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가 됐다"… 미혼모 손님 외상해준 사장님이 전한 '반전' 후기[e라이프]
[디지털데일리 양원모 기자] 자신이 '임신한 미혼모'라며 외상을 요청하는 배달 고객에게 선뜻 음식을 제공, 온라인 화제가 된 점주가 후일담을 전했다.
확인 결과 고객은 자신과 구면이었으며 실제 미혼모가 맞았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어 자신의 가게에 시간제 직원으로도 채용했다고 한다.
지난 2일 자영업자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미혼모라고 하신 손님 음식 보내드린 후기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주목을 끌었다.
글쓴이는 지난달 30일 "미혼모인데 돈이 없다고 해서 속는 셈 치고 음식을 보내줬다"는 글이 주요 매체에 기사화되면서 화제가 된 회원 A씨였다.
A씨는 "내가 쓴 글에 그렇게 많은 조회 수, 댓글이 달릴 줄 몰랐다. 나는 그렇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은 아니"라며 "초등학생 딸 둘이 있는 애 아빠 입장에서 든 마음이었다. 그렇게 선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겸손함을 나타냈다.
이어 그는 "많은 분이 후기를 기다려서 작성하는 것이고, 그렇기에 최대한 자세히 적기로 했다"며 외상 이후 과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긴 글을 요약하면, 자신을 미혼모라고 소개했던 배달 고객은 10대 여성이었고 실제 미혼모가 맞았다.
애초 "주말에 돈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A씨는 지난 1일 오전에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내가 선택한 것에 신뢰로 되돌려 받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A씨는 고객에게 연락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설득 끝에 아내와 함께 고객이 사는 원룸을 방문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A씨가 매장을 직접 관리하던 시절 친구들과 자주 찾아왔던 여중생 B양이 외상 고객이었던 것이다.
19살이 된 B양은 원룸에서 홀로 지내며 아르바이트와 제과기능사 시험을 병행하고 있었다. A씨에게 외상을 요청한 것도 아르바이트 비용이 늦어지는데, 도저히 버틸 수 없어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A씨는 "냉장고를 열어보니 토요일 밤에 우리 매장에서 주문한 참치마요밥과 야채죽이 밀폐용기에 2개, 1개로 나눠 담겨 있었다"며 "이유를 물어보니 (아르바이트) 돈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배고플 때 먹으려고 나눠놨다고 해 울음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결국 A씨는 아내와 함께 B양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아내는) 애 둘 출산한 경험을 발휘해 목요일 (B양과) 병원에 같이 가기로 했다"며 "또 B양을 가게 파트타임 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배가 더 불러와서 제법 태가 나도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처음에) 계좌로 돈을 받았을 때 (주문 요청이) 거짓이 아니라 사실이었다는 점에 기분이 좋았다"며 "(그러나) B양을 실제로 만나서 이런저런 사정을 들으니, 내 기분이 왜 좋아졌었었나. 차라리 거짓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B양은) 아이에 대한 마음(출산)이 확고한 것 같다"며 "어른이라는 이유로 이러쿵저러쿵 지적질하지 않고 그저 지켜봐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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