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IT슈] 네카오, ‘아이디어·기술 탈취’ 소명 시험대…가시밭길 예고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아이디어·기술 탈취 의혹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 논란을 둘러싼 기업 간 진실 공방이 격화하는 가운데 결론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드는 만큼 모두에게 험난한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오는 26일과 27일 각각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특허청 대상 종합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두 대표가 막판에 증인 출석 명단에서 철회되거나 실무진 등 다른 관계자로 변경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이들을 부른 국회 정무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모두 최근 도마위에 오른 대기업의 아이디어·기술 도용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은 변함없다.
네이버 쇼핑 서비스 ‘원쁠딜’은 모바일 쇼핑 앱 ‘원플원’ 운영사인 스타트업 뉴려로부터 1+1 상품만 모아서 판매하는 최초 사업 아이디어를 베꼈다는 문제 제기를 받고 있다.
카카오VX는 골프장 관리 플랫폼 스마트스코어와 골프장 운영 솔루션을 비롯해 관리자 페이지 수백 회 무단 접속과 티타임 청약기능 등으로 분쟁 중이다. 카카오헬스케어와 건강 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는 혈당관리 플랫폼 사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으며,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 화물맨으로부터 회사 인수 논의 과정에서 사업 정보를 도용했다는 논란에 부딪혔다.
◆중기부·특허청도 사태 파악 나서…“결론은 아직”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개하는 사업에서 잇따른 아이디어·기술 탈취 주장이 나오자 중기부와 특허청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중기부는 해당 스타트업들 신고로 카카오VX와 카카오헬스케어에 대한 기술 침해 행정조사 중이다. 기술 침해 행정조사란 중소기업 기술 침해 행위를 조사해 위법 행위에 대해 시정 권고 등 행정 처분하는 제도다. 만약 시정 권고를 미이행할 경우, 기술 침해 사실을 공표하고 유관기관 이첩을 검토한다.
스마트스코어와 닥터다이어리는 각각 지난 4월 카카오VX와 카카오헬스케어를 상대로 기술 침해 행정조사를 중기부에 신청했다. 이에 중기부는 기술 침해 행정조사 전담 공무원을 파견해 스타트업 기술 침해 상황을 확인해 왔다.
중기부 기술보호과 관계자는 “카카오VX와 카카오헬스케어 건은 현재 조사보다 양사 간 조정을 유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술 침해 여부는 일단 화물맨 측과 면담해 볼 예정이며, 네이버 사례도 이제 막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특허청도 신고가 접수된 사안을 중심으로 진위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허청 부정경쟁조사팀 관계자는 “카카오헬스케어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아직 신고가 들어온 것은 없다”면서도 “카카오VX는 아이디어 탈취가 아닌 부정경쟁 행위 유형 중 ‘데이터 부정 사용’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신고로 조사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 탈취 심각성에도 해결 ‘요원’…대기업도 마냥 유리한 것 아냐
네이버와 카카오 계열사들 외에도 포스코건설과 스카이텍, LG생활건강과 프링커코리아, 롯데헬스케어와 알고케어 등 기술 탈취로 인한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중기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공개한 ‘2023 중소기업 기술 보호 수준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 침해가 발생했거나 이전에 발생한 피해를 인지한 사례는 총 18건, 피해액은 19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피해 건수(33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피해액(189억4000만원)은 늘어난 수치다.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은 인력이나 자금이 현격히 부족해 대기업이 마음먹고 기술을 탈취하려 하면 막아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로선 기술 침해에 따른 피해를 확인해도 구제를 받기 쉽지 않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소기업 간 특허 심판 심결 16건 중 중소기업 패소율은 56%에 달했다. 중소기업 특허 심판 패소율은 ▲2018년 50% ▲2019년 60% ▲2020년 72% ▲2021년 75%까지 오름세를 보이다 지난해 하락 전환했지만, 여전히 승소율보다 패소율이 더 높은 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8월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스타트업 코리아 전략회의’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중범죄로 규정하며 관련 제도 정비를 시사한 바 있다. 스타트업계는 특허 심판·소송에서 침해 사실과 손해액 산정에 대한 증거를 놓고 다툴 때 침해자인 대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스타트업 생태계 민간 지원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지난 5월 발간한 이슈 페이퍼를 통해 “대기업은 하도급 관계나 자본력의 차이를 바탕으로 기술 탈취가 용이하다”며 “스타트업은 침해 사실 및 손해액 산정 관련 입증이 용이치 않아 대기업과의 분쟁 피해가 스타트업 간 기술 탈취 피해보다 더 크게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스타트업으로선 기술 탈취가 이뤄진 이후 대응을 고려하는 것보다 기술 탈취가 이뤄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물론, 대기업 입장에서도 이러한 논란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법률 분쟁으로 인해 제품 출시 및 판매 일정이 영향을 받거나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는 등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서다. 과도한 의혹 제기가 누적돼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인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도 시장 차원에선 큰 손해다.
송명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리서치실장은 “과거엔 하도급 관계에서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을 일방적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제3자가 볼 때 누구 잘못인지 판단이 안 될 정도로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며 “스타트업은 회사가 생사기로에 선다는 점에서 치명적이고, 대기업은 단순 의혹만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어 공들인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 있어 양측 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기 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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