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원태 KISA 원장 “AI·우주·양자, 사이버보안에 던져진 숙제”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오픈AI의 ‘챗GPT’로 인공지능(AI)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강(Strong) AI라고 불리는 일반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이하 AGI) 시대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 등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이원태 원장은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다가오는 AGI 시대는 기회이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챗GPT로 인해 산업계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AI 윤리와 같은 새로운 사회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1년 KISA 원장에 임명된 이원태 원장은 자타공인 AI 전문가다. 임명 당시만 하더라도 일각에서는 ‘또 비전문가’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정보보호 전문기관인 KISA에 실무 경험이 없는 인문사회학자가 내정된 데 따른 푸념이다. 실제 KISA는 역대 원장 대부분이 전문성에 대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임기의 7부 능선을 넘은 현재 비판의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 이 원장 임명 이후 메타버스나 대체불가능한 토큰(NFT) 등 기존 정보보호 분야와는 다소 결이 다른 이슈들이 부각됐고 정책 전문가로서 새로운 이슈들에 잘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 원장 임기 중의 KISA는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뿐만 아니라 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고, 불쏘시개가 될 새로운 문제들에 논의하는 공론의 장을 만드는 역할도 도맡게 됐다.
특히 챗GPT 이후 AI가 모든 정보기술(IT) 분야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이 원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AI는 이 원장의 최고 전문 분야다.
이 원장은 “정책 사이드에서는 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AI 윤리가 주요 이슈로 부각됐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규범이 마련돼 있지 않았는데, 연구할수록 AI 윤리가 보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연이 닿아 KISA 원장직을 맡게 됐는데, 돌이켜 보면 시기가 잘 맞아떨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일반 국민부터 기업까지 피해··· 임기 내내 이어진 보안사고
2021년1월9일 임기를 시작한 이원태 원장은 첫 공식 출근일부터 바쁜 하루를 보냈다. 2021년1월11일 AI 챗봇 서비스 ‘이루다’가 비식별 조치 없이 개인정보를 사용한 정황이 파악된 건이다. 개인정보 오·남용뿐만 아니라 이루다가 차별·혐오 발언을 한다는 등의 문제까지 부각되며 순식간에 논란이 커졌다.
당시만 하더라도 다소 생소한 ‘AI 윤리’라는 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KISA가 공동 대응에 나섰는데, 이 원장으로서는 임기 첫날부터 자신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기회가 마련됐다. 이를 계기로 논의에 박차가 가해진 AI 가이드라인은 마이데이터나 챗GPT 등이 뿌리내리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2021년11월에는 아파트에 내장돼 있는 월패드가 해킹, 집안 내부를 촬영한 영상이 대규모로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600여개 단지, 40만가구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사건이 알려지고 1년여 만에 범인을 체포한 결과 미디어에 보안 전문가로 소개된 적 있는 인물로 확인됐다.
2022년3월에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랩서스$(LAPSUS$)라는 해커조직에 의해 기밀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올해 초에는 LG유플러스에서 대규모로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분산서비스 거부(DDoS) 공격으로 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휴대전화, 자동차, 가전기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연결되는 디지털 전환 시대는 양날의 검이다.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주지만 국민 일상을 파고드는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 월패드 해킹이 대표적인데, 디지털 기기와 관련한 제도 및 관리의 사각지대를 점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점점 더 많아지는 보안 위협을 한정된 인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KISA에서 정보보호를 담당하는 사이버침해대응본부의 인력은 200명가량으로, 이중 침해사고대응팀은 13명이다. 13명의 인력이 연간 1500여건의 침해사고를 대응해야 한다.
맡겨진 책임에 비해 부족한 지원에 허덕이는 중이다. 그는 이 원장 “보안사고 대응의 첫단계는 사고 인지다. 그런데 이 사고 인지는 아날로그 방식, 휴민트가 중요하다. 다크웹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서 유출 정보가 나오는 것을 시스템으로 모두 식별하는 것은 어렵다”며 “언론을 비롯해 기업들과도 서로의 위협 정보를 공유하는 체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AI·우주·양자··· KISA의 미래 먹거리 고민
임기를 7개월여 남겨둔 이원태 원장은 공학자가 아닌 정책 전문가인 자신의 소임은 AGI의 시대에 KISA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챗GPT 보안 이슈나 우주보안, 양자내성암호 등이 그 예다.
그는 “이제 곧 우주 경제 시대가 펼쳐질 거다. 개인의 스마트폰이 지구 밖에 있는 우주의 인공위성과 연결되는 것이 일상화된다. 이게 5G냐, 6G냐와 같은 네트워크의 수준은 확신할 수 없지만 그때 중요한 것은 보안이 되리라 본다. 해커들 관점에서도 굳이 지상의 네트워크가 아니라 우주의 네트워크를 노릴 거다. 돈이 더 되고 파급력이 클 테니까.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실제 미국 중앙정보국(CIA)는 올해 중국이 인공위성을 무력화하는 사이버무기를 개발 중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국가 주도로 위성을 관리하고, 아직 관리할 위성이 많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가올 민간 우주산업 시대에 대비한 기술개발 및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양자내성암호도 KISA가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이 원장은 “KISA 내부에 차세대 암호팀이 있다. 국방부나 국가정보원에서도 우리 직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매번 협력한다. 그런데 정작 KISA에서 양자내성암호 기술 개발이나 정책을 펼칠 예산이 없다”며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 원장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침해사고 있으면 조사 및 대응하고, 인증해주는 등 KISA의 업무 다수가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AI와 우주, 양자와 같은 키워드가 KISA를 더 능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할 계기가 되리라고도 기대를 표했다.
그는 “직원 대부분의 공대생인데, 편견일 수 있지만 공대생들이 다들 조용하고 착하다. 자기 일만 묵묵하게 하고, 잘한 것도 어필 안 한다. 그러다 보니 KISA가 잘한 것도 목소리 큰 다른 기관에 빼앗기는 일이 적지 않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 KISA가 조금 더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청 등 기관과도 협력을 강화하는 중”이라고 부연했다.
또 “윤석열 정부 들어서 사이버보안의 중요성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이버안보 동맹 강화한 것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하며 “역대 정부 중 사이버보안이 이처럼 주요 국정 의제로 부각된 적이 없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KISA가 국내 최고 디지털 전문기관으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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