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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향한 정부 온도 차…자율규제 속도내며 M&A 심사 문턱 올린다

이나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정부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플랫폼 기업 사이에서 유의미한 자율규제가 확산할 수 있게 정부의 관련 지원과 시책 마련 등을 명문화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플랫폼 자율규제 초기 성과들이 하나둘씩 구체화하는 동안, 반대편에선 플랫폼의 ‘문어발 확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심사기준 개정 작업이 한창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그에 앞서 지난 7일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플랫폼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자율규제가 법적 근거를 갖고 실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 중”이라며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날 상반된 행보로, 플랫폼 시장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기업결합(M&A) 심사기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다음달 5일까지 공정위는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다. 이는 기존 M&A 심사기준이 제조‧유통‧서비스업에 맞춰져 있어 플랫폼업계 경쟁 제한성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플랫폼 자율규제 ‘법적 근거’, 모든 정부부처에 효력

플랫폼 자율규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엔 ▲효율적인 자율규제 수행을 위해 자율기구 설치·운영 근거 마련 ▲이해관계자가 의견을 개진할 기회 제공 ▲정부가 민간 자율규제활동을 지원 및 촉진하는 시책 마련 ▲법령 위반 행위 조치 때 그간 자율규제 성과 고려해 과징금 등 처분 감경 등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총괄과 관계자는 “작년 8월부터 민간 플랫폼 자율기구 구성과 운영을 지원하는 등 정부가 시범운영 해 온 것에 대한 확실한 법적근거를 만든 것”이라며 “사업자들로선 경직적인 규제보다 자율규제가 부담이 덜한 만큼, 정부가 자율규제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 자율규제에 대한 법적 근거는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가 공동 소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담겼지만, 실질적 참여 주체는 범정부부처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나 공정위 같은 비 통신계열 부처들도 이들 법을 근거로 얼마든지 플랫폼 기업을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중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정책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중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협력정책관이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업결합 심사기준 개정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타트업계 부작용 최소화했다지만…불확실성 높아진 M&A 기준 아쉬워

반면, 공정위가 내놓은 M&A 심사기준 개정안으로 플랫폼 M&A 시장은 이전보다 경직될 전망이다. 이번 개정안은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지난 7월 공개한 기업결합 가이드라인 개정 초안 취지와 유사하다. 즉, 시장에서 일정 이상 영향력을 갖는 플랫폼들이 경쟁업체를 제재 없이 인수하며 몸집을 불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카카오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를 기점으로 이 작업에 속도를 낸 이후 플랫폼과 스타트업계에선 재차 우려가 제기됐다. 독점규제법상 기업결합 규제 조항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규제 권한이 강화하면 관련 산업 생태계가 혼란해지는 데다, 스타트업계 생태계에 숨통을 틔울 M&A를 통한 자본회수(엑시트)도 더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공정위는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스타트업이 받을 피해가 적도록 지난해 초안보다 기준이 다소 완화된 결과물을 내놓았다. M&A 심사기준 개정안을 살펴보면 플랫폼 매출이 적어도 혁신 가능성과 이용자 수를 따져 간이심사를 일반심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예컨대, 플랫폼이 기업결합을 신고할 때 인수하려는 업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월평균 500만명 이상이거나 연간 연구개발비를 300억원 이상 지출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평가할 때 서비스 이용자 수와 이용 빈도 등도 고려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매출 기반으로 시장 점유율을 평가했지만, 플랫폼이 제공하는 무료 서비스는 영향력에 비해 점유율이 낮게 나타나는 특성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서로 다른 업종 간 기업결합에서 주력 상품에 다른 상품을 끼워 파는 일이 발생하는지도 따져볼 방침이다.

하지만 여전히 법을 적용받는 수범자들에겐 불확실성이 커 입법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리서치실장은 “작년에 공정위가 공개한 개정안 초안에 비해 업계 목소리가 반영된 건 맞지만, ‘공정위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식 문구가 많이 보인다”며 “전혀 관계가 없는 업종 간 결합인 혼합결합까지도 사안에 따라 유심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암시는 분명 M&A 활성화에 저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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