이 숨통을 트일 수 있도록 속 사정을 대변해 줄 적임자를 기대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이 은행연합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었다.
총회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최종 후보자로 이름을 올린 조 내정자는 대전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신한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으로 2015년 신한은행장, 2017년 신한금융지주 회장까지 오른 정통 '신한맨'이다.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소통을 자주해 이른바 '엉클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다만 조 내정자가 정통 민간 출신 회장이라는 점에선 기대와 또 다른 우려도 나온다.
정부와 당국과 소통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한 시점인데, 과연 민간 출신 회장이 이에 맞설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역대 은행연합회장 14명 중 순수 민간 출신은 4명에 불과했다. 관료 출신이 아닌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대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 낙점된 것도 이번이 첫 사례다.
앞서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금융산업지원본부장을 역임한 이력이 있는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이 막판까지 조 내정자와 경합을 벌인 것 또한 내심 정부와 접점이 있을 것이란 업계의 기대감이 작용했던 결과가 아니었겠냐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협회장의 자리는 업계를 대변해 적극 나서야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주로 무게감이 있는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다"면서 "현재 양대 보험협회장 수장으로 관료 출신이 거론되고 있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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