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필수, 양극재 기술 유출도 막아야"… 韓 전구체 내재화 가속, 그런데 문제는? [소부장박대리]
- 양극재 핵심재료 '전구체' 국내 생산 확대 및 합작사 설립 잇따라
- 탈중국 외치지만 중국 의존도 여전히 높은 것 한계… 기술 유출 우려도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국내 주요 양극재 업체들의 전구체 내재화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내부 공급망 강화, IRA 대응, 기술유출 방지 등의 다각적인 배경이 따른다.
에코프로 그룹의 전구체 생산 계열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 7일 경북 포항시 영일만산업단지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에서 ‘RMP 제2공장 준공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간 니켈 1만5000톤, 코발트 2400톤, 망간 2400톤 규모의 전구체 원료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기존 공장의 생산량과 더하면 연간 5만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다.
지난 5월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손잡고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전구체와 니켈 원료 생산라인을 2027년까지 포항 블루밸리산단에 건설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30년까지 현재 14%에 불과한 전구체 자체 생산비율을 73%까지 높일 계획이다.
앞서 4월에는 LG화학도 화유코발트와 전북 새만금국가산업단지에 전구체 합작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2026년 1차로 5만톤, 향후 10만톤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전구체 10만톤은 72kW 배터리 용량의 승용 전기차 1대 기준 약 100만대 생산에 쓰일 수 있는 양이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는 핵심소재 ‘양극재’의 주원료다. 니켈, 코발트, 망간 등 핵심 광물원료를 배합해 만든다. 양극재가 배터리 생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한다면 전구체는 양극재 생산원가의 약 7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재료다.
국내에는 에코프로비엠, LG화학, 앨엔에프,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양극재 제조사가 다수 존재한다. 이들 기업이 만드는 ‘하이니켈 양극재’는 전세계 주요 고성능 전기차에 널리 탑재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핵심 원재료인 전구체는 대부분 중국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한계가 있었다.
중국산 전구체의 높은 의존도는 국내 배터리 생태계 기업들이 전세계를 무대로 성장을 지속함에 있어 걸림돌로 지적된다. 정치적 문제와 공급망 문제, 기술 유출 문제가 두루 엮여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세계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의 화두인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는 중국을 미국 시장에서 배제하고자 한다. 깊어진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다. 2023년 기준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 북미에서 조립된 주요 부품 50% 이상을 사용한 배터리, 미국 또는 미국 FTA 체결 국가에서 채굴·정제된 핵심광물 40% 이상을 사용한 배터리에 합계 최고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다만 FEOC(해외우려국가)로 지정된 나라에서 생산된 소재나 부품이 포함될 경우 2024년부터 IRA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최근 국내 기업들의 바빠진 전구체 내재화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우려에 대응하기위한 것이다. 주요 광물은 이미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산을 쓰더라도 이를 국내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IRA에 대응 가능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FEOC의 세부 규정은 이르면 이달 확정될 예정인데 제재 국가에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상황이다. FEOC 규정은 2024년부터 적용될 예정인 만큼 국내 업계의 선제적인 전구체 독립이 필요하다.
공급망의 안정성 확보도 중요하다. 수입산 전구체는 중국의 대외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양극재 생산부터 배터리 완제품 제조까지 영향이 미친다. 또 전구체 생산을 내재화하면 물류비용이 그만큼 절감돼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전구체 내재화를 통해 양극재 제조기술의 유출 위험도 낮출 수 있다. 전구체는 주요 광물원료의 화합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구체 주문 시 일정 수준의 제품 정보 공유가 불가피하다. 이를 통한 기술 유출 이슈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니켈 함량 90% 이상의 고성능 ‘하이니켈 양극재’는 한국의 배터리 기업들이 주류인 삼원계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을 압도하는 핵심적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로 추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양극재 기술까지 유출될 경우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앨엔에프는 지난해 9월 미국에 양극재 제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었으나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산업자원통상부에서는 “국비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보호, 유출 방지 조치가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도 양극재 제조기술을 국가의 주요 전략 기술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내 기업들은 양극재 제조 전반의 수직계열화 또는 합작회사(JV) 설립을 통해 각종 전구체 리스크를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 수직계열화의 대표적인 사례가 에코프로 그룹이다. 그룹 내 다양한 전문계열사를 통해 양극재, 전구체, 핵심원료 가공 등을 수직계열화하고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SK온, 중국 GEM과는 지난 3월 전북 새만금산단에 전구체 생산 합작사 설립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존에 공식화된 협력 외에도 전구체 합작사 설립은 계속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2일 “중국 전구체 회사와 글로벌 전구체 수요 대응을 위한 합작사 ‘(가칭)미래전구체주식회사’의 지분을 취득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포스코퓨처엠이 총 1014억원을 투자해 지분율 20%를 가질 예정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지난 8일 827억원을 투자해 연내 ‘(가칭)pCAM JV’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확보할 지분율은 25.5%다.
하지만 이 같은 협력 대상이 대부분 중국이란 점에서 여전히 잠재적 위험 요소가 남아 있다.
전구체를 직접 생산하더라도 주요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은 여전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전세계 배터리용 주요 광물의 채굴 및 정제는 대부분 중국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IRA 내 FEOC 규정이 중국산 핵심광물, 합작사의 지분율을 두고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경우 합작사 설립의 기대가치도 퇴색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업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지난 4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만약 중국이 (미국 IRA 법안이 규정하는) 해외우려국가(FEOC)로 지정되고, JV 지분을 완전 배제해야 한다면 LG화학이 지분을 전량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중장기적으론 전구체와 더불어 기본 소재부터 중국에 대한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 이는 최근 배터리 제조사부터 관련 그룹 계열사, 소재사까지 핵심광물 확보에 발벗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예컨대 대기업에서는 자사의 글로벌 영향력을 이용해 핵심광물을 확보하고 주요 소재 파트너사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돕고 있다.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북미에서 리튬광산을 운영 중인 호주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와 리튬 정광 공급 및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탄자니아산 천연흑연을 대거 확보해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도 자회사 에코프로씨엔지를 통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기반 원소재 자체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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