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행장까지 바뀌었는데 또 횡령 사고… 말뿐인 우리은행 ‘내부통제’ [DD인사이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공식 취임전인 지난 3월7일, 그룹내 14개 자회사 중 7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등 대규모 인적 쇄신에 돌입했다.
2026년 3월까지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한 임회장은 첫 출발선에서부터 지주사의 방만한 조직 규모를 축소하면서 기강을 잡았다.
아울러 임 회장은 대대적인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기업문화혁신 TF(회장 및 자회사CEO 협의체)’를 회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이 TF의 핵심 역할중 하나가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강화’였다.
그리고 지난 3일, 제55대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조병규 은행장도 직원 모두의 신뢰를 회복하자며 “강화된 내부통제시스템과 명확한 프로세스를 구축해 고객이 신뢰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내부 직원에 의한 700억원대의 대형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과 ‘불완전 판매’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내부 혁신의 각오를 밝힌 것이다.
앞서 지난 5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는 우리은행에 대해 펀드 상품 판매의 설명 확인 의무 위반, 판매 과정에 녹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과태료 2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또 다시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우리은행은 내부 감사를 통해 비수도권 지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횡령 사실을 적발했으며 현재 해당 직원을 직무에서 배제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또한 해당 직원이 근무했던 지점에 대해서도 관리 책임을 따질 볼 계획이다.
해당 직원은 가상자산(코인) 투자를 목적으로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초까지 시재 금고에서 7만 달러(한화 약 9000만원)를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횡령 금액의 규모를 떠나, 사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횡령 사고의 시점이다.
올해 5월이면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취임한지 불과 1개월여 지난 시점이고, 그룹내 조직 기강이 최고 엄중할 시점이다. 또한 우리은행도 차기 행장 선임을 앞두고 조직의 긴장감이 어느때보다 높을 시점이다.
특히 전임 회장과 행장이 교체된 이유중 하나가 내부통제 실패의 책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횡령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않는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7월, 금감원은 우리은행의 ‘700억원 횡령사고’에 대해 2개월간의 현장검사 결과를 최종 발표하면서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본부부서에서 8년이라는 오랜 기간에 걸쳐 7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것은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우리은행을 직격한 바 있다.
그런데도 또 다시 내부 직원에 의한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히 ‘내부통제’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기강의 수준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해이해졌다는 질타를 받기에 충분하다.
우리은행측은 직원 ‘개인의 일탈’ 이라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우리은행의 간판을 보면서 거래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횡령 사건으로 임종룡 회장이나 조병규 은행장의 취임 각오가 무색해졌다.
올해 우리은행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IT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IT의 도움으로 내부통제의 누수를 막을 수 있겠지만 결국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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