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SK하이닉스] ⓛ힘들어도 투자 지속, D램 판도 바꾼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적자 전환, D램 순위 하락 등에 직면했다. 회사는 위기 극복을 위해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차세대 제품에 대한 투자는 줄이지 않고 있다. 이는 하나둘씩 성과로 나타나는 분위기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2조원 내외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가 조사한 결과 지난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점유율 순위에서 SK하이닉스는 3위(23.9%)로 밀렸다. 반면 미국 마이크론은 이 기간 28.2%로 전기대비 5.1%포인트 올라 삼성전자 뒤를 이었다. 수년간 2위를 지켜오던 SK하이닉스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대외적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론이 비교적 선방했던 건 차량용 D램 수요가 견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해당 분야에서 세계 1위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응용처 다변화 및 첨단 제품 라인업 강화로 대응하기로 했다. 우선 SK하이닉스도 차량용 메모리 공략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 최초로 ‘오토모티브 스파이스(ASPICE)’ 레벨2(CL2) 인증을 획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ASPICE는 유럽 완성차업계가 제정한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 표준이다.
지난달 말에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 개발을 끝내고 이 기술이 적용된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를 인텔에 제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DDR5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이 정한 차세대 D램 규격이다. DDR은 한 클럭 사이클 동안 두 번 데이터 신호를 송수신할 수 있다. ▲DDR 2차선 ▲DDR2 4차선 ▲DDR3 8차선 ▲DDR4 16차선 ▲DDR5 32차선 수준으로 확대된다. 차선이 넓어지면 교통이 원활해지는 것처럼 높을수록 D램 전력 효율과 성능이 올라간다.
D램 규격이 달라지면 함께 쓰이는 중앙처리장치(CPU)도 변화해야 한다. DDR5 D램에 맞춰 동작할 수 있는 CPU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올해 초 차기 서버용 CPU ‘사파이어 래피즈’를 출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인텔은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메모리 제조사의 칩을 검증하고 있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는 인텔로부터 DDR5 기반 10나노급 4세대(1a) D램 인증을 받았다. 4세대에 이어 5세대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다. 통상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가 주도해왔으나 기술 격차를 줄인 SK하이닉스가 선점한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본격 확산하면서 SK하이닉스는 관련 제품 역량을 향상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대상이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HBM3를 개발(2021년) 및 양산(2022년)한 바 있다. 지난 5월에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크기로 더 많은 용량을 제공하는 12단 적층 HBM3 24GB(기가바이트) 패키지를 처음으로 개발한 바 있다. AMD 등에 샘플을 제공하며 상용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다음 세대로 넘어갈 준비도 한창이다. 5세대인 HBM3E 개발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서 엔비디아가 HBM3E 샘플을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점유율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양과 질 모두 선두인 셈이다. 주도권 유지를 위해 SK하이닉스는 HBM 생산능력 확대를 검토 중이다. 경기 이천사업장에 패키징 라인을 증설해 HBM 생산량을 증대시킬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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