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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댕이 리튬으로...'선택 아닌 필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테크다이브]

이건한 기자
폐배터리 리사이클 과정에서 추출-재활용되는 소재들 [ⓒ 성일하이텍]
폐배터리 리사이클 과정에서 추출-재활용되는 소재들 [ⓒ 성일하이텍]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폐배터리 리사이클(Recycle, 재활용) 산업이 전기차 확산 본격화에 따른 배터리 가치 상승, 환경보호 측면에서 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은 크게 재활용과 재사용으로 구분됩니다. 가장 먼저 수명을 마친 배터리의 잔존 용량과 안전성을 검사한 후 재활용 제품과 재사용 제품으로 분류합니다. 최근 업계에서 관심을 두는 건 주로 재활용입니다. 재사용이 어렵거나 배터리 생산 중 발생한 불량은 재활용 전후공정을 거치면 양극재에서 상당수의 고부가가치 금속을 다시 추출할 수 있거든요.

재사용은 폐배터리 팩을 일부 개조하거나 그대로 본래 용도 외로 활용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가령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추출한 중대형배터리는 ESS(에너지저장시스템)나 UPS(무정전장치)의 배터리로 활용하는 거죠. 유가금속을 추출해낸다거나 할 순 없지만 처리 절차가 상대적으로 쉽고,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오염물질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재활용과 재사용 중 업계의 관심사는 주로 재활용입니다. 전기차 보급대수와 함께 늘어날 폐배터리를 재활용하지 않고 폐기할 경우 비용-환경 측면에서 손해가 크기 때문입니다. 현재 배터리는 전기차 기준 원가의 약 절반을 차지할 만큼 값비싼 부품입니다.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금속을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금속은 희소광물로서 매장량이 제한적이고 채취-가공 중 적잖은 비용과 환경오염물질을 발생시킵니다.

따라서 재활용은 희소금속 고갈은 최대한 늦추면서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으로 꼽힙니다. 특히 한국은 배터리용 광물이 매장돼 있지 않아 전량 외국에서 수입 중입니다. 국제정세에 따라 공급망이 불안해지면 배터리 및 핵심소재 생산에도 큰 영향을 받는 구조입니다. 배터리 재활용 비중을 높여 자급 수준을 높여야 이 같은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죠.

재활용 공정은 다시 ‘전처리’와 ‘후처리’로 나뉩니다. 전처리는 폐배터리의 폭발 위험을 제거하고 파쇄하는 과정에서 유가금속이 포함된 ‘블랙 파우더’, 혹은 ‘블랙 매스’를 확보하는 과정인데요. 블랙파우더와 블랙매스가 같은 의미로 혼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구분하면 성질이 다릅니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블랙매스는 배터리의 셀을 파·분쇄한 가루에 양극재와 음극재가 혼재된 것을 말합니다. 블랙 파우더는 알루미늄박과 양극재가 함유된 가루입니다.

전처리 과정에서 중요한 건 ‘안전한 파쇄’입니다. 잔류전류로 인해 파쇄 중 화재나 폭발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완전방전하는 기술이 중요하죠. 최근에는 무방전으로 파쇄 가능한 장비들이 개발돼 쓰이기도 합니다. 방전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전처리 생산성이 그만큼 낮아지니까요.

후처리는 블랙파우더나 블랙매스에서 본격적으로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단계입니다. 건식·습식 공정으로 나뉘며 습식공정이 주로 채택됩니다. 습식은 다시 ▲산침출 ▲고액분리 ▲선택적 분리 및 ▲고형화로 구성되며 간편한 용매추출법이 가장 폭넓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포스코HY클린메탈 리사이클링 공정 개요 [ⓒ 포스코]
포스코HY클린메탈 리사이클링 공정 개요 [ⓒ 포스코]

용매추출에는 다량의 황산이 투입됩니다. 황산으로 블랙파우더를 녹이면 그 안에 섞인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금속을 각 공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추출해내는 거죠. 국내 기업 중 포스코HY클린메탈의 경우 우선 확보한 블랙파우더를 공장 내 침출동으로 보내 황산에 녹입니다. 이후 액체화된 황산금속이 파이프를 타고 추출동으로 이동하며 구리-망간-코발트 순으로 분리됩니다.

황산은 증발 가공을 통해 다시 황산염으로 가공됩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리튬 용액은 별도의 리튬공정으로 옮겨져 탄산리튬으로 재가공되고요. 사실상 추출 가능한 거의 모든 금속을 재활용하는 셈으로, 업계의 재활용 수준은 평균 90% 이상으로 이야기됩니다. 이처럼 재활용성이 높으니 더더욱 이 기술에 투자할 가치가 높습니다.

후처리 방법 중엔 ‘다이렉트 리사이클링’으로 불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폐배터리에서 양극 활물질을 직접 추출해 재생양극 활물질로 만들어 재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아직 기술 수준이 높지 않고 효율성 등의 문제로 널리 쓰이는 방식은 아닙니다.

글로벌 산업동향과 정책 측면에서도 폐배터리 리사이클의 중요성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지금은 미국이 가장 중요한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으로 꼽히지만 향후엔 유럽 시장 또한 큰 성장이 예고돼 있습니다. 유럽 공략을 위한 선제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인데, 유럽연합(EU)은 최근 발표한 ‘EU 배터리법’ 초안에서 폐배터리 리사이클의 의무화를 명시한 바 있습니다.

EU 배터리법 주요 사항 [ⓒ 삼정KPMG 경제연구원]
EU 배터리법 주요 사항 [ⓒ 삼정KPMG 경제연구원]

해당 법에 따르면 EU 시장에 출시되는 모든 배터리는 2024년부터 탄소발자국(상품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기록)을 공개해야 합니다. 더불어 2030년 1월부턴 배터리 주재료의 일정 부분을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도록 의무화됩니다. 2030년 기준 코발트 12%, 리튬 및 니켈은 각 4%입니다. 또한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한 사용 후 폐배터리 수거 의무화 비율도 2025년 65%, 2030년 70%까지 점진적으로 높아질 예정입니다. 기업들은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한 셈이죠.

폐배터리 리사이클의 효용성, 국제 정세에 발맞춰 관련 시장 규모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됩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30년 411만대에서 2040년 4227만대까지 대폭 증가합니다. 단순 추산으로도 10년 사이 폐배터리 배출 규모도 10배 증가한다는 의미입니다. 금액 측면에서 올해 전세계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7000억원, 2025년 3조원, 2030년 12조원, 2040년 100조원 규모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한편, 폭발적인 성장을 앞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을 두고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유기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따릅니다. 특히 아직 국내에선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표준화된 평가 방법과 진단 기준이 미미한데요. 이는 리사이클 과정에서 배터리 화재나 불량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합니다. 폐배터리 정밀진단 방식 또한 정부가 표준화를 유도해 진단 시간을 최소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의 배터리를 선별해낼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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