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쿠팡에 밀린 롯데쇼핑, 김상현 부회장 내세운 ‘신유통’ 전략은?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김상현 부회장 체제 롯데쇼핑이 향후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김 부회장이 직접 나서 13년만에 ‘최고경영자(CEO) IR 데이’를 열고 2026년까지 매출 17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성장 동력으로 리테일테크를 강조하며, 국내 대표적 리테일테크 기업 쿠팡과 경쟁에도 각오를 다지는 모습이다.
19일 롯데쇼핑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서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 대상으로 CEO IR 데이를 진행, 중장기 실적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전략을 공개했다. 롯데쇼핑이 분기마다 컨퍼런스콜이나 기업설명회(NDR)를 진행하긴 하지만, CEO가 나서 IR데이 진행을 주관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김 부회장이 평소 회사 주가에 관심이 큰 편인 데다, 롯데쇼핑에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롯데쇼핑 사업궤도 정상화를 위한 ‘사업별 중장기 핵심 전략(Transformantion Journey) 1.0’이 시행됐다. 마트·슈퍼 소싱통합과 백화점 핵심점포 리뉴얼, 판관비 효율화, 상품기획(MD) 경쟁력 강화 등에 힘쓴 결과, 롯데쇼핑 영업이익은 2021년 2076억원에서 올해 전망치 5050억원으로 143.3% 증가가 예상된다.
롯데쇼핑이 이번에 발표한 ‘2.0’ 비전은 ‘고객 첫 번째 쇼핑 목적지’로 도약이다. 이를 위한 6대 핵심 전략은 ▲핵심상권 마켓리더십 재구축 ▲대한민국 그로서리 1번지 ▲이커머스 사업 최적화·오카도 추진 ▲하이마트·홈쇼핑 등 부진 사업부 턴어라운드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으로 전환을 제시했다.
롯데쇼핑은 “중장기 전략 1.0은 (김 부회장) 부임 후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전략들이었고, 2.0은 2026년까지 3년 후를 바라보고 중장기 전략을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백화점은 핵심상권 마켓 리더십 재구축을 위해 잠실점 포함 8대 핵심 점포를 전략적으로 리뉴얼하고, 미래형 복합쇼핑몰을 개발한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우수한 쇼핑몰 사업에 집중해 2026년 송도점 개점을 시작으로 부산 광복과 대구 등으로 복합쇼핑몰을 확대한다.
‘그로서리 1번지’ 도약을 위해 마트·슈퍼 통합으로 규모를 키우고 올해 4분기 은평점 시작으로 그로서리 특화 새 포맷을 만든다. 향후에는 통합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해, IT·물류 관련 비용까지 추가로 절감해 수익성을 개선할 예정이다.
성장 중심이던 이커머스는 수익성 중심 사업전략으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 고객 라이프 스타일을 반영한 뷰티·럭셔리·패션·키즈 카테고리 중심으로 버티컬 전문몰을 강화한다.
지난해 체결한 오카도 솔루션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총 6개의 스마트 물류 자동화 센터 CFC(고객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첫 CFC는 부산에 건립되며,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부진한 실적을 보인 하이마트와 홈쇼핑은 판매에만 집중하지 않고 차별화 서비스를 구현한다. 하이마트는 온·오프라인 통합 홈 토탈 케어 서비스를 사업화해 ‘원스탑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홈쇼핑은 벨리곰 사업 등 신규 콘텐츠 및 커머스 방송을 확대하고 비효율 상품군은 축소하는 등 효율적인 운영으로 비즈니스를 혁신할 예정이다.
이러한 전략들을 통해 롯데쇼핑은 2026년 매출 17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롯데쇼핑이 제시한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14조6000억원, 5050억원이다.
2022년 부임한 김 부회장은 내년 3월 사내이사 임기 종료를 앞둔 상황이다. 정기 임원인사 대상인 김 부회장이 향후 3개년 계획을 제시한 건 그만큼 기업 내부에 드리운 경영 위기를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쇼핑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5%가량 늘며 선방했지만, 같은 기간 매출은 6%가량 줄었다. 성장이 정체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올해 2분기 롯데쇼핑은 영업이익 51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0.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 역시 3조6222억원으로 7.2% 줄었다.
특히 롯데쇼핑은 기존 사업들을 확장·강화하는 계획 속에 신동력으로 ‘리테일 테크 전문기업으로 전환’을 발표했다. 롯데가 갖고 있는 4200만 고객 데이터를 자산으로, 인공지능(AI) 기술 유통 사업 연계, 데이터 커머스 추진 등 기업간거래(B2B) 신사업으로 신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룹 통합 데이터 플랫폼과 그룹 내 온·오프라인 매체를 활용해 광고주에게는 높은 광고 효과를, 소비자에게는 맞춤형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통에 특화된 생성형 AI 추진체를 구성해 단계적으로 광고 제작 자동화, AI기반 고객 상담 등 리테일 전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 전환을 발표한 롯데쇼핑은 쿠팡과의 전면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규모와 수익성 면에서 쿠팡은 롯데쇼핑을 넘어섰다.
지난해 국내 유통시장 규모는 602조원대로, 점유율은 신세계그룹(5.1%), 쿠팡(4.4%), 롯데(2.5%) 순인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과 롯데쇼핑 지난해 매출은 각각 26조4000억원, 15조5000억원으로, 롯데쇼핑은 유통 기업 매출 순위에서 쿠팡에 밀렸다. 지난해 4분기 쿠팡은 영업이익 1133억원으로 롯데쇼핑(1011억원)보다 앞서더니,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쿠팡 1951억원, 롯데쇼핑 510억원으로 격차가 4배 가까이 벌어졌다.
한편 롯데쇼핑은 주주 친화 정책 일환으로 배당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것도 목표하고 있다. 주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실적 목표 제시 및 주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다양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는 수익성과 효율성 개선에 집중했다면, 내년은 고객중심 가치를 우리의 핵심 경영철학으로 삼고 ‘고객의 첫번째 쇼핑목적지’가 되는 해로 만들겠다”며 “6가지 핵심 전략을 바탕으로 2026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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