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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1000억원' 기준선 낮아질까

서정윤 기자
6월 30일 열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제한 제도개선 토론회. [ⓒ디지털데일리]
6월 30일 열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제한 제도개선 토론회.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위원회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완화를 추진한다. 과기정통부와 규제혁신위가 내놓은 소프트웨어 진흥법 초안은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 예외심의 없이도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업계에서는 1000억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만큼 추후 기준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을 중심으로 1000억원 이상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해서만 규제를 완화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 1000억원 이상의 사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중견기업은 지금도 1000억원 이하의 사업이 예외심의를 통해 거의 대부분 열려있는 만큼, 기준선이 낮아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과기정통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세부적인 내용은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진흥법의 세부적인 내용은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사업 예측 위해서는 1000억원 기준 완화돼야"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대기업 참여를 규제하기 시작한 건 2004년이다. 당시 정부는 대기업 참여 사업 하한금액을 설정하고 일정 금액 이하 사업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만 참여하게끔 만들었다. 다만 예외사업을 인정하도록 하며 대기업 참여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대기업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수주하는 비율은 2010년 76.2%나 됐다.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며 정부는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2012년 국가안보 분야 이외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전면에 대기업 참여를 사실상 제한했다.

소프트웨어 대기업들은 참여제한 제도가 시행된 이후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줄인 만큼, 사업에 다시 뛰어들기 위해서는 기준선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IT 대기업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각 회사별로 공공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있었다면 지금은 공공을 이해하는 인력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몇 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위해 부서를 만들기도 애매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00억원 이상 프로젝트는 1년에 2~3개에 불과할 정도로 많지 않은데다 모두 경쟁입찰로 진행될텐데 그렇다면 사업 불확실성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다시 공공 소프트웨어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발주자측에서도 대기업 참여 기준이 낮아질 경우 업계에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 기준이 완화되면 발주처에서도 대규모 사업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발주처가 레퍼런스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진출이 가능해진다면, 사업 기회도 더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미 1000억원 미만 사업도 대부분 열려 있다"

다만 중견기업을 중심으로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자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동안 중소·중견 IT 기업들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통해 레퍼런스를 쌓고 해외 진출을 하는 등 사업 확장을 이어왔다. 이들은 대기업 참여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다시 대기업 위주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견 IT업체 한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은 경영상 예측을 이유로 1000억원 이하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미 예외심의를 통해 거의 대부분 대기업에 열려있다"며 "기준선을 낮춰달라는 일부 대기업의 시각은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통해 네옴시티진출을 꿈꾸는 정부 정책과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에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기회를 더 연다고 하더라도 어떤 사업 분야에 대해 제한을 풀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사업을 무리하게 합산해 인위적으로 1000억원을 만든다면 이는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소프트웨어 진흥법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할 것"이라며 단호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중소 IT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토대로 해외에 진출하는 등 대기업과 상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중소기업이 많았던 만큼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 계속 의견 청취하는 과기정통부…"기재부도 움직여야"

과기정통부는 법안을 다듬기 위해 지속적으로 업계를 만나 소통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만나 의견을 들은 데 이어 최근에는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발주자측 의견도 들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대형 발주자를 중심으로 소규모로 모여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획재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예산을 추가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세대 나이스(NEIS)' 등 대형 사업들에서도 오류가 발생하는 건 근본적으로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하는 분들도 적은 예산으로 과업을 모두 집어넣어야 해 괴로워하는 입장이고, 사업자들도 이 정도 금액으로 과업을 수행하지 못할 걸 알면서도 사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문제가 여기서 출발한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사업 대가 가이드라인이 정해져도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현재도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이드라인대로 예산을 집행할 수 없는 처지"라며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기재부에 가져다주면 이를 토대로 과업이 변경돼야 하는데 사업 기회를 얻어내야 하는 입장에서 그러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서정윤 기자
seoj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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