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고연차 이·전직 지원≠희망퇴직”에 담긴 것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경영난 상태가 아니고 인위적인 방식도 아니다.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은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간 진행하는 고연차 직원 대상 이·전직 프로그램 ‘넥스트 챕터 프로그램(이하 NCP)’에 대한 공식입장이다. NCP는 직군 무관 경력 10년차 이상 직원과 팀장급 이상 직책자를 대상으로 하며, 재직기간이 만 1년 미만인 직원은 신청할 수 없다.
희망자는 근속 연수에 따라 최대 15개월치 기본급과 이직 및 전직 지원금 500만원을 받는다. 퇴직금도 별도 제공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력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 회사 설명이나, 내부에서는 사실상 ‘희망퇴직’ 개념으로 보고 있다. NCP이라는 포장을 벗기면 보통 회사 희망퇴직 공고와 동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러한 여론에도 카카오엔터가 구조조정·희망퇴직이라는 표현에 완강히 선을 긋는 이유는 자칫 기업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질 가능성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NCP는 카카오엔터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시도하는 인력 재정비 활동인 데다, 국내 대표 IT 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 기준으로도 첫 희망퇴직 사례로 볼 수 있어서다.
사실 불안정한 대내외 환경에 따른 경영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 필요성은 최근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받아 든 숙제다. 카카오와 네이버 역시 올 상반기 각각 북미 자회사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카카오는 북미 스토리 지식재산권(IP) 기지 ‘타파스엔터테인먼트’ 한국 법인을 청산했고, 네이버는 북미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북미 최대 중고패션 플랫폼 ‘포쉬마크’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특히 카카오는 공동체 기업을 중심으로 조직 체질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경쟁력이 낮은 사업은 정리해 손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 말한 것을 증명하듯, 지난달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구조조정과 함께 클라우드 사업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시작으로, 적자가 지속하는 카카오 계열사에 대한 추가적인 조직 개편 움직임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카카오가 다음 타자로 지목하는 ‘경쟁력 낮은 사업’은 어느 곳이 될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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