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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통신시장 ‘경쟁미흡’하다는데…평가기준 한계 지적

권하영 기자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에 대한 이동 통신 3사의 사전 판매가 시작된 1일 오전 서울의 한 통신사 대리점에 관련 홍보문이 부착되어 있다. [ⓒ 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새로운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Z플립5'와 '갤럭시Z폴드5'에 대한 이동 통신 3사의 사전 판매가 시작된 1일 오전 서울의 한 통신사 대리점에 관련 홍보문이 부착되어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상황이 ‘미흡’하다는 전문기관 평가가 나왔다. 다만 이 평가는 비교 데이터 부족으로 국내외 다양한 시장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인 가운데 통신사업자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2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최근 발간한 ‘2022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지난 2021년 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상황을 ‘미흡’으로 평가했다.

이는 최근 SK텔레콤의 이동통신 합계 기준 점유율이 감소 추세인 점과 상반되는 결과다. 실제 알뜰폰(MVNO)을 제외한 SK텔레콤 총 가입자 점유율 추이는 2019년 41.8%에서 2020년 41.5%, 2021년 41.0%, 2022년 6월 40.5%로 계속 내려가고 있다.

KISDI는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50% 미만이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경쟁 활성화’ 상황으로 추정했으나, 예외적 상황이 존재한다고 봤다.

먼저, 향후 경쟁구도를 좌우할 5G 부문에서 SK텔레콤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MVNO를 제외한 SK텔레콤 5G 가입자 점유율은 2019년 44.6%에서 2020년 46.2%, 2021년 47.2%, 2022년 6월 47.5%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국내 통신요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평가를 고려했다. KISDI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통계를 인용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시장환율 기준 23.24달러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국 중 9번째로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1GB당 ARPU는 시장환율 기준 1.79달러로 37개국 중 18번째에 머문다는 점도 덧붙였다. 데이터무제한 요금제 가입비중이 높은 편인 한국의 경우 무제한 요금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와 직접적인 비교시 불리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국내 통신사의 수익성은 국제적인 기준을 놓고 봤을 때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은 23.4%로 OECD 22개국(한국 제외) 평균인 34.0%의 68.7% 수준에 그쳤다.

이는 즉, 국내 통신사들이 이동통신 사업으로 상당 매출을 벌어들이면서도 동시에 비용 지출도 그만큼 커 수익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통신사들이 투입하는 대표적인 비용들에는 인프라 고도화를 위한 설비투자비(CAPEX)와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비용 등이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비용 또한 시장의 경쟁상황을 평가할 지표가 될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라성현 KISDI 연구위원은 “비용 부분에 있어서는 국제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유를 밝혔다.

최근 해외 주요 통신사들이 투자 확대를 통한 품질 유지와 마케팅 경쟁 심화를 이유로 통신요금 인상을 단행하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CAPEX와 마케팅비용에 상당 지출을 쏟고 있는 국내 통신사들의 경쟁상황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2022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2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평가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경쟁평가와 비교했을 때도 의문을 가지게 한다. KISDI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점유율은 KT군(KT+HCN) 42.3%, SK군(SK텔레콤+SK브로드밴드) 28.7%, LG군(LG유플러스+LG헬로비전) 24.1% 순이다. 1위 KT군의 점유율이 2위 SK군과 13.6%p 차이가 날 정도로 독보적이다.

KISDI는 또한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1위 사업자의 점유율 고착화가 지속되고 있으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1위 사업자의 영업이익 집중도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KISDI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대해 ‘대체로 경쟁 활성화’라는 평가를 내렸다. M&A 영향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 독점계약에 따른 경쟁제한성 정도에 대한 판단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즉, 판단근거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라성현 연구위원은 “평가지표는 구조평가(시장 점유율)와 성과평가(품질과 요금 등)로 나뉘는데, 이동통신 시장은 1위 사업자 점유율이 낮지만 요금이 높고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1위 사업자 점유율이 높지만 요금이 낮은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첨언했다. 영국 조사기관 텔리전의 지난해 2분기 기준 조사를 인용한 국내 초고속인터넷 요금이 8.93달러(PPP환율 기준)로 OECD 37개국 중 7번째로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통신업계는 KISDI와 같은 전문기관의 평가가 정부 정책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뚜렷한 판단기준과 충분한 전제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외 통신사들의 요금제 현황이나 규제 상황 등이 제각각인 부분이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는 게 사업자들의 입장”이라며 “최근 정부가 국내 시장 경쟁이 부족하다며 제4 이동통신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이동통신 가입회선 규모가 6000만회선 정도 되는 나라에서 통신사업자가 4곳 이상인 곳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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