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소부장 현장속으로] “굳이?”를 “아하!”로 만든 플러그링크 전기차 충전소

이건한 기자
플러그링크가 서울시 서초구 오피스텔에 구축한 프리미엄 주차공간 '플러그라운드 1.0'.
플러그링크가 서울시 서초구 오피스텔에 구축한 프리미엄 주차공간 '플러그라운드 1.0'.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전기차 충전소에 굳이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입히는 게 큰 의미가 있나요? 수요도 한정적일 것 같은데요.”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오피스텔 상가건물인 ‘부띠크모나코’ 지하 5층에 설치된 전기차충전소 ‘플러그라운드 1.0’를 둘러본 뒤 기자가 플러그링크 관계자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플러그라운드는 전기차 충전시설 사업자(CPO)인 플러그링크가 올해 4월 부띠크모나코에 첫선을 보인 전기차 충전소 브랜드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외형이다. 보통의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 공간과 달리 플러그라운드는 멀리서도 존재감이 상당하다. 충전소 상단에 설치된 조명 간판을 필두로, 파란색과 검은색이 교차하는 독특한 디자인 패턴 덕분이다. 어디서든 주변과 구분된 공간이란 느낌을 주기엔 충분해 보였다.

이는 플러그링크 디자인팀이 개발한 시그니처 패턴이다. 사선으로 연결된 조각 무늬는 충전소에 전기가 흐르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것이 중앙 주차선, 벽면 충전기 설치 패널과도 이어지게 함으로써 시각적 연결성을 더했다.

충전기 패널에는 사용법과 함께 고장 시 이용자들이 손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관리번호를 별도로 부여했다. 기기의 이상 여부는 벽면에 부착된 충전기의 점멸등 상태로도 파악할 수 있다.

일견 화려함만이 강조된 것처럼 보이는 이곳은 왜,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을까? 플러그라운드는 구축 비용도 일반 충전소보다 비싸다. 단순히 ‘충전’이란 실용적 측면만 생각하면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없다.

◆ 전기차 시대의 충전소는 ‘주유소’와 다르다

플러그링크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그만큼 플러그라운드를 당장의 수익 사업으로 보고 있지 않다. 그보단 회사의 중장기적 지향을 드러내는 수단이란 설명이다. 앞으로 점점 달라질 전기차 충전소 이용 문화를 선제적으로 연구하고 대응하겠단 의지도 담겼다.

5년차 전기차 드라이버인 강인철 플러그링크 대표는 현재 전기차 충전소의 주 이용고객을 40~50대 남성들로 본다. 이들은 전기차를 구매할 만한 경제력을 갖고 있으면서 동시에 전기차를 새로운 휴식처로 활용하는 방법에 눈을 뜨기 시작한 세대다.

내연기관과 다른 전기차의 기계적 특성은 미래의 충전소가 지금의 주유소처럼 단순히 연료만 채우고 떠나는 공간으로 남지 않을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강 대표에 따르면 엔진이 없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정차 중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다. 디지털 기기 탑재 비중도 높아 충전 중 차 안에서 냉난방과 함께 휴식을 취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측면도 내연기관보다 유리하다. 특히 거주공간용 완속 충전은 장시간 충전이 필요하다. 충전 중 유휴 시간에 차량 공간을 활용해볼 여지는 다양하다.

플러그라운드에서 전기차가 충전 중인 모습. [사진=플러그링크]
플러그라운드에서 전기차가 충전 중인 모습. [사진=플러그링크]

플러그링크는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문화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충전 공간의 차별화 시도는 달라질 환경에서 소비자 공략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꼭 필요한 시도란 인식이다. 플러그라운드에 ‘1.0’이란 버전명이 붙은 이유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플러그라운드는 계속해서 버전 업 될 것”이라며 “스타트업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사용자들의 반응을 면밀히 살피고, 충전 경험을 빠르게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플러그라운드가 처음 적용된 부티끄모나코는 오피스텔이 있는 주상복합시설로, 완속 충전을 주로 사용하는 주거지 맞춤형으로 디자인됐다.

이후 적용처는 보다 다양화될 예정이다. 현재 과천 마사회 전국지사와 레츠런파크 경마공원도 그에 걸맞 새로운 형태의 플러그라운드 설치가 계획돼 있다. 강 대표는 “경마공원은 상업시설이자 테마파크인 만큼, 디자인 외에 콘텐츠 차별화 요소도 더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디자인 차별화는 시작일 뿐

플러그라운드 1.0에 적용된 디자인은 차별화 공간이란 인식을 사용자에게 심어준다. 머무는 이들의 기본적인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다. 이어질 다음 단계의 고민과 연구는 강 대표가 언급한대로 완속 충전소의 콘텐츠 및 문화공간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이다.

강인철 플러그링크 대표.
강인철 플러그링크 대표.

강 대표는 “실제 구현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지금은 다양한 아이디어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며 “예컨대 플러그라운드 내에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OTT 사업자와 제휴해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또한 체류시간이 급속 대비 긴 완속 충전소의 특성상 공간별 특성에 따라서도 다양한 특화 시스템을 만들어 적용할 수 있다. 요는 ‘정형화된 플러그라운드’는 없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분간 다양한 플러그라운드를 프로토타입으로 만들고 노하우를 확보하겠단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비용을 들여 플러그라운드를 도입하는 사업자들은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강 대표는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예로 들었다. 수퍼차저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이끈 테슬라가 만든 충전소 브랜드다.

초창기 테슬라가 다양한 공간에 슈퍼차저를 입점시켰던 ‘설득 비결’은 “우리 충전기를 설치하면 고급차들이 많이 방문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테슬라의 전기차는 모델S, 모델X 등 고가차량 중심이었고, 이들 소유주들이 슈퍼차저가 있는 공간을 찾아 머물게 되면 그만큼 경제적 효과가 늘어난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 초기인 지금도 주요 호텔이나 펜션 등에서 충전소 도입에 더 열심인 이유도 충전기가 있으면 전기차 고객이 온다는 기본적인 마케팅 포인트 때문이다. 나아가 충전소 보급이 보다 대중화되면 다음 경쟁 포인트는 차별화된 충전 경험이 될 수 있다.

플러그링크도 이를 기대하며 플러그라운드를 시작으로 보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충전기를 더 많이 보급하는데 힘을 쓰되, 중기적으론 고도화된 충전 경험 제공에 집중할 계획이다. 관건은 ‘고객이 충전을 하면서 무엇을 더 원할 것이냐’를 찾아내는 것이라고 한다.

장기적으론 충전 서비스 플랫폼 회사로 거듭나는 목표가 있다. 요즘은 건물주가 직접 충전소를 구축하고 운영하려는 수요가 생겨나는 중이다. 그들에게 충전소 설치부터 운영 노하우 제공까지 ‘솔루션’으로 제공함으로써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보다 다각적인 사업 기회를 확보하려 한다.

강 대표는 “결국 이론적으로 모든 차는 전기차가 될 것이고 그들의 킬러앱은 충전이다. 이를 중심으로 차와 관련된 여러 벨류체인을 충전 사업자가 플랫폼화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며 “토스가 간편송금에서 지금은 금융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한 것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