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전자재료, 실리콘음극재 매출 비중 확 오른다…새만금 프로젝트 '순항'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대주전자재료의 실리콘음극재 사업 확대 행보가 순조롭다. 약 2~3년 후에는 실리콘음극재가 매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대주전자재료는 올해 4차례에 걸쳐 신규시설투자를 공시했다. 전부 2차전지(배터리)용 실리콘음극재 공장 증설 건이다. 지난 1월 568억원 투자 계획 발표 후 6월 초 전북 새만금 산단에 총18만7371제곱미터(약 5만6679평) 규모 부지 투자를 확정했다. 이어 7월에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망 확보(231억원), 이달 29일에는 공장 가동에 필요한 설비구매(131억원) 계획을 공시했다.
회사는 수년째 실리콘음극재 기술 개선 및 생산능력(CAPA) 확대에 전념하고 있다. 2020년 400톤에 불과했던 실리콘음극재 CAPA는 올해 3000톤으로 증가했다. 증설 중인 경기도 시흥 신공장, 새만금 공장을 더하면 2027년 5만톤, 2030년에는 10만톤의 CAPA를 확보할 수 있다.
대주전자재료가 이처럼 실리콘음극재에 집중하는 이유는 시장 전망과 기대 매출 측면에서의 ‘빅뱅’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실리콘음극재는 현세대 흑연음극재에 실리콘을 혼합해 만든다. 실리콘의 이론상 에너지밀도는 흑연보다 약 4배 이상 높다. 소량(약 4~5%)만 섞어도 배터리 용량과 충전속도가 크게 개선된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음극재 시장이 지난해 75억달러에서 2030년 219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스코홀딩스 추산으로도 연평균 시장 성장률은 34%에 달한다. 2030년 기준 실리콘음극재 비중은 약 25% 정도로 예상된다. 현재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프리미엄 전기차 위주로 실리콘음극재 탑재 배터리가 사용되지만, 수년 뒤 4대 중 1대 꼴로 비중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관건은 실체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하기 위한 상용화다. 고성장이 예고된 실리콘음극재 시장 선점을 위해 다수의 대기업이 지난해와 올해 기술 개발 및 사업 확대를 선언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수년 내에 가시적인 수준의 제품 양산과 공급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적다. 상용화에 요구되는 기술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실리콘음극재의 최대 단점은 배터리 성능 저하, 고장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부피 팽창 수준이 흑연음극재에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아직 업계에서 실리콘 함량이 5%를 넘기 어려운 이유가 이를 제어하기 어려운 점에 있다. 실리콘 입자의 팽창을 제어하려면 최대한 작은 입자와 균일한 코팅 기술 등이 요구된다. 이 점에서 대주전자재료는 여타 경쟁사들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유했다.
실리콘음극재는 크게 실리콘 탄소 복합체(SiC)와 실리콘 산화물(SiOx) 기반으로 구분된다. 현재 많은 기업이 SiOx보다 기술 장벽이 낮은 SiC 기반 음극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팽창 문제 제어 측면에서 난항이 예고된다. SiC의 평균 입자크기는 50나노미터 이상으로 SiOx 대비 10배 이상 큰 탓이다.
관련해 29일 UNIST 에너지화학과 조재훈 특훈교수팀이 네이처에너지에 발표한 논문이 눈길을 끈다. 주된 내용은 실리콘음극재의 부작용을 해결하려면 실리콘 크기를 5nm 이하로 줄여 입자를 균일하게 분산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란 분석이다. 앞서 음극재 기술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들도 실리콘 입자 크기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현시점에서 논문이 제시한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용 실리콘 입자 크기를 구현한 곳은 SiOx 계열의 대주전자재료(약 6nm)가 유일하다. 회사는 2011년 앞서 사업화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격벽용 유리재료 등에 적용한 기상합성 기술을 응용해 지금의 실리콘음극재 기술 기반을 확보했다. 고도화를 통해 지금은 SiOx 방식의 최대 단점인 낮은 초기효율(실제 사용 가능한 배터리 용량과 연관)을 약 88%까지 끌어올렸다. 흑연음극재의 충전효율이 약 94%이니 거의 근접한 수준인 셈.
이를 바탕으로 실제 시판 중인 전기차(포르쉐 타이칸, 아우디 E-트론 GT)에 실리콘음극재를 공급 중인 회사도 국내에서 대주전자재료가 유일하다. 업계에 따르면 2024년에는 공급 차종이 7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공급처 다변화에 따른 매출 증대도 예상된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대주전자재료의 나노 사업부문(실리콘음극재 포함) 매출은 약 265억원이다. 회사 관계자는 “2024년 실리콘음극재 예상 매출은 약 1200억원 정도”라며 “향후 3~4년은 매년 100% 이상의 성장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 대주전자재료의 간판 사업도 조만간 음극재가 차지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전도성 페이스트(2022년 매출 554억원) 사업이 핵심이었다. 업계에선 시장 동향을 고려할 때 2026년부터 실리콘음극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올해 대주전자재료는 신규 투자 증가로 인한 차입금 및 부채 부담이 높아진 상태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상반기 212.2%로 전년 말 171.7% 대비 크게 증가했다. 시장에선 통상 부채비율 200% 미만을 안정권으로 본다. 대주전자재료도 이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을 준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높아진 부채비율은 회사 신용도 관리 측면 등에서 관리에 힘쓸 것”이라며 “재무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여러 자금조달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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