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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2023] '애플페이' 과도한 국내 수수료 따지지 못한 '맹탕' 국감

권유승 기자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오른쪽 첫번째)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오른쪽 첫번째)가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 국감장 불려나온 현대카드, 대관 능력 약해졌나… "간편결제사 입김 작용 의구심"

-"금융지주회장 다 빠진 '맹탕' 국감 비판 우려에 현대카드로 불똥 튀었다"는 의견도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 금융권 수장으로 유일하게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가 소환되면서 그 이유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횡령, 내부통제 등 굵직한 이슈로 줄소환이 예고됐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정작 증인과 참고인 명단에 다 빠진 가운데, 맹탕 국감을 의식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었냐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가 전날 금융위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대카드가 올해 3월부터 국내 서비스하는 '애플페이'(Apple Pay)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과도해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감에 불리게 됐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증인 소환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시선이 적지 않다. 금융권 수장 중 유일하게 국감에 소환됐지만, 그러기엔 쟁점 자체가 최근 은행권 이슈들에 비해 중량감이 크게 약해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보니 김 대표가 국감에 소환된 또 다른 배경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도 나오고 있다.

우선 애플페이를 도입한 현대카드의 경쟁사들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즉, 현대카드가 선제적으로 애플페이를 도입하면서 시장 경쟁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국내 주요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이 견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간편결제사들에 비해 현대카드의 대관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실제 현대카드의 커뮤니케이션 구성 인원들이 기존 대비 대폭 변경되기는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카드가 지급하는 애플페이 수수료가 또 다른 간편결제 사업자들의 수수료 인상에 불을 지피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앞서 2015년 출시 이후 결제 수수료를 받지 않던 삼성페이는 최근 애플페이 도입을 계기로 수수료 부과 방안을 고려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정대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왜 안나왔나?

한편 김 대표 소환이 '맹탕' 국감을 우려한 처사라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지주회장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실질적으로 국감 참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현대카드에 불똥이 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형식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아닌 김 대표가 증인으로 소환됐기때문이다. 국회가 애플페이 이슈를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보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애플페이 국내 출시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서비스 증가 실적을 업데이트하는 등 끊임없이 애플페이로 관심을 유도해왔다. 따라서 애플페이 수수료 문제를 따질려면 당연히 정태영 부회장의 소환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실제 전날 국감에 소환된 김 대표는 형식적인 답변만 짧막하게 내놓으면서 크게 무리 없이 넘어가는 모습이었다. 애플페이에 지급하는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국회의원들의 형식적인 질의에 "소비자에 전가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별다른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에 수수료를 지급하게 되면 그만큼의 수익을 위해 카드 캐쉬백이나, 카드론 대출금리 등을 줄여 고객 혜택이 실제로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번 국감에서 은행권 수장들이 제외되면서 현대카드가 쟁점에 비해 과도하게 시선이 쏠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지주 회장들은 은행권 대규모의 횡령사고로 내부통제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국감에 줄줄이 소환될 것이란 전망이 즐비했었다.

이런 가운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지난 9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모로코에서 개최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연차 총회에 참석하자 은행장이라도 대신 국감에 불려갈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 정보로 127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겨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은행권 대규모 횡령사고의 신호탄을 터뜨렸던 우리은행은 지난 7월 또다시 횡령사건이 발생하면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었다.

특히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경남은행 직원이 3000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국감에 소환될 것으로 점쳐졌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은 대구은행 직원이 1000건의 증권 계좌를 고객 동의 없이 불법으로 개설하면서 시선이 쏠렸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7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 증인으로 5대 시중은행 준법감시인을 소환키로 했다. BNK경남은행과 DGB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도 명단에 포함했다. 답변이 불충분할 경우 27일 종합감사 때 CEO들도 부르겠다는 방침이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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